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무(왼쪽 사진)가 마케팅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SK텔레콤 재직 시절 해외에서 MBA를 하면서다. 김 상무는 이러한 자신의 경력에 대해 ‘기술을 알면서 고객과 소통하는 양손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존슨앤드존슨에서 디지털 마케팅 업무를 맡으며 두번째 경력을 시작했다. 김 상무는 “130여 년 된 글로벌 회사가 디지털 혁신이라는 조직을 만들었고 여기서 디지털로 커뮤니케이션과 고객과의 관계를 새로 설정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회고했다. 김 상무에 따르면, 소비재 회사의 경우 TV나 아날로그 매체가 아닌 스마트폰, 온라인 디지털 매체로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를 맺는다.
세번째 경력은 바로 롯데마트다. 유통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옴니채널 마케팅에 가장 잘 맞는 산업이라는 것이 김 상무의 생각이다.
지금까지 다소 이례적인 경력을 쌓게 된 데 대해 김 상무는 ‘호기심이 많아서’라는 한 마디로 설명했다. 김 상무의 호기심은 고객과 미래로 향해 있다고.
“핫한 키워드들에 가슴이 뜁니다. 그 시대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술을 접하면, 구미가 당기듯 관심을 갖게 됩니다. 저도 소비자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경험하고 싶어지고, 소비자 관점에서 계속 이용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감이 생깁니다.”
디지털 모르면 고객과 ‘불통’
롯데마트에는 최고 디지털 책임자(CDO)가 없지만, CMO인 김 상무가 이커머스 마케팅까지 맡으면서 CDO 역할까지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CDO가 다른 임원들과 충돌할 때가 있는데, 김 상무는 이에 대해 이과생과 문과생에 비유하며 ‘무엇을 먼저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이야기했다. 다음은 김 상무가 밝힌 설득 노하우다.
“기술을 알기 때문에 CIO가 왜 고민하고 무엇 때문에 주저하는지 이해합니다. CIO에게는 부담이고 위험이기 때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고객과의 관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결국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시키고, 더 나아가 고객과 더 가까워진다는데 이를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요?”
김 상무는 기술을 기반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었다가 기술을 기반으로 재해석하는 사람이 됐다. 여기서 김 상무는 본질을 ‘기술’이 아닌 ‘고객’에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마트가 디지털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새로운 생활의 큐레이터’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에서 내가 알고 있는 기술과 경험을 접목시켜서 소비자에게 주고 싶은 가치가 바로 새로운 생활의 큐레이터라고 생각한다”고 김 상무는 전했다. 김 상무는 자신이 추구하는 바와 회사가 추구하는 바가 일치하는 데다 그동안 쌓았던 경험과 기술력으로 새로운 미션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김 상무는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이 크게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가 일어나고, 그 다음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으로 확산되며 디지털라이제이션으로 완성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팔다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것도 디지털 파괴고 혁신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이 하나의 가치사슬에서 일어나다 접점 채널에서 점점 더 많이 이행되면, 그 과정 자체를 디지털 변혁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직 자체가 디지털로 변화하는 것을 디지털라이제이션이라고 합니다. 점이 연결돼 선이 됩니다. 유통에서 MD, 마케팅, 점 운영, 고객 접점 활동 등 많은 시도가 일어나고 있고 그것들이 바로 혁신입니다. 이 혁신들 하나하나가 점인데, 이 점들이 이어지면서 디지털 변혁이 일어나는 겁니다.”
김 상무는 롯데마트의 디지털라이제이션에 대해 “고객이 소화하고 이해하는 눈높이에 맞춰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통회사의 주요 고객층은 40대와 50대다. 이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수준의 디지털 혁신이 바로 고객에 대한 배려라고 김 상무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