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5

칼럼 | HW 사업 축소?··· 구글의 방향성 이해하기

JR Raphael | Computerworld
요즘 들어 기술 분야에 깜짝 놀랄만한 뉴스란 드물다. 실제로 눈이 휘둥그래지고 ‘이크’ 같은 말이 튀어나오면서 대체 무슨 일인지 이해하려고 머리를 긁적이게 하는 그런 뉴스 말이다.

그런데 그런 뉴스꺼리가 3월 중순에 실제로 있었다. 구글이 노트북/태블릿 하드웨어팀 소속 직원 수십 명을 인사이동 조치하고 있다는 소식이 터진 것이다. 구글의 이런 조치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처음 언급한 대로, 프로젝트가 취소된 프로그램 관리자들과 하드웨어 엔지니어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보다 광범위한 일련의 하드웨어 관련 ‘로드맵 축소’의 일환이며 구글의 제품 라인업 ‘정리’ 계획의 첫 단계로 파악된다.

구글이 하드웨어 라인업을 정리한다니, 꽤 놀랄 만한 소식 아닌가?

구글이 그 동안 진지한 하드웨어 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 장치 제조 사업을 장기적인 목표 하에 장기적인 투자로 접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오기도 했다. 이를 감안할 때 야망을 이렇게 금방 접는다는 것이 적어도 처음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일이 흔히 그렇듯이, 표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필자의 소식통들은 (이런 상황에서 늘 그러하듯이 익명을 전제로) 수십 명이 인사이동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로 인한 ‘즉각적인’ 결과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제품 로드맵에는 변함이 없으며, 구글은 여전히 노트북 및 태블릿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글이 특정 제품 라인을 없애거나 특정 제품 카테고리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단 그들의 정보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볼 때 구글이 노트북 및 태블릿 제품 분야에 세워 두었던 ‘확장’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조치가 구글의 하드웨어 제조 사업 중 노트북/태블릿 분야에만 해당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픽셀 폰이나 구글 홈 품목 등 구글의 다른 하드웨어 프로젝트와는 무관하다. 이러한 현실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구글의 행보는 사실 그렇게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필자와 같이 하나씩 따져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첫째, 구글의 하드웨어 목표 이해
구글의 하드웨어 로드맵 축소가 갖는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려면 먼저 잠시 뒤로 물러나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구글 하드웨어 프로그램(즉, 전직 모토롤라 CEO 릭 오스텔로가 수장을 맡고 2016년 첫 픽셀 폰 출시로 시작된 이 현재 버전의 하드웨어 프로그램)의 핵심 목표는 구글이 제공하고자 하는 종류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엔드투엔드 사용자 경험에 대한 통제권을 더욱 늘리는 것이다. 오스텔로 스스로도 이 점을 여러 차례 걸쳐 분명해 말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구글이 원하는 것은 구글 서비스를 가장 중요하게 만들어서 최대한 돋보이게, 또한 사용자에게 최대한 눈에 띄고 매력적이게 보이는 방식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목표의 중심에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있는데 거기에는 예전에 다룬 바와 같이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2016년 구글의 대대적인 하드웨어 출시 파티 시점에 공개된 오스텔로와의 인터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당사가 지금 하고자 하는 혁신의 많은 부분은 결국 엔드투엔드 사용자 경험 통제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 당사는 [어시스턴트]를 실제로 완벽하게 실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 당사의 목표는 사용자들에게 가능한 한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자, 그러한 맥락을 염두에 두고 구글의 이번 하드웨어 사업 방향 변경이 의미하는 바를 다시 생각해 보자. 앞서 전제한 바와 같이 구글이 자체 하드웨어를 제작하기 시작한 목적은 사용자 경험 통제권을 얻고 구글의 서비스, 그 중에서도 특히 어시스턴트가 최적의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배치하기 위해서였다. 

안드로이드 분야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삼성 같은 회사가 구글 서비스를 우회하고 빅스비 같은 다른 대안을 홍보하는 방식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글 홈 분야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스마트 스피커 부분은 아직 비교적 신생 분야이고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데, 구글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핵심을 찌르는 무언가를 당장 내놓고 싶어했다. 구글 생태계와 어울리면서도 성공을 거둘 만한 것 말이다.

그런데 크롬북은 상황이 다르다. 크롬OS는 이 시점에 잘 자리잡고 있고 사실 꽤 성공적이다. 크롬북을 많이 만져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다양한 크롬북 간의 사용자 경험은 소프트웨어라든지 화면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놀랄 정도로 일관성이 있다.

