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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떠나야 할 때 떠나는 빌 게이츠에게 갈채를!

2020.03.18 Rob Enderle  |  Computerworld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거리를 다시 벌렸다. 다른 설립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명한 결정이다. 
 
ⓒ Kjetil Ree / Wikipedia

(알림 : 마이크로소프트는 필자의 클라이언트이고, 필자는 초보 애널리스트 시절 빌 게이츠로부터 도움 받은 적 있다. 그러나 게이츠는 약속했던 하우스 투어를 시켜주지 않았다.)

지난주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자신이 공동 설립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공식적 연계를 사실상 마감한 것이다. 게이츠는 CEO인 사트야 나델라와 여타 임원에 대해 기술 고문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외에는 자신이 추진하는 자선 사업에 전념할 계획이다. 

게이츠, 그리고 거의 45년 전에 게이츠와 폴 앨런이 설립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컴퓨팅 세계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초기 성장부터 성숙까지의 기간 동안 CEO로 일하면서 리더십과 경쟁력을 보여주었고, 이는 회사의 성공에 결정적이었다. 

단 회사의 성공은 궁극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반독점 문제를 가져왔다. IT 세계는 변화하고 있었고 (이는 잠시 후 이야기하겠다), 마이크로소프트를 IT 거대 기업으로 만든 게이츠는 과거와 달리 변화에 더 이상 어울리지 않은 듯했다. 이는 설립자에게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자주 일어나지 않은 일은 설립자가 이를 인정하고 물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게이츠는 그같이 했다. 그는 CEO에서 사임하고, 이사회 회장으로 남았다. 

게이츠가 했던 일이 언제나 눈부신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이 IT 세계의 대세가 될 무렵,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는 회사를 거의 도태시킬뻔한 실수를 연발했다. 게이츠는 CEO에서 물러나면서 스티브 발머에서 CEO 책임을 맡겼다. 발머는 CEO로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지휘할 권한을 가졌지만 그는 CEO로서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다. 게이츠는 결국 그를 퇴임시켜야 했다. 두 사람은 언제나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게이츠는 그렇게 했다. 

설립자의 영향력 
이번 이사회에서의 퇴진은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로부터 물러난 세 번째 사례이다. 그는 2006년 CEO에서 사임했고, 2014년 이사회 의장 자리도 그만 뒀다. 이제는 이사회에서도 물러났다. 

사실, 이는 대단한 것이다. 설립자는 회사에서 특별한 위력을 가진다. 그리고 흔히 언제 물러나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말년에는 회사에게 회복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일상적 직무를 그만두더라도 흔히 결정적인 순간에 개입하여 영향력을 발휘하곤 한다. 그러면서 현직 CEO를 약화시키고, 회사가 실패할 적절한 조건을 만들어낸다. 게이츠는 발머를 퇴임시킨 것 말고는 이러한 개입 행태를 보이지 않았다. 

설립자가 주변에 있는 한 사람들은 그에게 조언을 구할 것이다. 사업이 악화되면 그에게 복귀해달라고 간청한다. 설립자는 자신이 역량을 발휘하기에는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필자가 IBM에서 일했을 때 필자와 동료들은 토마스 왓슨 주니어가 복귀하면 회사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강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복귀하지 않았다. 이제는 필자도 그가 복귀하지 않은 것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장은 계속 진화하고, 그의 역량은 쓸모 없어졌고, 그의 관심은 변했다. 그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회사는 재기를 향해 움직일 수 있었다.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남아있는 한 나델라는 어떤 식으로든 지장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델라가 더 이상 훈련이 필요하지 않고 얼마든지 혼자 헤쳐나갈 수 있음이 상당 기간에 걸쳐 분명해졌다. 이제 나델라는 빌 게이츠의 거추장스러운 그림자 없이 한층 자유롭게 마이크로소프트를 자신의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이끌어갈 수 있게 됐다.  

한 시대의 마감 
게이츠의 이번 퇴진은 한 시대의 마감을 의미한다. 초창기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의 명실상부한 IT 리더였던 IBM으로부터 기민하게 지원을 얻어냈다. IBM이 만드는 모든 PC에 MS-DOS 운영 체계를 탑재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마이크로소프는 IT 진영의 최강자로서 IBM을 대체하기에 이른다. 

그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IBM이 범한 치명적 실수를 연발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구글에게 빼앗겼다. 그러나 구글 역시 비슷한 실수들을 범했다. IBM은 거의 붕괴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더 어리석었다는 주장도 타당하다. 왜냐하면 이들은 참고할만한 본보기가 있었음에도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끌던 시절, 시장의 중심축은 메인프레임으로부터 PC와 서버로 이동했고 인터넷이 시작됐다. IBM은 IT시장의 지배자로서 막강한 지위를 누리다가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사람들이 IBM 제품보다 범용 제품을 더 선호했다).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날 무렵, 회사는 반독점이라는 암운 속에 있었고, IBM은 회복 중이었으며, 구글이 유력한 회사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복귀와 함께 생명 유지 장치를 떼고 강력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 
게이츠의 이탈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의심할 바 없이 서피스 라인업을 한층 참신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스마트폰/태블릿 사업은 클라우드와 가상 윈도우를 앞세워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것보다 메인프레임에 훨씬 더 가까운 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중심 전략은 한층 공격적으로 변할 것이고, 나델라는 자신의 비전을 한층 충실하게 이행할 것이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진 전형적인 오만함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2000년대 초와는 달리,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는 IT진영에서 가장 오픈소스 지향적이고 소비자 중심적인 회사의 하나로 변신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파격적인 변신을 확인시켜 줄 몇몇 새로운 이니셔티브의 소식은 앞으로도 들려올 것이다. 

그러나 게이츠, 그리고 발머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위해 쌓은 토대가 없었다면 오늘의 마이크로소프트는 없었을 것이고, 미래의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떠날 때를 알고 물러나는 빌 게이츠에게 갈채를 보낸다. 
 
* Rob Enderle은 엔덜 그룹(Enderle Group)의 대표이자 수석 애널리스트다. 그는 포레스터리서치와 기가인포메이션그룹(Giga Information Group)의 선임 연구원이었으며 그전에는 IBM에서 내부 감사, 경쟁력 분석, 마케팅, 재무, 보안 등의 업무를 맡았다. 현재는 신기술, 보안, 리눅스 등에 대해 전문 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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