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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가상화폐와 닷컴버블

2018.01.02 정철환  |  CIO KR
2017년의 주요 10대 IT 뉴스를 꼽는다면 반드시 포함될 뉴스가 아마도 가상화폐 투자(또는 투기) 열풍일 것이다. 2009년 1월에 탄생한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여러 가상화폐의 등장과 그 가치의 폭등, 그리고 남녀노소를 불문한 거대한 투자 열풍으로 이어진 2017년의 가상화폐 가치 폭등은 수많은 이야기를 남긴 채 2018년으로 넘어왔다. 올해 가상화폐의 가치 폭등이 지속될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의 우려처럼 폭락으로 이어져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주게 될지 알 수 없다. 이미 우려되는 수준 이상의 가치 폭등이 경고된 시점이 한참 전이었음에도 지속해서 상승한 만큼 언제까지 상승세를 이어갈지 이젠 누구도 섣불리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필자는 작년의 가상화폐 열풍을 보면서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1990년대 중후반 있었던 닷컴버블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994년 마크 안드라센은 넷스케이프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이미 과학자와 기술자들 사이에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던 인터넷망에 월드와이드웹이라는 기술이 개발되어 기존의 불편한 사용방식과는 전혀 다른 혁신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했다. 넷스케이프는 이를 위한 웹 브라우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였다. 아마 지금 젊은 세대의 경우 전혀 사용해 본 적이 없는 분도 있을 것이다. 1994년 그렇게 등장한 웹과 인터넷은 그 후 웹사이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켰으며 웹사이트의 주소를 의미하는 URL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웹사이트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요소가 되었다. URL 주소에서 기업사이트를 의미하는 .com 도메인 서픽스는 미래 비즈니스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인지하기 쉬운 특정 도메인명을 선점한 사람들이 고가에 도메인명을 판매해 뉴스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0년 ‘Insurance.com’은 3560만 달러에 매각되기도 했다. 다만 최근에는 이런 URL 선점 및 판매가 제한되어 예전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더 이상 발생하지는 않는다.

넷스케이프는 창립 16개월만인 1995년 8월에 주식 상장을 추진한다. 주당 28달러로 상장된 주식은 당일 75달러까지 치솟았으며 그해 말 80달러는 넘는 폭등을 기록한다. 이를 시작으로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탄생하게 되었으며 미국의 기술주 시장인 나스닥지수는 1995년 1000 이하였던 것이 2000년 초반 5000을 넘는 수준으로 폭등한다. 수많은 닷컴기업들이 미래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업모델만으로 매출이나 이익이 전혀 없거나 미비한 상황에서도 상장 후 주가가 폭등하는 사례가 반복되었으며 닷컴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곧 돈을 몇 배로 벌 수 있는 길이라는 인식이 일반인들 사이에 퍼지게 되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닷컴기업의 주식을 사자는 열풍이 불었다.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국보다 좀 늦은 시기에 불어 닥친 닷컴버블로 수많은 기업들이 화제를 낳았다. 1997년 설립되어 상장 후 1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한달 만에 60배가 넘는 주가로 치솟은 골드뱅크, 1999년 코스닥에 상장되어 6개월간 150배가량이 폭등한 새롬기술 등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수많은 닷컴기업들이 등장했었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한 닷컴버블과 가상화폐 열풍은 서로 어떻게 닮아 있을까? 우선 미래의 가치에 대한 기대감이다. 닷컴기업의 가치 폭등 이면에는 미래 모든 기업이나 사업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이를 위한 선점가치가 매우 거대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가상화폐 역시 미래에 주요 거래수단으로 인정될 기술이라는 믿음에서 유사하다.

두 번째로 엄청난 투자 수익이 있었다는 사람들의 일화가 화제가 되었다는 점이다. 닷컴버블 시절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사람이 친구의 기업에 마지못해 투자했다가 그 기업이 상장되면서 수십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것 같은 이야기가 장안에 많이 떠돌았다. 가상화폐 역시 언론기사나 주변 풍문으로 유사한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세 번째로 보수적인 전문가의 평가를 비웃는 사례가 지속해서 등장한다. 닷컴버블 초창기의 관련 기업 주가 폭등에 대해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버블이라는 전문가의 주장이 있었으나 많은 기업들이 몇 년간에 걸쳐 지속해서 주가 폭등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아래 그림은 넷스케이프가 설립된 1994년부터 2005년까지의 미국 나스닥 지수를 표시한 것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2000년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에 오히려 지수가 폭등한다. 가상화폐 역시 작년부터 버블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으나 아직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닷컴버블 붕괴 이전의 모습과 유사하다.



네 번째로 한 닷컴기업의 성공으로 여러 유사한 기업들이 탄생되고 열풍에 힘입어 근거 없는 주가상승의 혜택을 보았다는 점이다. 가상화폐의 원조인 비트코인의 성공에 힘입어 다양한 유사 가상화폐의 등장과 이들 화폐에 대한 투자 열풍 확산이 이와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투자자의 유형이 닮아있다. 원래 닷컴기업은 IT 전문 영역의 비즈니스 모델이었고 관련 기술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대상이었으나 투자 성공사례, 소위 대박을 친 사례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한 묻지마 투자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현재까지의 가상화폐 열풍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과연 가상화폐 투자는 닷컴버블과 같은 허상이며 투자자들은 모두 손해를 볼 것인가?’ 주식투자를 추세 그래프 분석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한다. 아무리 과거의 사례를 분석한다고 해서 주가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역시 그럴 것이다. 또한 닷컴버블이 진정한 버블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아마존이나 네이버, 다음 등 닷컴버블이기에 탄생한 기업들 중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실존하고 있으며 여기에 투자한 사람들은 대박을 거두었다는 사실이다.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서 필자도 확실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가상화폐와 디지털화폐는 다른 개념이며 블록체인기술의 미래가 가상화폐의 미래도 아니다. 또한 가상화폐가 주장대로 미래의 핵심 거래수단으로 정착되려면 지금 불고 있는 열풍은 어떤 형태로든 거품이 꺼지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는 예상한다. 하지만 닷컴버블 시절 가능성 하나만으로 세상에 도전했던 수많은 IT 전문가들을 생각하며 토머스 프리드먼의 말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비관론자들이 대체로 옳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은 낙관론자들이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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