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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O / 리더십|조직관리

"맛은 의욕, 움직임은 성취감"··· IT 팀원을 바꾸는 메타포의 힘

2019.01.21 George Nott  |  CIO Australia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저런 ‘메타포(metaphors)’를 자주 접한다. ‘마케팅 전쟁’, ‘전진 기지’ 같은 표현이다. 이런 메타포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기업 내 의사소통을 지배하고 있다.

© Getty Images Bank

메타포란 사람이 가진 ‘사전 지식’에 의존한 표현이다.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메시지의 전달력을 높이고 더 기억에 남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직원이 평상시에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생각이나 의견을 끌어내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메타포를 별생각 없이 사용하지만 사실 무척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매니저가 특정 주제나 맥락과 관련한 메타포를 사용해 팀원의 관점이 바뀌기도 하고, 프로젝트 결과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전투를 준비하다
지난 2016년 헬싱키의 알토 대학(Aalto University)과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 연구팀은 핀란드의 공공 부문 IT 프로젝트에 투입된 각기 다른 팀원이 사용한 메타포를 주의 깊게 분석했다. 연구 대상에는 이해 관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매니저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다양한 메타포 표현을 기록하고 주제별로 분류했다. 그 결과 각 팀원의 역할과 직위, 그리고 프로젝트의 진행 단계에 따라 사용하는 메타포의 테마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의 준비 단계에서 매니저는 마치 전쟁터를 떠올릴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방어선 구축’이라던가, 어느 곳을 ‘진지’로 삼는다던가, 혹은 ‘전투 준비를 한다’ 같은 표현이다. 반면 개발자는 더 가족과 관련된 메타포를 많이 사용했다. 팀원 중 누구누구가 ‘결혼한 부부 같다’라거나, ‘신혼 기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고 ‘앞으로 나아가며,’ ‘추적해 가며’ 혹은 ‘달리는 기차’ 같은 이동과 관련된 표현도 종종 사용했다.

보고서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원 다수가 같은 분야의 다른 프로젝트에도 함께 참여했다. 어쩌면 길고 힘든 프로젝트를 함께 해온 이들 사이에 일종의 전우애가 생겼고, 다가올 길고 힘든 ‘전쟁’을 함께 이겨내자는 마인드가 생겨났을 수 있다. 그 결과 매니저는 다가올 ‘전투’에 정신적으로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른 프로젝트 팀원은 하나의 팀으로 똘똘 뭉쳐 함께 다니고, 가족 관계와 관련된 메타포를 많이 사용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설계 및 이행 단계에 접어들자 사용하는 표현이 바뀌었다. 매니저는 전쟁을 암시하는 표현 대신 종교, 자연, 또는 운동 경기와 관련된 메타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비용 산출 문서를 ‘바이블’이라고 표현한다거나, 일부 개발자가 ‘딴 세상에 사는 것 같다’고 비판하거나, ‘셰도우 복싱,’ ‘심판으로 행동하다’ 같은 표현이 빈번히 사용되었다. 반대로 개발자는 이 단계에서 비로소 전쟁 관련 메타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상대를 보고 덤빈다’라거나 ‘내전,’ ‘저격,’ ‘폭탄을 떨어뜨린다’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었다. 

