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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상사의 '터무니없는' 결정을 속단해선 안 되는 이유

2017.01.11 Paul Glen  |  Computerworld

종종 ‘완전히 틀렸다’는 생각이 드는 회사의 결정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의미 있을 수 있다. ‘틀렸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당신이 모든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


Credit: GettyImgaes 

IT부서에서 몇 주라도 일 해본 사람이라면, 몇몇 관리자의 멍청한 결정에 머리를 감싸 쥔 경험이 한 번은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풀어낸 만화 ‘딜버트(Dilbert)’가 10년 넘게 연재되고 있는걸 보면, 이는 단순히 운 나쁜 일부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각자의 성향과 경험에 따라 이런 경험 앞에서 누군가는 당혹감을, 누군가는 분노를, 무력감을 느낄 것이다. 물론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쿨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감정적 반응 속에서도 한가지 공통분모는 존재한다. 이런 상황을 겪었을 때, 우리 일반 직원들의 마음속에선 문제를 상사(나 그 위의 임원)의 멍청함에서 기인한 것으로 치부하고, 그가 정확히 뭘 했는지를 생각하지도 않은 채 영원히 그를 평가 절하 하기 쉽다는 사실이다.

물론 때론 이런 당신의 직관이 옳았고, 상사가 주관적 고집으로 인해 불편한 진실이나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한 채 부적절한 결정을 내린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리더들은 자신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또 다른 일부는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방법(그것이 아무리 멍청한 것이라도)이 실패하고 난 뒤에야 고집을 꺾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경우, 완전히 말도 안 돼 보이는 그 결정이 사실 당신 생각보다 꽤 합리적일 확률이 높다. 당신이 어떤 의사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의사 결정권자의 목표나 거시적인 원칙을 이해하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다. 몇 걸음만 물러선다면, 상황이 좀더 합리적으로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이런 상황을 겪은 필자의 첫 경험을 공유해본다. 당시 필자가 몸담았던 조직은 전세계 수만 곳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유통사 고객이 있었는데, 해당 기업은 집행 비용 수백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몇 년째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프로젝트가 일시에 중단됐다.

필자의 팀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차세대 POS 등록기 개발을 위한 인력까지 별도 고용한 상태였다. 이 고객사는 프로젝트 개시에 앞서 몇 년 전부터 값비싸고 오래된, 전속 시스템을 두 곳의 공급업체에서 구매해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체 시스템을 개발했다면 설비 비용 절감은 물론 운영 효율성이나 판매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모두 훨씬 나았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그 개발을 위해 우리를 고용한 것이었다.

우리의 눈으로 보기에, 프로젝트는 상당히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 모두 순조로웠고, 실제 주요 국가들의 몇몇 매장들에 설치한 테스트 시스템 역시 결과가 좋았다. 이 신형 시스템은 고객사가 요구하는 개방성과 신뢰도, 비용 및 운영 효율성을 훌륭히 충족하고 있었다.

정말 고무적인 진행이었다. 몇 년간 열심히 매진한 결과 우리는 성공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었다. 새로운 하드웨어를 전면적으로 생산, 유통, 지원할 준비가 끝나가고 있었다. 매니저들 역시 예감이 좋다 했고, 고객사도 만족하는 듯했다.

그렇게 순조롭던 어느 날, 고객사의 이사회가 기존의 POS 시스템을 공급하던 2개 업체의 대표들과 만났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프로젝트 전체가 전부 취소됐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몇 년에 걸쳐, 수천만 달러의 돈을 들인 시스템이 아닌가? 필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결정이었고, 도대체 어떤 멍청이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 화가 나기까지 했다. 필자가 속한 팀의 매니저 역시 분노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객사에서 파견된 프로젝트 리더에게서는 별로 동요하는 내색이 없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필자는 ‘우리의 프로젝트에 대한 고객사의 목표가 애초에 잘못 설정된 것이었으며, 그곳의 임원진은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하고 추측할 수 있었다. 필자가 본래 상상했던 이들 기업의 목표는 테크놀로지와 그것이 전달하는 비즈니스 가치였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 보니, 이들 기업은 수 백만 달러가 투자된 우리의 프로젝트를, 외부 공급자들과 맺고 있는 수천만 달러의 계약에서 꺼낼 수 있는 일종의 협상 카드로 삼고 있던 것이다. 기존 업체들을 압박하여 가격을 낮추고 시스템을 업데이트할 수 있을 만한, 그럴듯한 대안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 유통사는 원하던 것을 얻었다. 우리로서는 열심히 했던 일들이 모두 수포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원하던 바대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적어도 고객에게 있어서 그 프로젝트는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기존 업체들로부터 혹은 새로운 기술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었지만, 아마도 처음부터 공급업체들을 압박하는 쪽에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이 생긴다고 해도, 덮어놓고 의사 결정자들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서서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정말로 무엇을 원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 Paul Glen은 교육 및 컨설팅 기업 리딩 긱스의 대표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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