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AI 만으로는 한계··· 개성·다양성에 미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자동차 제조업체 홀든(Holden)이 자율 운전 차량 시장 선점을 위해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공학과 디자인 계에 연간 1억 2,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대대적인 투자 계획에 따라 홀덴은 멜버른에서만 150명의 공학자를 추가로 채용하게 된다. 확실히 놀라운 소식이다. 그런데 이 분야에 더 적합해 보이는 인공 지능(AI) 또는 위치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공학자에게 선봉을 맡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학이라는 직종 특유의 적응성과 문제 해결 중시 능력은 많은 부문에서 가치를 더할 수 있다.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 교외 지역의 수질 오염 문제를 해결한 한 10대 원주민부터 생체공학 망막으로 전 세계 의학계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멜버른 대학의 여학생 그룹까지, 현지 공학자들은 현재 많은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전문가들이 오로지 수학과 물리학만으로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다. 기반이 되는 원동력은 다양한 관점과 독창적인 아이디어, 감정 지능이다. 자동화와 로봇이 점차 확산되는 환경에서 핵심은 공학 분야에 내재된 인간성을 재교육하고 다양화하는 것이다.

물질적 자산과 정신적 자산: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콴타스(Qantas) 항공 회장이자 과거 공학을 전공했던 리 클리포드는 “오스트레일리아는 고임금 국가”라면서 “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어느 수준이 되면 지적 재산(IP)의 기여도가 유형적 제조를 앞서게 된다. 우리는 손수레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첨단 IP 솔루션에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계 부품보다 각 엔지니어의 개성과 다양성에 초점을 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액센추어(Accenture)의 랜디 원더마커는 최근 기업가들이 “세계를 0과 1로 단순화하지 않는” 대학 졸업생을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및 로봇 시대에는 여전히 STEM 졸업생이 필요하다. 그러나 호기심과 탄력성, 판단력, 적응성을 가진 졸업생 역시 필요하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젊은 공학도와 숙련된 공학자가 공통적으로 가진 감정 지능 기반의 다른 개인적 특질은 무엇일까?

강점을 인식하는 역량
리는 멜버른 대학 재학 시절의 동료 학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어 성적은 우수했지만 수학을 못하는 학생이었다. 창의성도 공학에서 중요한 분야지만, 이 학생의 경우 부족한 정량 분석 기술로 인해 공학자로서 진로를 이어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우수한 공학자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모든 사실을 분석하고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는 “대신 그 친구는 유명한 작곡가가 됐다”고 말했다. “장점에 맞는 일을 하라”는 교훈이다.

탐구하는 마음가짐
필자는 수학과 물리학을 좋아했지만 사람들이 전에 시도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이 모험적인 마음가짐을 경력을 쌓아 나가는 과정에서 계속 마음에 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체된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태만으로 인한 다리 붕괴로 39명이 사망한 사건이 그 예다. 팀에 속해 일하는 경우라 해도(특히 고위 경영진에 속한 경우) ‘만일’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잘못했다면?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는 역량
알 수 없는 분야에 뛰어드는 경우 성공 가능성을 명확히 가늠할 수 없다. 그래도 계산된 위험 감수에는 가능성에 중점을 두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어떤 것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기 전에 반드시 실패가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끝없는 배움에 대한 열의
오랜 직업이 빠르게 기술로 대체되는 중이다. 리가 직장 생활을 한 기간만 봐도 엔지니어들이 10자리 대수를 손으로 계산하던 시절에서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되는 시대로 발전했다. 리는 “이 분야의 기본적인 원칙 대부분은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역량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 변화의 힘이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이끌겠지만 그만큼 새로운 스킬셋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는 바뀐다 : 인식도 따라 바뀌어야 한다
공학의 미래는 모든 곳에 있다. 필자는 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은 없지만 공학자로서 의사가 의료 기술을 만들도록 돕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리 클리포드 역시 오스트레일리아 최대 항공사의 회장이 되려는 생각으로 공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다. 적응 가능한 스킬셋을 갖추면 건강, 금융 분야, 뱅킹, 채광, 교통, 농업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기회가 열매를 맺으려면 STEM의 다양성을 개선해야 한다.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과 여성들이 공학을 진로로 택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학습을 거친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을 찾고, 이것이 창의성과 혁신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공학적 특질로서의 감정 지능에 대한 여러 기능 시험과 연구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감정 지능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여성의 지각과 소통, 이해, 관리, 사회 인지와 공감 능력이 더 높다. 그러나 필자만 해도 “여자는 공학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공학자가 아닌 다른 길을 택했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일했다. 다양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서 일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공학자 협회의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지부장인 니키 로빈슨은 최근 “사람들은 공학자라고 하면 도로나 다리를 건설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의생물공학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다양한 배경의 공학자들이 이미 실행하고 있는 혁신적인 일에 대해 소통하면 공학의 다양성을 개선하고, 로봇(우리 공학자가 그 제작에 기여하는 경우가 많은)의 일자리 대체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일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