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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사과'가 썩어가는가?

2016.03.29 Steven J. Vaughan-Nichols  |  Computerworld
애플이 보유한 현금은 어마어마하다. '신과 빌 게이츠의 재산을 합한 것보다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의 신제품들 또한 새로울 것 없는 것들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Credit: Rich Brooks, CC BY 2.0, via Flickr

스티브 잡스가 자신 있는 신제품을 발표할 때면 말하곤 했던 '그리고 하나 더'(One more thing)를 기억한다. IT 역사를 가로질러 손꼽힐 만한 문구로 기록되기에 손색이 없다.

물론 '그리고 하나 더'라는 문구로 표현된 제품이 늘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잔향 없이 사라져간 맥 DV라는 제품을 아는가? 만약 안다면 당신은 하드코어 애플 마니아일 것이 분명하다. 하여튼 잡스는 애플을 경이적인 속도로 부활시켜 마침내 포천 500의 끝자리에까지 올려놨다.

그의 자리는 이제 팀 쿡이 대신하고 있으며, 팀 쿡은 분명 최선을 다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조금씩일지언정 확실히 애플은 특유의 힘(mojo)을 잃어가고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신제품 발표 파티를 보자. 2종의 소형화 제품이 등장했다. 4인치 아이폰 SE와 9.7인치 아이패드 프로 태블릿이다. 모두들 알겠지만 기존 아이폰 6S와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 태블릿의 소형화 버전에 가깝다. 9.7인치 아이패드 프로의 경우 미미한 카메라 개선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다.

필자의 관점가 너무 강경한 것일 수도 있다. 애플 펜슬도 등장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더 있다.

존 브랜든은 그의 컴퓨터월드 블로그에서 이번 애플 행사에 대해 "역사상 가장 지루했던 단일 애플 이벤트"라고 평했다. (아마도 그는 기계 엔지니어들만 열광했던 아이폰 리사이클링 머신 '리암'(Liam)을 잊었나보다.)

한편 애플은 iOS 9.3을 조용히 공개했다. 그러나 이 업데이트에는 패스워드와 관련한 심각한 버그가 포함돼 있었다. 애플과 iOS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고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구기종이 하나씩 죽어나가는 듯 하다. 와이파이가 고장나거나 말이다.

크랩(crap) 소프트웨어에 대한 태도 역시 달라졌다. 이제 아이튠즈를 제거해버릴 수 없다. (아이튠즈를 진심으로 애호하는 팬이라면 의견이 다를 수 있겠다.)

오늘날 애플의 입지는 이 회사가 안겨준 흥분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부터 비롯된 흥분은 그저 심심한 수준이다. 소형화 정도인 신제품으로는 역부족이다. 어쩌면 흥분 또한 소형화시켰다고 평할 수 있겠다.

독자 중 일부는(그리고 애플 역시) 위에 언급한 내용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현실은 이 회사가 무려 2,16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회사의 매출 중 68.1%는 아이폰에서 나오며, 아이폰 매출은 지난 분기 현상 유지 수준이었다. 실제로 애플 아이폰 부품 공급사들은 물량 축소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애플은 다음 분기에 매출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오해는 마시라. 애플이 망해간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스웨덴, 아르헨티나, 대만의 GDP보다 큰 순자산을 보유한 기업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주력 제품과 관련해 어디선가 쇠락의 기운이 분명히 감지된다.

IT 분야의 글을 쓰고 있는 작가로서, 필자는 IT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 실로 애석한 경우가 많았다. - 그러나 내가 만약 IT 분야에의 투자자라면 스티브 잡스의 오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 시작할 것이다. 사과가 곯아가고 있다.

* Steven J. Vaughan-Nichols는 CP/M-80이 첨단 PC 운영체제이던 시절, 300bps 모뎀이 가장 빠른 인터넷 연결 기기였던 시절, 워드스타가 워드 프로세서 분야의 총아였던 부터 기술 및 기술 비즈니스에 대한 글을 써오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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