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3

칼럼ㅣ왜 접어야 하는가? 폴더블폰의 ‘진짜’ 존재 이유

JR Raphael | Computerworld
만약 폴더블폰이 삶을 더 편리하게 해주기 위해 고안됐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요점을 놓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초의 폴더블폰이 시끌벅적하게 등장한 이후 필자는 새삼스레 폴더블폰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폴더블폰은 분명히 새롭고, 기술 측면에서 말하자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하지만 실용적인 관점 혹은 열 손가락을 가진 인간의 입장에서 폴더블폰이 어떤 이점을 제공하는가? 아직까지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곧 폴더블폰의 다운그레이드에 가까운 기이한 타협점들이 언급되지 않는다는 의미기도 하다.
 
ⓒjanjf93, modified by IDG Comm (CC0)

처음에는 폴더블폰 유행이 받아들이기 혼란스러웠던 다른 스마트폰 트렌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궁극적으로 이전 제품보다 신선하고, 색다르며, 흥미롭게 보이도록 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래야만 점점 더 휴대폰 교체 주기가 늘어나고 있는 현시점에서 갑자기 구매할 가치가 생기게 된다.)

예를 들자면 '워터폴 디스플레이(Waterfall Display)', 베젤리스 디자인으로 인해 전면 스크린에 등장하게 된 노치(Notch)와 같이 역효과를 낳았던 요소들이 있겠다. 심지어 5G도 해당된다.  

하지만 폴더블폰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무언가 더 깊은 것이 숨겨져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디바이스 제조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폴더블폰을 구매하거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제품을 기자들이 자세히 다뤄주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추정된다. 

추측하건대 현시점의 폴더블폰은 대부분 브랜드의 마케팅 수단으로 존재한다. 폴더블폰은 해당 폼팩터가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사실상 폴더블폰은 해당 제조사가 새로운 모바일 시대를 여는 혁신 선도업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아이디어이다. 이 의도는 당신이 폴더블폰을 너무 자세히 보지 않을 때 제대로 먹힐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 대한 증거가 도처에 널려 있다. 모토로라 레이저(Motorola Razr)의 출시를 기억하는가? 이 폴더블폰은 최근 대대적으로 광고됐다. 출시 전까지 고조됐던 기대감은 가히 기념비적인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관심이 절정에 달했을 때 레이저는 일종의 거품이 됐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개최하는 대규모 신제품 공개 행사 대신 모토로라는 2019년 11월 13일 오후 11시(미국 동부 표준시) 언론을 대상으로 레이저를 공개했다. 심지어 라이브 스트리밍도 없었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해당 폴더블폰을 직접 만져볼 기회가 제공됐다. 지나서 생각해 보니 이는 3개월 후 매장에서 실제로 들을 수 있었던 삐걱거리는 잡음을 덮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된다. 

또한 모토로라 레이저가 기술적 결함을 해결해 사용할 수 있게 되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구매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많은 소매업체가 해당 제품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으며, 어떠한 판매용 제품도 받지 못했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게다가 모토로라는 테크 리뷰어들이 밝혀낸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침묵했다. 그리고 한 미디어가 수리업체 아이픽스잇(iFixIt)과 레이저의 디스플레이 문제 원인을 알아보고자 한 시도는 적극적으로 막기도 했다. 

그다음으로 이와 유사한 삼성 갤럭시 Z 플립(Galaxy Z Flip)이 있다. 이는 삼성의 두 번째 폴더블폰으로, 누구나 사용해보고 싶을 만한 제품이었다. 몇 주 동안의 엄청난 광고와 홍보를 보면 삼성은 사람들이 플립을 사용해 보길 간절히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리뷰어에게 고작 24시간이 주어졌다. 그 이후에는 플립을 반납해야 했다. 

전문적인 리뷰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는 굉장히 이상하다. 제품을 충분히 사용해보기엔 부족한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기자 커뮤니티에서는 삼성 홍보팀이 Z 플립이 아닌 갤럭시 S20 플래그십에 관심을 가지도록 은근슬쩍 유도하는 넛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미쳤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현재의 폴더블폰 제조업체들은 폴더블폰을 오랫동안 사용해보거나 구매하길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제조사들은 그저 사람들이 폴더블폰 콘셉트와 기술 아이디어에 대해 ‘우와’하고 감탄해주기만을 원한다. 현실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블랙베리 제조사인 TLC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은 것 같다. TLC는 판매하지 않으며 심지어 작동하지도 않지만,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폴더블폰 콘셉트를 선보이고 있다.)

