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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조직관리 / 클라우드

칼럼 | 좋든 싫든 지금은 나약한 CEO의 시대

2014.02.27 Robert X. Cringely  |  InfoWorld
요즘 IT 업계 CEO들이 이렇게나 나약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때때로 몇몇 IT 업계 CEO의 행적이 '용기'로 둔갑하곤 하지만 사실 고객을 조롱한 우버(Uber)의 CEO 트래비스 캘러닉,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나치에 비유한 숀 파커 등의 행동은 용기가 아니라 그저 정신 나간 짓일 뿐이다.

일관된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노력하는 다른 대부분 CEO는 나약함을 원칙으로 삼은 듯하다. 예를 들어 피터 프로이헨과 같은 이전 세대의 리더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그는 얼어붙은 자신의 배설물로 칼을 만들어 구멍을 파 눈사태에서 탈출한 적이 있고, 최근 뉴욕 탐험가 클럽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리더를 지금과 비교해 보자. 코사크 자본주의 역사의,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이 노상강도 귀족들의 이야기는 스웨덴 소파에 대한 이야기보다 더 시시하다. 이러니 저널리스트들은 술이나 마실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모두가 좋아하는 소년 CEO 마크 주커버그는 지난 24일 바르셀로나의 모바일 월드 무대에 서서 참으로 멋지고도 참신한 진실의 폭탄을 떨어트렸다. 바로 'NSA가 너무 과했다'는 것이다. 아하! 우리의 지식 사회가 이 정도로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페이스북은 그러한 현실을 불편하게 느꼈었구나. 몰랐던 사실이다. 차라리 NSA가 운영하는 '고객 데이터 헌납' 항공 마일리지 프로그램에서 페이스북이 수십억 마일리지를 적립했다는 편이 실상에 더 가까울 듯하다.

법적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밝히자면, 물론 이 루머는 필자가 지어낸 것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사용자가 사망한 다음에도 데이터를 계속해서 캐내고, 더 나아가 마우스로 클릭한 부분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에서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 전체를 추적해서 사용자의 뇌파까지 분석하려 든다는 사실이 밝혀진 마당에, 필자가 지어낸 이 루머는 오히려 설득력이 충분한 듯하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다음과 같은 지침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필수 사용설명서에 포함될 것이다.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지기 전에 미리 페이스북 개인 정보 보호 설정을 손봐 둘 것’, '커피를 마시면서 무심히 시알리스나 탈모 방지제 광고 위에 마우스 커서를 올려두지 말 것’.

거세된 넷플릭스
뒤늦은 주커버그 소식보다 조금 더 최근의 일을 보자. 넷플릭스의 CEO 윌모트 리드 해스팅스 주니어는 웹을 휩쓰는 컴캐스트(Comcast) 체제에 얌전히 굴복하는 모습이다. 이 친구는 최근에 무력화된 망 중립성 법을 이용할 방법을 모색 중인 탐욕적인 인터넷 제공업체들에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항복했다.

넷플릭스는 이를 두고 고객 만족을 위한 투자라고 포장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편이 '애초에 같은 권리를 가져야 마땅한 인터넷 공간에 대해 엄청난 규모의 부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진실보다 확실히 듣기에는 좋다. 넷플릭스는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망 중립성의 무력화에 대해 ‘강력한' 반대 견해를 취했지만 이러한 사실을 사람들이 잊어주길 원하는 것 같다. 한편 인터넷 제공업체들은 이러한 망 중립성 무력화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다짐했다. 요약하자면 넷플릭스는 열차가 출발하지도 않았는데 허겁지겁 뛰어 열차에 올라탄 셈이다.