안드로이드와 달리, 크롬OS 구성은 장치 제조사들이 거의 바꿀 수 없게 되어 있다. 구글이 운영체제의 전 요소를 통제한다. (즉 크롬OS의 업그레이드는 안드로이드의 업그레이드와는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구글은 가장 중요한 구글 어시스턴트를 비롯해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를 어디에 어떻게 제공할지 결정한다.

크롬 OS 상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배치하는 방식은 이번 하드웨어 인사이동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수 있다.

둘째, 크롬 OS 단절 고려
그 동안 크롬북 전 기종에 어시스턴트가 탑재될 것이라는 무성한 소문(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많은 물밑 준비 작업)이 있었지만 현재 어시스턴트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크롬 OS 장치는 구글의 픽셀북과 픽셀 슬레이트 두 가지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 출시 때부터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픽셀북을 사용 중인 사람으로서 판단할 때, 픽셀북에 어시스턴트가 있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다. 사실 더 이상하고 짜증날 때도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픽셀북에는 어시스턴트 접근 전용 하드웨어 버튼이 있다. 이 특수 키는 키보드 왼쪽의 컨트롤(Ctrl) 키와 알트(Alt) 키 사이에 있다. 누르면 화면 상에 어시스턴트 상자가 뜬다. 이 키를 누르는 일은 컨트롤 키나 알트 키를 누르려다 실수로 누를 때라든가 윈도우 키가 있는 부분을 손이 기억하는 대로 더듬다가 잘못 누를 때 말고는 거의 없다. (크롬OS 장치에 연결된 윈도우 키보드에서는 윈도우 키가 검색 키 역할을 한다.)

필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어시스턴트를 열 마음이 전혀 없는데 키를 잘못해서 눌러서 불러오게 되는 점에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구글은 사용자가 어시스턴트 키를 이와는 무관한 기능으로 재배치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어시스턴트가 현재 크롬북 상에서 실용적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참 좋은 질문이다. 필자의 경우 앞에 키보드가 있으면 크롬 주소 창에 직접 필요한 내용을 입력하는 것이 익숙하다는 점이 크다. 

예를 들면, 어시스턴트 키를 누른 다음 “날씨는 어떤가”라고 입력하거나 말하는 것보다 브라우저 탭을 열고 “날씨”를 입력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자연스럽다. 마찬가지로 지메일 창으로 전환해서 이메일을 작성하는 것이 어시스턴트 키를 누르고 “이메일 보내기”라고 입력하거나 말한 후 나타나는 창에서 이메일을 작성하는 것보다 빠르고 자연스럽다.

미리 알림 같은 경우에도 필자라면 어시스턴트 키를 눌러서 하느니 직접 새 탭을 열어 “내일 오후 2시에 [무엇을 하도록] 미리 알림”이라고 입력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결과는 어느 쪽이나 같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크롬북에서 어시스턴트를 실제로 사용할 때에도 어색하고 미비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어시스턴트는 자신이 노트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예컨대, 어시스턴트에게 크롬북 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물어보면 메시지 보내기나 전화 하기 같은 작업을 제안해 주는데 막상 시도하면 해당 장치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맞는 말이긴 하다.

물론 크롬북 환경에서 어시스턴트가 할 수 있는 일은 꽤 있다. 이를테면 해답 찾기, 정보 검색, 번역, 계산 등이다. 그러나 어시스턴트가 이런 작업을 하기에 가장 자연스럽거나 직접적인 방식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크롬북에 어시스턴트를 두면 플랫폼 간, 장치 간에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필자로서는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개인적인 작업 흐름에 특별히 도움이 되는지 아직 모르겠다.

구글은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는지 크롬 OS에서 어시스턴트가 제공되는 방식에 대한 개조를 시도 중이다. 현재의 구성은 폐기하는 대신 어시스턴트를 크롬북 런처에 직접 통합하는 것이다. 사용하기 간편한 카나리아 운영체제 버전에서는 이미 체험판이 나와 있다. 사용해 보니 어시스턴트는 런처의 검색 기능을 대체하고 만능 명령 프롬프트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럼 이제 이 복잡하고도 조각이 많은 퍼즐을 마지막으로 맞춰보도록 하자.

