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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 비즈니스|경제

'최대 벌금 매출 5% 혹은 1억 유로', EU의 새로운 데이터 보호 법안 통과

2014.03.17 Jennifer Baker  |  IDG News Service
EU에서 시민 데이터 보호 체계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법안이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새로운 데이터 보호 규칙(Data Protection Regulation)에는 총 653인의 참석 EU 의원 가운데 621 인이 찬성표를 던졌다(반대 10 표, 기권 22 표).

이 법안을 맨 처음 발의한 공정위원회 소속 비비안 레딩 의원은 "유럽 의회의 메시지는 확실하다.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는 설명으로 이번 법안 통과의 의의를 밝혔다.

레딩은 성명서에서 "강력한 데이터 보호 규칙은 유럽을 정의하는 또 하나의 정체성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데이터 감시 스캔들과 같은 잡음은 우리 유럽에선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법안이 통과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법안 처리가 조금이라도 지연될 경우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이 5월 선거 이후 새로이 구성될 의회로 넘어가 버릴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왔다. 이번에 통과된 데이터 보호 규칙은 시행까지 EU 회원국 장관들의 승인 단계만을 남겨두게 됐다.

유럽 소비자 기구(European Consumer Organisation)의 총괄 모니크 고옌스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일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정보 보호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다. 자신들의 삶과 구매 습관, 소셜 미디어 활동, 정치적 시각, 취미, 금융 데이터, 건강 기록이 은밀히 수집, 처리되고 있지만, 이것이 어떤 의미인 지를 이해하는 소비자는 이런 행태를 바꾸기엔 턱없이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자 소비자 집단은 환영의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IT 산업은 이것이 비즈니스 활동에 또 하나의 부담이 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유럽 IT 산업의 대변 기관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유럽(DigitalEurope)은 법안이 통과된 당일 즉각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디지털유럽은 새로운 데이터 보호 규칙을 '디지털 경제를 옭아맬 족쇄'라고 평가하며 "오늘 유럽 본회의에서 통과된 규칙은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의 산업은 선진적 데이터 활용 방법론들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 규정에 얽매여 제자리 걸음 하는 사이 세계의 다른 지역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진화해나갈 것이며, 이는 유럽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개정을 통해 법안 위반 기업들에게 부과되는 최대 벌금 규모는 전세계 매출의 5% 혹은 1억 유로(1억 3,800만 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됐다. 원안은 수익의 2%를 최대 부과액으로 제시했지만, 유럽 의회가 책정 규모를 상향한 것이다.

유럽 시민에겐 이른바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가 새로이 주어지게 됐다. 이제 기업들은 고객이 자신의 개인 데이터를 말소할 것을 요청할 경우, 그것을 반드시 보유해야 할 특별한 법적 근거가 없는 한 즉각적으로 해당 요청에 응해야 한다. 유럽 의회는 이 조항이 기록을 재작성 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조항이 명시한 법적으로 보유권이 인정되는 데이터란, 뉴스 아카이브 등을 포함한다.

이제 기업들이 특정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선 그 주체로부터의 명확한 동의를 얻는 과정이 반드시 요구된다. 이 조항에 대해 비비안 레딩 의원은 "데이터 처리는 언제나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사용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동의 의사로 해석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할 것이다. 어떤 이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싶다면, 이제 기업들은 그것이 왜 필요한지, 그것을 어떤 활동에 이용할 지를 설명할 표준화된 정보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도, 피해 보상 등의 여부와 관계없이 기업들은 이 사실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공지해야 한다. 이 조항에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라는 문구가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레딩은 24시간이면 기업들이 사실을 전달하는데 충분한 시간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새로운 규칙 하에서 사용자들은 또한 기업에게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신에 관한 모든 정보를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의 경우에는 데이터 접근 요청이 '과도하고 반복적으로' 전달될 경우 해당 업무 처리 과정에 소정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이 허용된다.

데이터 보호 세부 규정 준수에 있어서는 28개 EU 가입국 전체가 아닌 기업이 기반을 둔 국가가 제시하는 조항만 이행하는 것이 인정되는 원 스톱 숍(one-stop-shop) 원칙도 시행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어떠한 기업이 해당 국가의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는 어떤 회원국이라도 제제를 가하거나 감사를 시행할 수 있다.

새로운 법률의 적용 대상은 EU 외부 국가의 기업들이라도 그들이 EU 시민의 데이터를 다룬다면 동일하게 적용된다.

