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국 의회에서는 이른바 '스타트업 비자(startup visa)'라 불리는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다.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와 고용을 하는 외국 기업인에게 비자를 내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민 법안처럼 진전이 전혀 없었다.
의회의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시행할 수 있는 유사 '스타트업 비자' 정책을 내놓았다. 26일 백악관 관계자는 상당한 액수의 투자와 함께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기업인은 '일시적 입국허가(paroled)'를 받아 미국 내에서 거주하며 기업활동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명칭은 IER(International Entrepreneur Rule)로, 미국 정부는 매년 3,000명 정도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백악관 과학기술 정책관 톰 카일은 이 정책에 대해 "행정부는 무너진 이민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대체 입법 없이 현재 법률과 충돌하지 않고 가능한 행정 명령을 발동하기로 했다. 국토안보부가 입국허가를 연장할 권한을 갖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취업 비자 없이 미국 내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국토안보부는 이미 현저한 공공의 이익이 있거나 인도주의적 이유가 있으면 영주권도 발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백악관은 일정 수준의 투자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현저한 공공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일시적 입국허가는 최대 5년간 계속되며 국토안보부 판단에 따라 임의로 중단될 수 있다. 5년 이후에는 영주권 혹은 다른 형태의 비자로 전환될 수 있다.
일시적 입국허가를 얻으려면 기업가가 상당한 규모의 현금 투자를 할 것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 투자자로부터 투자 기록을 제출하면 최소 34만 5,000달러이고, 정부를 통해 투자를 입증할 수 있다면 10만 달러 이상이다. 또한,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고용 창출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일단 새 제도를 발표하긴 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시행할 시간이 많지 않다. 수개월 내에 세부 조항이 발표되면 45일간 공개 기간을 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연말경 최종적으로 확정되는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를 불과 수주 앞둔 시점이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