셋째, 큰 그림 퍼즐 맞추기
그럼 정리를 해보자. 구글이 자체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이유는 사용자 경험을 통제하고 구글의 서비스, 특히 구글 어시스턴트를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크롬북은 이미 일관적인 소프트웨어 경험을 제공한다. 현재 구글 자체 제작 장치에만 제공되는 전용 하드웨어 키를 통해 크롬북에 어시스턴트를 제공하려던 구글의 당초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거나 아직 임계 질량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제 구글은 크롬북에 어시스턴트를 통합하는 전혀 다른 방법을 검토 중이다. 완전한 소프트웨어 기반 방식으로서 하드웨어 사양과 관계 없이 모든 크롬 OS 장치에서 실제 운영체제의 핵심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감안하면, 또한 크롬북이 틈새 제품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구글이 가격대와 스타일 종류를 늘려 제품 라인을 확장하는 데 자원을 투자할 리가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안드로이드와 구글 홈 분야와 달리, 자사 제품으로 시장을 점유하려는 노력은 구글의 주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꽤 불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구글 자체 제작 크롬북 모델을 늘려서 파는 것은 구글 서비스가 빛이 나는, 독보적으로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에 있어서는 가치가 미미하다. 왜냐하면, 그 목표는 하드웨어적인 세세한 차이점과 무관하게 그 어떤 크롬북에서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조를 마친 어시스턴트가 생태계에 진입하고 나면 특히 그럴 것이다.

명확히 하자면, 이 글 서두에 언급했듯이, 구글이 픽셀북을 아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 논의를 촉발시킨 보도에는 “구글이 픽셀북을 버릴 계획이라는 조짐은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필자의 소식통이 전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아울러, 인사이동이 의미하는 바는 구글이 “자체 크롬북 라인을 더욱 다양한 제품 종류와 가격으로 구체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필자는 이 모든 내용에 대한 구글 측의 논평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구글은 본 기사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표면상으로 볼 때, 또한 아무런 근거 없이 성급히 내린 결론이 많아서, 처음에 소식이 나왔을 때의 기사 제목이 충격적인 것 같았다. 그러나 뒤로 한 발 물러서서 전체적인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문득 그렇게 어이 없이 놀랄 만한 일은 아닌 듯도 싶다. 오히려 합리적인 듯 하다. 지나가는 애널리스트 몇몇이 별 생각이나 관점 없이 내뱉은 비관적인 해석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조금 신중히 생각해 보면 이렇게 다른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 JR Raphael은 컴퓨터월드 객원 편집자다. ciokr@idg.co.kr



2019.03.25

칼럼 | HW 사업 축소?··· 구글의 방향성 이해하기

JR Raphael | Computerworld
요즘 들어 기술 분야에 깜짝 놀랄만한 뉴스란 드물다. 실제로 눈이 휘둥그래지고 ‘이크’ 같은 말이 튀어나오면서 대체 무슨 일인지 이해하려고 머리를 긁적이게 하는 그런 뉴스 말이다.

그런데 그런 뉴스꺼리가 3월 중순에 실제로 있었다. 구글이 노트북/태블릿 하드웨어팀 소속 직원 수십 명을 인사이동 조치하고 있다는 소식이 터진 것이다. 구글의 이런 조치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처음 언급한 대로, 프로젝트가 취소된 프로그램 관리자들과 하드웨어 엔지니어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보다 광범위한 일련의 하드웨어 관련 ‘로드맵 축소’의 일환이며 구글의 제품 라인업 ‘정리’ 계획의 첫 단계로 파악된다.

구글이 하드웨어 라인업을 정리한다니, 꽤 놀랄 만한 소식 아닌가?