아마도 언젠가는 폴더블폰이 존재 이유를 찾을 것이고, 구매할 가치가 있을 만큼 기술적으로 충분히 성숙해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폴더블폰의 본래 목적이 실사용과는 관련 없으며, 폴더블폰의 존재 자체가 제시하는 메시지와 더 관련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 JR Raphael은 안드로이드와 크롬 OS를 전문으로 하는 저널리스트 겸 컬럼니스트다. 컴퓨터월드에서 2010년부터 안드로이드 관련 주제를 기고해왔다. ciokr@idg.co.kr



2020.04.03

칼럼ㅣ왜 접어야 하는가? 폴더블폰의 ‘진짜’ 존재 이유

JR Raphael | Computerworld
만약 폴더블폰이 삶을 더 편리하게 해주기 위해 고안됐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요점을 놓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초의 폴더블폰이 시끌벅적하게 등장한 이후 필자는 새삼스레 폴더블폰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폴더블폰은 분명히 새롭고, 기술 측면에서 말하자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하지만 실용적인 관점 혹은 열 손가락을 가진 인간의 입장에서 폴더블폰이 어떤 이점을 제공하는가? 아직까지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곧 폴더블폰의 다운그레이드에 가까운 기이한 타협점들이 언급되지 않는다는 의미기도 하다.
 
ⓒjanjf93, modified by IDG Comm (CC0)

처음에는 폴더블폰 유행이 받아들이기 혼란스러웠던 다른 스마트폰 트렌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궁극적으로 이전 제품보다 신선하고, 색다르며, 흥미롭게 보이도록 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래야만 점점 더 휴대폰 교체 주기가 늘어나고 있는 현시점에서 갑자기 구매할 가치가 생기게 된다.)

예를 들자면 '워터폴 디스플레이(Waterfall Display)', 베젤리스 디자인으로 인해 전면 스크린에 등장하게 된 노치(Notch)와 같이 역효과를 낳았던 요소들이 있겠다. 심지어 5G도 해당된다.  

하지만 폴더블폰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무언가 더 깊은 것이 숨겨져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디바이스 제조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폴더블폰을 구매하거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제품을 기자들이 자세히 다뤄주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추정된다. 

추측하건대 현시점의 폴더블폰은 대부분 브랜드의 마케팅 수단으로 존재한다. 폴더블폰은 해당 폼팩터가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사실상 폴더블폰은 해당 제조사가 새로운 모바일 시대를 여는 혁신 선도업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아이디어이다. 이 의도는 당신이 폴더블폰을 너무 자세히 보지 않을 때 제대로 먹힐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 대한 증거가 도처에 널려 있다. 모토로라 레이저(Motorola Razr)의 출시를 기억하는가? 이 폴더블폰은 최근 대대적으로 광고됐다. 출시 전까지 고조됐던 기대감은 가히 기념비적인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관심이 절정에 달했을 때 레이저는 일종의 거품이 됐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개최하는 대규모 신제품 공개 행사 대신 모토로라는 2019년 11월 13일 오후 11시(미국 동부 표준시) 언론을 대상으로 레이저를 공개했다. 심지어 라이브 스트리밍도 없었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해당 폴더블폰을 직접 만져볼 기회가 제공됐다. 지나서 생각해 보니 이는 3개월 후 매장에서 실제로 들을 수 있었던 삐걱거리는 잡음을 덮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된다. 

또한 모토로라 레이저가 기술적 결함을 해결해 사용할 수 있게 되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구매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많은 소매업체가 해당 제품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으며, 어떠한 판매용 제품도 받지 못했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게다가 모토로라는 테크 리뷰어들이 밝혀낸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침묵했다. 그리고 한 미디어가 수리업체 아이픽스잇(iFixIt)과 레이저의 디스플레이 문제 원인을 알아보고자 한 시도는 적극적으로 막기도 했다. 

그다음으로 이와 유사한 삼성 갤럭시 Z 플립(Galaxy Z Flip)이 있다. 이는 삼성의 두 번째 폴더블폰으로, 누구나 사용해보고 싶을 만한 제품이었다. 몇 주 동안의 엄청난 광고와 홍보를 보면 삼성은 사람들이 플립을 사용해 보길 간절히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리뷰어에게 고작 24시간이 주어졌다. 그 이후에는 플립을 반납해야 했다. 

전문적인 리뷰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는 굉장히 이상하다. 제품을 충분히 사용해보기엔 부족한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기자 커뮤니티에서는 삼성 홍보팀이 Z 플립이 아닌 갤럭시 S20 플래그십에 관심을 가지도록 은근슬쩍 유도하는 넛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미쳤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현재의 폴더블폰 제조업체들은 폴더블폰을 오랫동안 사용해보거나 구매하길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제조사들은 그저 사람들이 폴더블폰 콘셉트와 기술 아이디어에 대해 ‘우와’하고 감탄해주기만을 원한다. 현실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블랙베리 제조사인 TLC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은 것 같다. TLC는 판매하지 않으며 심지어 작동하지도 않지만,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폴더블폰 콘셉트를 선보이고 있다.)

아마도 언젠가는 폴더블폰이 존재 이유를 찾을 것이고, 구매할 가치가 있을 만큼 기술적으로 충분히 성숙해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폴더블폰의 본래 목적이 실사용과는 관련 없으며, 폴더블폰의 존재 자체가 제시하는 메시지와 더 관련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 JR Raphael은 안드로이드와 크롬 OS를 전문으로 하는 저널리스트 겸 컬럼니스트다. 컴퓨터월드에서 2010년부터 안드로이드 관련 주제를 기고해왔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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