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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칼럼 | A walk in the clouds...

2012.02.01 정철환   |  CIO KR
IT 분야는 패션업계와 유사한 면이 있다. 한 시대를 이끄는 유행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여 년의 IT 분야를 되돌아보면 클라이언트/서버와 WYSIWYG GUI, 미들웨어, e-비즈니스, 씬 클라이언트, ASP, SOA, 가상화, 유틸리티 컴퓨팅 등 많은 새로운 개념의 컴퓨팅 추세가 몇 년을 주기로 끊임 없이 등장했다. 그리고 최근 화두는 단연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유틸리티 컴퓨팅의 발전된 개념으로 NIST의 정의를 보면 다음과 같다.

“Cloud computing is the delivery of computing as a service rather than a product, whereby shared resources, software, and information are provided to computers and other devices as a metered service over a network (typically the Internet).”

클라우드 컴퓨팅은 제공하는 서비스에 따라 IaaS, PaaS, SaaS 등으로 구분된다. 본 글에서 필자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을 다루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 기술적인 내용은 이쯤으로 하겠다. 오늘 필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렇게 최근 화두가 된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업의 IT전략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바라본 관점이다.

기업에서 IT는 비즈니스를 위한 수단이다. 궁극적으로 비즈니스의 경쟁력 강화와 수익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앞서 NIST의 클라우드 컴퓨팅에 관한 정의에는 왜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는 오늘날 클라우드 컴퓨팅을 주장하는 수 많은 IT업체들의 프레젠테이션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미흡한 요소다. 또한 필자가 많은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느낀 점이기도 하다.

기업이 새로운 IT개념을 도입하고자 할 때는 비용, 운영 효율성, 성능, 사용 편의성 등 실질적으로 도입 시 기대되는 효과가 분명할 때 의욕적인 추진이 가능하다. 더구나 요즘은 이미 대부분의 기업에 IT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적용, 운영되고 있어 새로운 시스템이 기존 시스템에 비해 확실한 우월성이 있어야 교체를 추진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가상화는 상당히 성공적으로 기업에 파고들었다. 개별적인 하드웨어를 하나의 하드웨어에 논리적으로 통합, 운영함으로써 기존 대비 비용, 운영 효율성, 성능, 사용 편의성 등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IaaS와 가장 유사하다. 따라서 IaaS는 때에 따라 매력적인 서비스로 기업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관련 시스템 소프트웨어 환경을 함께 제공하는 PaaS 역시 시장에서 수요가 제법 있을 것 같은 서비스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한계가 있다. 기업이 하드웨어와 이에 관련된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않고 외부 업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분명한 이익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별로 안 보인다. 하드웨어 가격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고 기업의 전체 시스템 구축 및 운영 예산에서 인프라의 운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기 때문이다. 또한 자체 자산으로 구현 할 때도 리스 등을 통해 매월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어 비용 면에서 큰 매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반면 기업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개발과 유지보수 부문은 SaaS에서 대상으로 하고 있는 영역이나 이는 이전에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SaaS의 조상격인 개념)가 등장한 뒤 쓴 실패를 맛본 영역이다. 또한 오늘날의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도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비용적인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해도 기업의 정보시스템을 외부에 서비스 형태로 위탁하는 것에 대한 보안 및 신뢰성 등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할 수 있지만 이런 것을 논하기에 앞서 비용적인 측면에서 이익이 없다면 아예 검토 대상도 되지 않는다.

아마도 클라우드 컴퓨팅은 당분간 구름 속을 헤맬 것 같다.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요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을 하게 될 지, 아니면 90년대의 씬 클라이언트(이 역시 요즘 언급되고 있는 데스크톱 가상화의 조상격인 개념이다)처럼 수 많은 세미나와 제품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게 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일부 분야에서는 성공적으로 기업에 적용되는 분야가 조만간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정작 기업의 핵심 고민거리에는 적합한 대안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이유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등장한 배경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기술적인 신개념의 등장이 당시 기업에서 환영받지 못했다고 해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인 발전이 바탕이 돼 IT가 한걸음 한걸음 발전해 가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문제가 되는 것은 수단이 목적을 지배하는 엔지니어적인 마인드가 주된 원인이 아닐까 한다. 즉 기술적으로 새로운 개념에 몰입한 나머지 이 신기술을 왜 사용자들이 채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소홀해진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등장한 지 10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그 동안 자동차는 더 빨라졌고, 안전해졌으며, 편안해졌으나 여전히 직접 운전을 해야 하고, 자동차 사고가 일어나며, 개인이 돈을 주고 구매해서 소유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소비자들은 자동차가 내 것이기를 바라며 자신 소유의 자동차에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는 자동차의 등장은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다.

IT업체들도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혁신적인 개념에 집착하지 말고 더 싸고, 빠르고, 편리하며 운영하기 쉬운 컴퓨팅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좀 더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IT가 기업의 시스템 운영 관행을 주도적으로 바꾸려고 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을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T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요구와 부합해야 한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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