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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제조업 마인드와 소프트웨어 개발

2017.11.01 정철환  |  CIO KR
삼성전자에서 야심 차게 개발하고 발표한 인공지능 플랫폼인 빅스비의 개발 총책임자를 교체한다는 뉴스를 지난달 어느 아침에 접했다. (‘삼성전자, 빅스비 개발 책임자 전격 교체’, 2017.10.12일 자 조선비즈) 국내 기업에서 세계시장을 무대로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으로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면서 미래 사회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공지능 분야에 한국의 기업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플랫폼이 구글이나 아마존, 그리고 애플의 인공지능 플랫폼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하지만 위 뉴스를 접하면서 문득 오래전부터 가져왔던 의문이 떠올랐다. 왜 한국에는 세계수준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없는 것일까? 국내 스마트폰 하드웨어는 이미 세계 일류 수준이다. 국내 기업의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계열 제품 중 세계 최상급 제품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다. 또한 반도체 역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기계산업 부문에서 자동차는 세계 주요 생산국 중 하나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상황이 다르다. 이미 스마트폰이 시장을 형성할 초기부터 국내 관련 기업의 하드웨어 설계, 제조능력은 문제가 없으나 조속히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수도 없이 대두되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국내 스마트폰 기업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별로 달라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빅스비의 개발팀에 대해 전해 들은 바로는 많은 수의 세계수준 인재들로 구성된 팀이라고 한다. 아마도 삼성전자의 핵심 전략이었으니 개발에 대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에 이 모든 투자가 효율적으로 효과를 내었을지 조금 의심스럽다.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하드웨어의 제조는 그 근본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하드웨어는 조립 제조산업이다. 물론 CPU나 일부 칩의 개발은 소프트웨어 분야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기도 하나 큰 틀에서는 수율과 품질관리, 그리고 원가관리 등을 포함하는 제조산업의 특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의 개발도 제조산업일까? 소프트웨어 개발에 제조산업의 관리체계를 적용하려 노력한 분야가 SI 분야이다.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품질, 원가, 그리고 일정관리 등의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많은 방법론과 기법들을 개발, 적용한 분야이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마치 건설업처럼 다단계 하도급에 납기 독촉에 따른 야근, 그리고 단순 반복적인 작업으로 인한 개발자 개개인에 대한 능력 저하를 가져와 능력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회피하는 영역이 되어버렸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핵심은 사람의 복잡한 지적 능력이고 이는 제조설비를 관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관리 역량과 마인드가 필요하다.

물론 소프트웨어 개발에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품질관리도 필요하고 일정관리도 필요하며 자원관리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관리를 제조업이나 건설업의 관점에서 보고 접근하면 결코 일정수준 이상의 효율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야가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개발자에게 창의적이고 지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분야이기에 원천적으로 다른 관리 문화가 필요하다. 제조기업의 공장을 방문해보면 같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본사와는 크게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제조업은 제조업에 맞는 기업문화가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국내를 대표하는 IT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벤처문화와 소프트웨어 기업 문화가 창업 초기부터 기업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지금도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이유도 그들만이 가진 업의 특성을 잘 살려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태동기를 이끌었던 여러 SI 기업들에 대해 아쉬운 면이 많다. SI 기업 스스로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기업 문화를 육성, 발전시켜가지 못하고 단순 아웃소싱 중심의 서비스 기업으로 방향을 잡은 덕분에 현재 국내를 대표할 만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일부 성공한 중견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들은 국내 내수시장, 특히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시장의 유혹에 빠져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실패했다.

IT 산업 초기부터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정부와 여러 전문가들은 이야기해 왔다. 한때 벤처 붐이 일었을 때 그런 비전이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으니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들이 발전할 수 있었음에도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소프트웨어 기업에는 소프트웨어 기업만의 기업문화가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야 인재들이 소프트웨어 분야로 더 많이 진출할 것이다. 제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해서 소프트웨어 분야도 자체적으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것은 오산일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미래의 핵심 영역으로 떠오르는 요즘,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소프트웨어 따위는 우리가 직접 개발해도 충분해’라고 생각할까? 제조업 마인드의 핵심 중의 핵심인 자동차 회사는 그런 생각을 접었으면 좋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그리고 인공지능이 핵심으로 떠오를 미래를 앞두고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의 제조업 진출은 상대적으로 수월한가?’ 뛰어난 소프트웨어 능력을 보유한 테슬라에 대해 요즘 전해지는 뉴스들이 심상치 않은 것 같다. 소프트웨어의 개발도 어렵지만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경쟁력 있는 원가로 높은 수율로 대량생산하는 제조업도 결코 만만한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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