구글이 그 동안 진지한 하드웨어 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 장치 제조 사업을 장기적인 목표 하에 장기적인 투자로 접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오기도 했다. 이를 감안할 때 야망을 이렇게 금방 접는다는 것이 적어도 처음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일이 흔히 그렇듯이, 표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필자의 소식통들은 (이런 상황에서 늘 그러하듯이 익명을 전제로) 수십 명이 인사이동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로 인한 ‘즉각적인’ 결과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제품 로드맵에는 변함이 없으며, 구글은 여전히 노트북 및 태블릿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글이 특정 제품 라인을 없애거나 특정 제품 카테고리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단 그들의 정보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볼 때 구글이 노트북 및 태블릿 제품 분야에 세워 두었던 ‘확장’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조치가 구글의 하드웨어 제조 사업 중 노트북/태블릿 분야에만 해당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픽셀 폰이나 구글 홈 품목 등 구글의 다른 하드웨어 프로젝트와는 무관하다. 이러한 현실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구글의 행보는 사실 그렇게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필자와 같이 하나씩 따져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첫째, 구글의 하드웨어 목표 이해
구글의 하드웨어 로드맵 축소가 갖는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려면 먼저 잠시 뒤로 물러나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구글 하드웨어 프로그램(즉, 전직 모토롤라 CEO 릭 오스텔로가 수장을 맡고 2016년 첫 픽셀 폰 출시로 시작된 이 현재 버전의 하드웨어 프로그램)의 핵심 목표는 구글이 제공하고자 하는 종류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엔드투엔드 사용자 경험에 대한 통제권을 더욱 늘리는 것이다. 오스텔로 스스로도 이 점을 여러 차례 걸쳐 분명해 말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구글이 원하는 것은 구글 서비스를 가장 중요하게 만들어서 최대한 돋보이게, 또한 사용자에게 최대한 눈에 띄고 매력적이게 보이는 방식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목표의 중심에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있는데 거기에는 예전에 다룬 바와 같이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2016년 구글의 대대적인 하드웨어 출시 파티 시점에 공개된 오스텔로와의 인터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당사가 지금 하고자 하는 혁신의 많은 부분은 결국 엔드투엔드 사용자 경험 통제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 당사는 [어시스턴트]를 실제로 완벽하게 실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 당사의 목표는 사용자들에게 가능한 한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자, 그러한 맥락을 염두에 두고 구글의 이번 하드웨어 사업 방향 변경이 의미하는 바를 다시 생각해 보자. 앞서 전제한 바와 같이 구글이 자체 하드웨어를 제작하기 시작한 목적은 사용자 경험 통제권을 얻고 구글의 서비스, 그 중에서도 특히 어시스턴트가 최적의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배치하기 위해서였다. 

안드로이드 분야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삼성 같은 회사가 구글 서비스를 우회하고 빅스비 같은 다른 대안을 홍보하는 방식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글 홈 분야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스마트 스피커 부분은 아직 비교적 신생 분야이고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데, 구글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핵심을 찌르는 무언가를 당장 내놓고 싶어했다. 구글 생태계와 어울리면서도 성공을 거둘 만한 것 말이다.

그런데 크롬북은 상황이 다르다. 크롬OS는 이 시점에 잘 자리잡고 있고 사실 꽤 성공적이다. 크롬북을 많이 만져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다양한 크롬북 간의 사용자 경험은 소프트웨어라든지 화면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놀랄 정도로 일관성이 있다.

안드로이드와 달리, 크롬OS 구성은 장치 제조사들이 거의 바꿀 수 없게 되어 있다. 구글이 운영체제의 전 요소를 통제한다. (즉 크롬OS의 업그레이드는 안드로이드의 업그레이드와는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구글은 가장 중요한 구글 어시스턴트를 비롯해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를 어디에 어떻게 제공할지 결정한다.

크롬 OS 상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배치하는 방식은 이번 하드웨어 인사이동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수 있다.

둘째, 크롬 OS 단절 고려
그 동안 크롬북 전 기종에 어시스턴트가 탑재될 것이라는 무성한 소문(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많은 물밑 준비 작업)이 있었지만 현재 어시스턴트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크롬 OS 장치는 구글의 픽셀북과 픽셀 슬레이트 두 가지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 출시 때부터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픽셀북을 사용 중인 사람으로서 판단할 때, 픽셀북에 어시스턴트가 있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다. 사실 더 이상하고 짜증날 때도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픽셀북에는 어시스턴트 접근 전용 하드웨어 버튼이 있다. 이 특수 키는 키보드 왼쪽의 컨트롤(Ctrl) 키와 알트(Alt) 키 사이에 있다. 누르면 화면 상에 어시스턴트 상자가 뜬다. 이 키를 누르는 일은 컨트롤 키나 알트 키를 누르려다 실수로 누를 때라든가 윈도우 키가 있는 부분을 손이 기억하는 대로 더듬다가 잘못 누를 때 말고는 거의 없다. (크롬OS 장치에 연결된 윈도우 키보드에서는 윈도우 키가 검색 키 역할을 한다.)

필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어시스턴트를 열 마음이 전혀 없는데 키를 잘못해서 눌러서 불러오게 되는 점에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구글은 사용자가 어시스턴트 키를 이와는 무관한 기능으로 재배치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어시스턴트가 현재 크롬북 상에서 실용적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참 좋은 질문이다. 필자의 경우 앞에 키보드가 있으면 크롬 주소 창에 직접 필요한 내용을 입력하는 것이 익숙하다는 점이 크다. 