오범(Ovum)의 전기 통신 규제 애널리스트 루카 스키아보니는 "원 스톱 숍 원칙이 확립되면 기업들은 각국의 서로 다른 규제들을 맞춰나가는 데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해소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럽 기반의 기업과 글로벌 기업 16곳이 모여 조직한 데이터 보호를 위한 산업 연합(Industry Coalition for Data Protection, ICDP)의 경우에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새로운 법안에 대해 이 기관은 "모든 것을 규정하려는 융통성 없는 접근은 기업들의 활동을 옭아맬 뿐이다. 새로운 법안에 포함된 내용들은 데이터 보호 기관에게도 완벽히 준수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유럽의 총괄 이사 마커스 베이러 역시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기업들 역시 비즈니스 운영을 위해 반드시 데이터를 수집, 분석, 전달해야 한다"고 이런 우려에 동조했다.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레그로(Allegro)는 성명을 통해 "이번 법안 처리의 아쉬운 점은 급박한 의회 일정을 맞춘다는 목표로 인해 진정으로 올바른 규칙 확립이라는 근본 목적이 희생됐다는 사실이다. 일부 부분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발전이 있었음은 인정한다. 그러나 조금 더 진지한 자세로 법안을 바라봤다면, 유럽 의회 의원들은 시장과 시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21세기에 걸맞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이런 의견와는 다른, 좀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국제 로펌 메이어 브라운(Mayer Brown)에서 지적 자산 그룹을 이끌고 있는 마크 프린슬리는 서면 인터뷰에서 "새로운 법률이 취하고 있는 절충적 입장은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조항들을 전체적 시각에서 살펴보면, 이것이 얼마나 신중하게 작성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EU의 프라이버시 법률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법안은 비즈니스들에겐 개인 데이터 사용 과정을 좀더 신중하게 진행할 기술과 명확한 정책을 확립하도록 하는 자극제로써의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전했다.

EU 정부의 승인을 얻고 일부 사항에 대한 개정 과정에 얼마간의 시간이 더 소요되긴 하겠지만, 모든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새로운 데이터 보호 규칙은 1995년 재정된 기존의 법령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테크놀로지 센터(Center for Democracy and Technology)의 옌스-헨릭 옙슨은 "이제 새로운 데이터 보호법은 유럽 의회의 손을 떠나 각 회원국에게 전달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썬 각 회원국들의 입장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모두가 만족할 해결책을 찾기까진 쉽지 않은 여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기존 미국과 진행해 오던 데이터 공유 활동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 역시 통과가 이뤄졌다.

미국의 대규모 감시 시스템에 대한 에드워드 스노우든의 폭로 이후 제안된 이 결의문은 찬성 544표, 반대 78표, 기권 60표의 결과로 가결됐다.

가결 이후 발표된 보고서에서 유럽 의회는 EU 회원국 및 미국 정부가 진행한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을 비난하며, EU와 미국 사이에 맺어오던 테러리스트 금융 추적 프로그램(Terrorist Finance Tracking Program, TFTP) 협정과 세이프 하버(Safe Harbor) 협정의 실행 중단을 요구했다. TFTP는 EU 시민의 은행 송금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협정이며, 세이프 하버는 프로그램에 등록한 기업들에게 EU 시민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그것의 보호를 미 상무성이 보증하는 협정이다.

결의안은 앞으로 6개월 간 16회에 걸쳐 진행될 청문회를 거쳐 최종 실행될 예정이다.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면, 의회는 미국이 EU의 기본권을 완벽히 충족할 때까지 두 집단 사이의 대서양 무역 및 투자 파트너십(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 TTIP)의 최종 승인을 보류하는 조치를 취할 전망이다.

결의안이 내세우는 주장은 강력하지만, 사실 유럽 의회는 그것을 실행할 권한을 완벽히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EU가 체결한 모든 협정의 보류 권한은 유럽 위원회가 지닌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클로드 모레즈 의원은 "스노우든은 우리에겐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진실을 알려줬다. 오늘 채택한 우리의 대응이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결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미국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면, 국제 사회가 그들의 대규모 감시 문제에 질문을 던질 것이다. 스노우든의 폭로를 따르면 오늘날의 사태는 자유 시민으로써의 권리를 지키는 문제이자 신뢰할 수 있는 국제 비즈니스를 위한 문제다. 스노우든의 용기있는 고백이 우리에게서 잊혀지기 전에, 우리는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는 강력한 감시 표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럽 의회 위원인 소피 앵트 벨트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벨트는 "지난 수 년 간 첩보 기관들은 자신들이 카우보이인 양 행동해왔다. 첩보 기관들은 우리 삶의 가장 은밀한 곳까지 발을 뻗쳤다. 그들은 우리의 웹 캠마저도 자신의 눈으로 만들었다.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 자체를 무시한 행동이다. 우리 의회는 시민의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다. 그것이 시민들이 우리에게 준 임무"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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