에릭 슈미트의 그릇 : 왓츠앱(WhatsApp)을 위해서는 190억 달러. 세계를 위해서는 100만 달러
구글 CEO, 에릭 슈미트도 있다. 래리와 세르게이에게서 받는 보수로 만족하지 못하는 슈미트는 '더 디지털 에이지'(The Digital Age)라는 흥미진진한 책을 썼다. 슈미트는 이 책을 홍보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여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위해 총 100만 달러를 기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결국, 구글은 왓츠앱을 위해서는 190억 달러를 서슴없이 쓰겠지만,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100만 달러밖에 못 쓰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돈은 슈미트의 사재여야 하겠지만, 슈미트의 업무추진비에서 충당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어느 쪽이든 부끄러운 일이다. 마치 50센트면 혼자서 내릴 수 있는 커피 한 잔을 4달러를 주고 사 먹기 위해 스타벅스로 향하는 도중 버려진 건물에서 암 치료를 연구하는 거지 의사들에게 1달러를 던져주는 것과 같다.

모호한 제목, 엄청나게 넓은 의미를 내포하는 주제를 보자. 그렇게 광활한 영역을 다루는 글을 쓴다면 그게 누구든 필자는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아무튼, 구글은 디지털 세계를 대부분 소유했고, 남은 부분들마저 모조리 흡수하려 들고 있다. 슈미트 대필 작가의 자리는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인다.

나델라의 동화는 계획대로 진행 중
마지막으로 나약한 말의 마법사가 되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듯한 사티야 나델라가 있다. 사티야는 앞으로 몇 년 내에 대단한 인물이 되거나, 다음과 같은 말이나 지껄이는 전혀 쓸모 없는 PR 골렘(golem)이 되겠지.

포스트-스노든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애플리케이션 모빌리티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컴퓨팅의 물질성'(빛의 속도가 여전히 중요한 부문) 때문이기도 하고, 지정학적 측면 때문이기도 하다.

이 문구를 해설하려고 애쓰지 마시라. 몇 시간 동안 애쓰면서 서서히 정신과 머리카락을 함께 잃어가다가, 결국 아무 뜻도 없는 말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아마도 어떤 앱에서 생성한, 유행어를 무작위로 섞은 문자열일지도 모른다. 그 앱은 다음 윈도우 8.1 업데이트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나델라는 어떤 말도 하지 않겠지. 필자는 나델라가 비밀스러운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AI)이 언론 행사와 키노트 연설을 위해 조종하는 CGI 환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CGI는 매주 수요일 패치가 나온 후 한 마디씩 발표한다.

스티브 잡스 우표
최근 기술 업계 CEO 중에서 유일하게 눈에 띄는 업적을 낸 인물은 스티브 잡스다. 정확히 말하면 사후의 스티브 잡스다. 잡스는 미국 우표에 들어간 최초의 기술 업계 CEO가 됨으로써 빌 게이츠와의 경쟁에서 (비록 무덤 속이라 해도) 최후의 웃는 자가 됐다(만일 미국인들이 아직도 우표를 쓴다면 훨씬 더 대단한 일이었을 텐데). 아무튼, 필자는 빌 게이츠가 먼저 죽는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한 것을 몹시 원통해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중국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가족을 저버린 비즈니스 리더는 이와 같은 명예를 받을 자격이 없다며 불평을 쏟아낸다. 그러나 어차피 정상에 올라서는 과정에서 몇 명쯤 밟지 않은 CEO는 없다. 수익에 허기진 미래의 기업에 정보 노동자를 공포에 떨게 해 더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제품 브랜딩만으로 광적인 팬보이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방법을 몸소 보여주며 미국 비즈니스 과학에 공헌한 바에 비하면 그런 것들은 하찮은 결점에 불과하다.

우리와 같은 언론 종사자들은 정치적 정당성을 잃은 CEO를 두들기기를 워낙 좋아하긴 하지만 요즘 CEO들의 모습은 너무 한심하다. 자신의 진짜 생각을 조금이라도 내보일 수 없을까? 기술 업계 CEO 여러분들은 지금 대중의 의견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기업의 왕 행세를 하면서 미국 자본주의자들의 전통을 망치고 있다. 사실 그 정도 부자들은 기소될 일도 없지 않은가? 이제 등 뒤로 손을 돌려 척추를 더듬어 찾은 다음 웅크린 등을 곧게 펴보길 바란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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