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8

박승남의 畵潭 | 작은 기업, 큰 사람

박승남 | CIO KR


“죄송하지만, 우리 그룹보다 작은 그룹 출신은 뽑지 않기로 했습니다. 능력이나 경험은 딱 맞는 분인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회사를 옮겨야 되는 상황에서 헤드헌터의 추천으로 어느 그룹에 지원했을 때의 일입니다. 몇 단계를 통과하고 최종면접만 남았는데, 윗분의 뜻이 그러하다며 인사팀에서 이런 연락을 주었습니다.
사람은 적합한데, 출신 성분이 문제라니…

여기서 퀴즈 하나 드립니다.
위 그림의 좌우 붉은 동그라미 중 어느 것이 클까요?
왼쪽 동그라미가 커 보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또는 이러한 문제를 이미 풀어봐서 두 동그라미 크기가 같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왼쪽 동그라미가 커 보이는 것은 주변 동그라미 크기에 따른 ‘착시’입니다.
그리고, 크기가 같다고 말하는 분들은 기계적인 눈을 가진 특이한 체질이 아닌 한, 이 문제를 전에 풀어보았던 ‘선입관’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왼쪽 붉은색 동그라미가 아주 살짝 큽니다. (왼쪽 붉은색 동그라미를 제가 1% 정도 키워 놓았습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도 이처럼 주변 환경에 따라 ‘착시’와 경험에 의한 ‘선입관’이 작용하지 않을까요?

기업에서 내부의 인재를 못 알아봤거나 없어서, 중요직책에 외부 사람을 앉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외부에서 사람을 뽑을 때 더 큰 기업에서 일한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옆에서 지켜본 경험으로 볼 때, 이 선호도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큰 기업에서 임원이었던 분이 작은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면, ‘이론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그간 큰 기업에서 익혔던 경영기법, 큰 그림, 선진프로세스를 적용하여 기업을 혁신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러한 경험을 구현하기 위한 기업 인프라, 시스템, 양적 질적인 인적 역량 차이로 인하여, 전략은 좋으나 실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조직력 보다는 개인 역량에, 관리보다는 실무 비중이 크고, 영업이익률이 다르고, 갑을 관계에서의 위치가 다르므로 다른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만 해도 이전보다 작은 기업으로 옮겼을 때, 예전에 10억 원의 예산으로 해야 할 프로젝트를 5억 원에, 20명이 할 업무를 10명이 해야 하고, 팀장들 중심으로 지시하던 업무방식에서 전산상의 재고나 실적 차이를 찾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CCTV까지 돌려가며 문제점을 찾는 형태로 바뀌고, 마른 수건도 짜야 하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급여 수준과 직원 역량은 연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 규모에 따라 기업과 직원의 역량이 ‘평균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작은 회사라고 구성원의 개별 능력이 작은 것은 아니고, 이곳에도 뛰어난 직원들은 존재합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더 치열하고 구체적으로 일해서, 어느 큰 기업의 직원들보다도 정신력과 능력이 우수한 직원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 친구들이 넓은 시각을 가지지 못했을지는 모르겠지만, 큰 기업으로 이직하면 훨훨 날겠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집안의 파랑새를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외부에서 인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의 취약한 환경에서도 잘 단련된 보석 같은 인재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큰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두루 일하다 보니, 사람의 배경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큰 회사에 작은 사람도 있고, 작은 회사에 큰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착시’와 ‘선입감’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보면, 주변 배경이나 스펙이 아닌 그 자신이 인재인 사람이 보이지 않을까요?
무협지에 나오는 말처럼, 강호(江湖)는 넓고 고수는 많습니다.