연구팀은 매니저가 사용하던 전쟁 메타포가 캐주얼한 대화를 통해 급속도로 그룹 내에 전파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런 (전쟁) 메타포는 공식적인 미팅 자리는 물론, 문서로도 작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식적인 전략에서 사용되는 언어보다 확산 속도가 느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어느 쪽이건, 이런 표현이 팀 내에 전파되면서 팀원이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예를 들어 전쟁 메타포를 사용하면,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협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전쟁보다는 다른 테마의 메타포를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가족과 관계된 메타포를 사용하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도 한 프로젝트 내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정치적 협상과 합의, 그리고 타협이 중요하다는 시각을 갖게 된다. 가족이 이견을 극복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팀원을 하나의 목표 아래 결집하는 데에는 전투와 관련한 메타포만 한 것도 없다. NAB의 CTO 패트릭 라이트는 지난해 CIO 호주와의 인터뷰에서, 인-소싱(in-sourcing) 전략을 설명하며 ‘군인과 용병’으로 비유한 바 있다. 그는 “군인은 가족과 나라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다. 우리는 용병이 아니라 군인으로 구성된 IT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씁쓸한 뒷맛
그렇다면 이런 메타포는 혁신 이니셔티브를 진행하거나 중요 프로젝트가 있을 때 효과가 있을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그렇다고 단언했다. 많은 CIO가 임기 말년에 겪는 문제 중 하나는 “최전선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문제에 너무 둔감하다는 것이며, 특히 대기업의 경우 윗선에 나쁜 소식은 전달하지 않는 ‘필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더 악화한다는 것이다.

가트너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기업에서 직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문제 상황에 대해 그와 상의하려는 사람들은 줄어든다.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대해 직접 물어보는 것은 많은 이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 결과 팀원은 얼버무리거나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CIO나 IT 리더가 자유로운 의사 소통 문화를 배양하는 데 실패했다면 더 그렇다”라고 분석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메타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보고서를 만든 가트너의 리서치 디렉터 대니얼 산체즈 레이나(전 소니 유럽 지사 CIO이기도 하다)는 던지고자 하는 질문에 따라 각기 다른 테마의 메타포를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동기에 대해 질문을 할 때는 맛과 관련한 메타포를, 진척 상황을 평가할 때는 움직임과 관련한 메타포를 사용하는 식이다. 또, 행동을 촉구하려 할 때는 촉감과 관련된 메타포를 쓰면 좋다. 

맛과 관련된 표현을 들으면 우리의 뇌에서 감정과 관련된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덕분에 의욕이나 동기를 평가하기 수월해진다. 레이나는 "누군가가 얼마나 의욕적인지를 안다는 것 자체가 감정의 영역에 속해 있는 문제다.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기에 알기 쉽지 않다. 이럴 때 사용하는 맛과 관련된 메타포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번 변화가 가져온 가장 달콤한 과실은?', '이번 프로젝트에 관해 가장 뒷맛이 씁쓸한 부분이 있다면?' 같은 질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움직임과 관련한 메타포는 우리 뇌가 무의식적으로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레이나는 "CIO 역시 이러한 사실을 이용할 수 있다. 메타포가 담긴 질문을 던져 팀원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고, 동시에 성공하고 앞서 나가고자 하는 욕구를 독려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움직임과 관련된 메타포는 “목표 달성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더 남았는지?",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아닌지?", "도중에 함정에 빠질 일은 없는지?” 같은 표현이 있다.

움직임이나 이동을 나타내는 메타포를 잘 사용했던 사람이 시드니 워터(Sydney Water)의 CIO 조지 헌트다.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CIO 50행사에서 자사의 개혁 이니셔티브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 이니셔티브는 비행 중인 비행기를 업그레이드하는 것과 같다. 효율성 개선을 위해 엔진을 교체하고, 비행기를 업그레이드하면서도 고객 경험을 유지해야 하므로, 변화가 진행되는 동안 글라이더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ANZ의 그룹 경영자 제러드 플로리언도 있다. 그는 자사의 기술적 변혁을 설명하면서 "배에 속도를 더해 줄 유조선”이라거나, “춤출 줄 아는 거인”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질감, 촉감과 관련된 메타포는 실제로 이런 촉감이 피부에 닿았을 때와 같은 뇌 영역을 활성화한다. 이런 메타포를 사용했을 때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인상 깊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타포에 사용되는 촉감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머리털이 쭈뼛 서다", "부드러운 이행 과정", "울퉁불퉁한 길" 같은 표현이다.

레이나는 "CIO는 현명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언어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 메타포 역시 잘만 활용하면 팀원의 행동과 인식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툴이 될 수 있다. 물론 과용해서는 안 된다. 필요할 때, 적절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나치게 과장된 느낌을 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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