예를 들면, 어시스턴트 키를 누른 다음 “날씨는 어떤가”라고 입력하거나 말하는 것보다 브라우저 탭을 열고 “날씨”를 입력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자연스럽다. 마찬가지로 지메일 창으로 전환해서 이메일을 작성하는 것이 어시스턴트 키를 누르고 “이메일 보내기”라고 입력하거나 말한 후 나타나는 창에서 이메일을 작성하는 것보다 빠르고 자연스럽다.

미리 알림 같은 경우에도 필자라면 어시스턴트 키를 눌러서 하느니 직접 새 탭을 열어 “내일 오후 2시에 [무엇을 하도록] 미리 알림”이라고 입력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결과는 어느 쪽이나 같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크롬북에서 어시스턴트를 실제로 사용할 때에도 어색하고 미비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어시스턴트는 자신이 노트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예컨대, 어시스턴트에게 크롬북 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물어보면 메시지 보내기나 전화 하기 같은 작업을 제안해 주는데 막상 시도하면 해당 장치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맞는 말이긴 하다.

물론 크롬북 환경에서 어시스턴트가 할 수 있는 일은 꽤 있다. 이를테면 해답 찾기, 정보 검색, 번역, 계산 등이다. 그러나 어시스턴트가 이런 작업을 하기에 가장 자연스럽거나 직접적인 방식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크롬북에 어시스턴트를 두면 플랫폼 간, 장치 간에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필자로서는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개인적인 작업 흐름에 특별히 도움이 되는지 아직 모르겠다.

구글은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는지 크롬 OS에서 어시스턴트가 제공되는 방식에 대한 개조를 시도 중이다. 현재의 구성은 폐기하는 대신 어시스턴트를 크롬북 런처에 직접 통합하는 것이다. 사용하기 간편한 카나리아 운영체제 버전에서는 이미 체험판이 나와 있다. 사용해 보니 어시스턴트는 런처의 검색 기능을 대체하고 만능 명령 프롬프트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럼 이제 이 복잡하고도 조각이 많은 퍼즐을 마지막으로 맞춰보도록 하자.

셋째, 큰 그림 퍼즐 맞추기
그럼 정리를 해보자. 구글이 자체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이유는 사용자 경험을 통제하고 구글의 서비스, 특히 구글 어시스턴트를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크롬북은 이미 일관적인 소프트웨어 경험을 제공한다. 현재 구글 자체 제작 장치에만 제공되는 전용 하드웨어 키를 통해 크롬북에 어시스턴트를 제공하려던 구글의 당초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거나 아직 임계 질량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제 구글은 크롬북에 어시스턴트를 통합하는 전혀 다른 방법을 검토 중이다. 완전한 소프트웨어 기반 방식으로서 하드웨어 사양과 관계 없이 모든 크롬 OS 장치에서 실제 운영체제의 핵심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감안하면, 또한 크롬북이 틈새 제품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구글이 가격대와 스타일 종류를 늘려 제품 라인을 확장하는 데 자원을 투자할 리가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안드로이드와 구글 홈 분야와 달리, 자사 제품으로 시장을 점유하려는 노력은 구글의 주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꽤 불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구글 자체 제작 크롬북 모델을 늘려서 파는 것은 구글 서비스가 빛이 나는, 독보적으로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에 있어서는 가치가 미미하다. 왜냐하면, 그 목표는 하드웨어적인 세세한 차이점과 무관하게 그 어떤 크롬북에서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조를 마친 어시스턴트가 생태계에 진입하고 나면 특히 그럴 것이다.

명확히 하자면, 이 글 서두에 언급했듯이, 구글이 픽셀북을 아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 논의를 촉발시킨 보도에는 “구글이 픽셀북을 버릴 계획이라는 조짐은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필자의 소식통이 전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아울러, 인사이동이 의미하는 바는 구글이 “자체 크롬북 라인을 더욱 다양한 제품 종류와 가격으로 구체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필자는 이 모든 내용에 대한 구글 측의 논평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구글은 본 기사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표면상으로 볼 때, 또한 아무런 근거 없이 성급히 내린 결론이 많아서, 처음에 소식이 나왔을 때의 기사 제목이 충격적인 것 같았다. 그러나 뒤로 한 발 물러서서 전체적인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문득 그렇게 어이 없이 놀랄 만한 일은 아닌 듯도 싶다. 오히려 합리적인 듯 하다. 지나가는 애널리스트 몇몇이 별 생각이나 관점 없이 내뱉은 비관적인 해석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조금 신중히 생각해 보면 이렇게 다른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 JR Raphael은 컴퓨터월드 객원 편집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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