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기기 사용이 일반화된 오늘 날 전화로 회의를 여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원격지에서 전화를 걸어 회의를 진행하고 현재 위치나 활동에 대해서 잘 밝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최근 인터콜(InterCall)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화 회의 중에 ‘딴 짓’을 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무려 80%나 됐다. 물론 이 80%에 자신도 포함돼 있다고 인정하는 이는 많지 않겠지만 말이다. 직장들이 전화 회의 중에 저질렀던 ‘딴 짓’ 가운데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13가지를 소개한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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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통화하기
“이 전화 회의는 ‘사무실’에 가서 해야지.” 원격 근무 직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물론 여기서 사무실이란 한두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세면대와 변기, 그리고 욕조가 포함된 곳, 즉 화장실이다. 인터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전화 회의에 참석할 때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사무실 다음으로 화장실로 드러났다. 제발, 물 내리기 전에 소음 버튼은 꼭 눌러주시길.
잠깐, ‘나이스 샷!’이라고?
최근 ESPN은 골프에 중독돼 직장에서 해고된 한 어느 영업사원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우리는 이를 보고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골프코스에서 얼마나 많은 전화 회의에 참여했을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 골프 마니아가 있다면, 제발 회사에서 화상 회의를 도입하지는 않기를 바래야만 할 것이다. 제 아무리 재주 좋은 사람이라도 화상 회의에서는 골프 셔츠의 카라와 골프 모자, 그리고 화면 뒤로 푸르게 펼쳐진 골프장 풍경을 숨길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있나요?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전화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1~2명은 아무 말이 없는 상황과 마주하기도 한다. 인터콜의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40%는 몰래 수화기를 내려놓고 잠시 뒤 지금까지 모든 얘기를 경청해온 냥 행동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잠시의 부재 시간 동안 상사가 질문이라도 던진다면? 뒷일은 상상에 맡기겠다. 연기의 신이 아니라면 전화 회의라고 자리를 비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회의 도중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집에서 전화 회의를 하는데 개가 짖어 당황한 적이 있는가? 그럴 때마다 소음 버튼은 어찌 그리 찾기 어려운지. 인터콜 설문조사에 응답한 한 직장인은 개 주인으로서 악몽 같은 순간을 겪은 적이 있다고 했다. 전화 회의 도중 개가 집 밖으로 뛰쳐나가, 해당 직원은 이 네 발 달린 도주범과 대낮의 추격전을 벌여야 했다고. 다른 전화 회의 참석자들의 어리둥절한 표정이 여기까지 전해져 오는 듯 하다. “세라가 왜 저렇게 숨을 헐떡이지?”
비디오 게임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가 당신을 부르고 있다. 무슨 말이 더 필요 한가. 전화 회의 따위가 대수인가. 인터콜 설문조사 참여자의 25%는 전화 회의 중 비디오 게임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어쩌면 당신과 함께 전화 회의를 했던 이들 중에도 비디오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빨간 불을 켜고 쫓아오는 경찰차
오늘날의 바쁜 경영인들은 시시각각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전화 회의를 한다. 실리콘밸리의 고속도로와 시가지를 운전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핸즈프리 기능을 켜기 귀찮은 이들이 전화기를 한쪽 귀에 댄 채 운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불법이다. 하지만 이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 하다. 뒤에서 경찰차가 빨간 불을 깜박이며 쫓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거, 태닝 자국이에요?
전화 회의 참석해 본 가장 엉뚱했던 장소를 꼽으라는 질문에 한 응답자가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기상천외한 대답을 내놨다. 바로 ‘해변가에서’라는 것이다. 뜨거운 태양과 모래, 그리고 시원한 바닷바람까지. 걸리지만 않는다면, 전화 회의에 참석하기에 이보다 더 기분 좋은 곳이 또 있을까? 화상 회의도 마찬가지다. “다른 이들이 비키니를 보지 못하도록 어떻게든 태블릿 카메라가 목 위쪽만 비추게 하도록 했다”고 이 응답자는 말했다. 그렇지만 동료들이 어찌 몰랐겠는가, 그녀 옆에는 스트로베리 마가리타가 놓여 있고 목에는 근사한 태닝 자국이 있었는데 말이다.
한 손엔 수화기, 한 손엔 샌드위치
전화 회의를 하며 과자 한 조각 먹어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아예 ‘도시락과 함께 하는' 전화 회의를 권장하는 기업도 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의 관리자가 질문을 던졌을 때 입 안에 가득 찬 샌드위치로 말 문이 막히는 상황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많은 원격 근무자들이 요리를 하며 전화 회의에 참여하기도 한다. 인터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화 회의 도중 음식을 먹거나 조리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50%가 넘었다.
경마장에서 회의를?
경주마들에 대한 배팅이 끝나고, 말들이 경기장에 들어오자 관중은 열광한다. 함성 소리로 땅이 울리는 이 때, 전화 회의에 참석하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닐지 모른다. 그렇지만 인터콜 설문조사 응답자 중에는 실제로 경마장에서 전화 회의에 참석한 사람이 있었다. 심지어 영상-음성 캡쳐 컨퍼런싱 기술이 아니었다면 그 사실을 숨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사실, 그가 나중에 발각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정적이 흐를 때 들리는 코 고는 소리
인터콜 설문조사 응답자의 27%는 전화 회의 중에 잠든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시차가 상당한 동부 해안과 서부 해안에 각기 떨어진 직원들이 전화 회의를 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근무시간에 잠을 자다가는 해고 당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리를 보전한다 해도 당신이 전화 회의 도중 코를 골았던 사건은 두고두고 직장 내에서 유머의 소재로 회자될 것이다. 정신 차릴 것!
페이스북 확인에, 문자 메시지까지
솔직히 말해 전화 회의는 세상 무엇보다 따분하다. 그렇다면 그 따분함을 달랠 방법은? 많은 직장인들이 쏟아지는 잠과의 사투를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접속하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개인 이메일을 확인고 있었다. 앞 장에서 설명했다시피 모두 전화로 대화를 나누며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뭐 사실 실제 오프라인 회의에서도 테이블 밑으로 바쁘게 오가는 손가락들을 목격하기 어렵지 않은 요즘이니,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전화 회의, 쇼핑하기 딱 좋은 시간
이제 보니 전화 회의 시간은 쇼핑하기에도 좋은 시간인가 보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전화 회의 도중에 인터넷 쇼핑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은 그나마 양반이다. 한 응답자는 옷 가게 피팅 룸에서 전화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피팅 룸은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공간이라는 것일까? 그렇다곤 해도 전화 회의에 참석한 동료가 사실은 피팅 룸 안에서 아무것도 안 입고 있었다는 건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전화 회의, 제대로 해 보자
여기, 새로운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 다른 이들의 말을 주의 깊게 받아 적고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전화 회의는 잘만 하면 멀리 떨어진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한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하나의 팀이라는 의식을 기를 수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전화 회의를 잘 활용하면 원격 근무 정책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 특히나 당신이 원격 근무를 하고 있다면, 전화 회의에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결국 당신 자신의 성공에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