*박승남 상무는 현재 세원그룹에서 기획본부를 맡고 있으며, 이전에는 IDS&Trust 대표, 세아그룹과 대교 CIO를 역임했으며,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로 재직하기 전에는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ciokr@idg.co.kr
 



2016.12.08

박승남의 畵潭 | 작은 기업, 큰 사람

박승남 | CIO KR


“죄송하지만, 우리 그룹보다 작은 그룹 출신은 뽑지 않기로 했습니다. 능력이나 경험은 딱 맞는 분인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회사를 옮겨야 되는 상황에서 헤드헌터의 추천으로 어느 그룹에 지원했을 때의 일입니다. 몇 단계를 통과하고 최종면접만 남았는데, 윗분의 뜻이 그러하다며 인사팀에서 이런 연락을 주었습니다.
사람은 적합한데, 출신 성분이 문제라니…

여기서 퀴즈 하나 드립니다.
위 그림의 좌우 붉은 동그라미 중 어느 것이 클까요?
왼쪽 동그라미가 커 보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또는 이러한 문제를 이미 풀어봐서 두 동그라미 크기가 같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왼쪽 동그라미가 커 보이는 것은 주변 동그라미 크기에 따른 ‘착시’입니다.
그리고, 크기가 같다고 말하는 분들은 기계적인 눈을 가진 특이한 체질이 아닌 한, 이 문제를 전에 풀어보았던 ‘선입관’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왼쪽 붉은색 동그라미가 아주 살짝 큽니다. (왼쪽 붉은색 동그라미를 제가 1% 정도 키워 놓았습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도 이처럼 주변 환경에 따라 ‘착시’와 경험에 의한 ‘선입관’이 작용하지 않을까요?

기업에서 내부의 인재를 못 알아봤거나 없어서, 중요직책에 외부 사람을 앉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외부에서 사람을 뽑을 때 더 큰 기업에서 일한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옆에서 지켜본 경험으로 볼 때, 이 선호도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큰 기업에서 임원이었던 분이 작은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면, ‘이론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그간 큰 기업에서 익혔던 경영기법, 큰 그림, 선진프로세스를 적용하여 기업을 혁신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러한 경험을 구현하기 위한 기업 인프라, 시스템, 양적 질적인 인적 역량 차이로 인하여, 전략은 좋으나 실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조직력 보다는 개인 역량에, 관리보다는 실무 비중이 크고, 영업이익률이 다르고, 갑을 관계에서의 위치가 다르므로 다른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만 해도 이전보다 작은 기업으로 옮겼을 때, 예전에 10억 원의 예산으로 해야 할 프로젝트를 5억 원에, 20명이 할 업무를 10명이 해야 하고, 팀장들 중심으로 지시하던 업무방식에서 전산상의 재고나 실적 차이를 찾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CCTV까지 돌려가며 문제점을 찾는 형태로 바뀌고, 마른 수건도 짜야 하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급여 수준과 직원 역량은 연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기업 규모에 따라 기업과 직원의 역량이 ‘평균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작은 회사라고 구성원의 개별 능력이 작은 것은 아니고, 이곳에도 뛰어난 직원들은 존재합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더 치열하고 구체적으로 일해서, 어느 큰 기업의 직원들보다도 정신력과 능력이 우수한 직원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 친구들이 넓은 시각을 가지지 못했을지는 모르겠지만, 큰 기업으로 이직하면 훨훨 날겠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집안의 파랑새를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외부에서 인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의 취약한 환경에서도 잘 단련된 보석 같은 인재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큰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두루 일하다 보니, 사람의 배경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큰 회사에 작은 사람도 있고, 작은 회사에 큰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착시’와 ‘선입감’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보면, 주변 배경이나 스펙이 아닌 그 자신이 인재인 사람이 보이지 않을까요?
무협지에 나오는 말처럼, 강호(江湖)는 넓고 고수는 많습니다.

*박승남 상무는 현재 세원그룹에서 기획본부를 맡고 있으며, 이전에는 IDS&Trust 대표, 세아그룹과 대교 CIO를 역임했으며,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로 재직하기 전에는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ciokr@idg.co.kr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