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의 거물들은 본업과 관계없는 자신 만의 프로젝트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선 사업 프로젝트를 이끄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훨씬 더 거창하고 이상한, 각자의 성격과 막강한 자금력에 어울리는, 그래서 어떤 경우는 곁다리라고 부르기 힘든 프로젝트들이다. 우주 여행부터 불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심취한 IT 업계의 거부들이 벌이는 곁다리 프로젝트들을 살펴 본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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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롱 나우의 시계(The Clock of the Long Now)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비밀스러운 개인용 로켓 회사부터 워싱턴 포스트에 이르기까지 수십억 달러의 돈을 거침없이 쏟아부었다. 그러나 규모와 기묘함 측면에서 롱 나우의 시계에 필적할 만한 프로젝트는 거의 없을 것이다. 베조스가 수백만 달러를 기부한 롱 나우 재단의 프로젝트인 롱 나우의 시계는 현재 텍사스 산속 깊은 곳에 만들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1만 년 동안 작동하게 된다. 이 시계는 현재의 문명을 뛰어넘는 시간까지 작동하면서 인간에게 매우 긴 시간의 관점에서 사고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다지 실용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2014년에 인쇄 신문사를 소유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Credit: Chime mechanism for the Clock of the Long Now. Timothy Faust/Flickr
빌 게이츠: 자선 활동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지난 10년 동안 자신의 재단을 발판으로 사회적 변화라는 비전을 실현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빌 게이츠는 AIDS 퇴치, 변기의 재발명과 같은 여러 가지 일에 수십억 달러를 썼다. 다만 기술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분야의 문제에 첨단 기술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게이츠 본인은 전 세계 인터넷 이용 환경보다 말라리아 백신에 더 우선 순위를 두는 듯하다.
래리 엘리슨: 요트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열렬한 요트 마니아다.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요트 중 하나를 소유하기도 했다. 또한 항상 요트 경기장을 찾으며, 아메리카 컵에서 수년 동안 이어진 외국 팀들의 독주를 물리치고 미국 팀이 우승하는 데 있어 큰 역할도 했다. 엘리슨은 경기가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열리도록 하는 데도 힘을 썼는데, 지역 사회에서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또한 엘리슨은 죽음이 자신을 매우 분노케 한다며 죽음을 물리치기 위한 재단을 설립하는 다소 황당한 일을 벌이기도 했다. Credit: Ellison at the Louis Vuitton Cup challenger series yacht race. REUTERS/Peter Andrews
세르게이 브린: 육체를 보호하고 강화하기
생명의 유한함은 래리 엘리슨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파킨슨 병 연구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 자신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직접 계산한 결과 언젠가 파킨슨 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약 50%라는 결과를 얻은 것도 기부의 이유였을 것이다. 브린은 요가, 체조, 아크로배틱스, 다이빙 등 몸을 단련하고 균형을 개선하도록 고안된 여러 가지 운동도 시작했다. Credit: Martyn Williams
엘론 머스크: 하이퍼루프(Hyperloop)
엘론 머스크는 페이팔의 초창기 멤버로 백만장자가 되었지만 두 가지 보조 프로젝트인 개인 우주 여행 회사 스페이스X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도 각각 성공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더욱 무모한 엘론 머스크의 계획을 살펴보자. 바로 하이퍼루프다. 승객을 캡슐에 태워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로스앤젤레스 분지까지 시속 1290km 속도로 쏘아 보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압축 공기 수송관이다. 재정 문제를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고속 철도 계획을 대체하기 위한 이 제안은 교통 전문가들로부터 허황된 이야기라는 빈축을 샀다. 그러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늘 저항에 직면하는 법이다. Credit: Image from Musk's proposal
피터 티엘 : 해상 국가 건설(Seasteading)
역시 페이팔 공동 설립자 출신인 피터 티엘의 포부는 더욱 크다. 기존 정부의 통제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자유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티엘은 자신이 공동 설립한 시스테딩 협회(Seasteading Institute)를 통해 공해상에 떠 있는 플랫폼 도시를 만들 계획이다. 현실화된다면 무법 천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거대 정부로부터의 훌륭한 은신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최초의 시스테드 구조물인 "클럽스테드(Clubstead)"라는 호텔은 성공적인 인디고고(IndieGogo)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아직 착공하지 못한 상황이다. Credit: The Seasteading Institute
폴 앨런: 인간의 뇌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은 두뇌와 의식의 원리에 대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졌고 인공 및 자연 지능에 대한 연구에 연구 자금을 대기도 했다. 시에틀에 소재한 앨런 두뇌 과학 협회(Allen Institute for Brain Science)는 인간 두뇌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다. 앨런은 NFL의 시에틀 시호크스도 소유하고 있다. 두뇌 연구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선수들의 두뇌 부상과 관련하여 조사를 받고 있는 스포츠에도 참여한다는 아이러니도 그에게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Credit: Miles Harris/Wikipedia
앤드류 메이슨: 하들리 워킹(Hardly Workin')
그루폰 창업자 앤드류 메이슨은 좋든 나쁘든 그루폰의 독특한 문화와 사업 방식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수익 저하에 직면했을 때 메이슨은 솔직담백한 서신을 공개했는데, 이 서신의 말미에 "이 경험을 바탕으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할 계획"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 일이란 바로 비즈니스 동기 부여를 위해 자비로 발매한 음악 앨범인 ‘하들리 워킹(Hardly Workin)’이다. 메이슨은 펑크 밴드 빅 블랙(Big Black)의 설립자이자 PJ 하비 및 너바나의 프로듀서이자 포크 뮤지션인 제니 질레스피와 결혼한 스티브 알비니 밑에서 몇 년 전에 인턴을 지낸 적이 있다. 야후 뮤직은 하들리 워킹에 대해 "데이브 매튜스 노래를 재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Credit: Hardly Workin' album cover art
마크 주커버그: 부티크식 도살장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매년 자기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2009년은 매일 넥타이 하기였고, 2010년은 중국어 배우기, 2011년은 자신이 직접 도살한 동물만 먹기였다. 주커버그는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동물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속 가능한 농업과 동물 사육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2년, 주커버그는 팔로 알토 시장에서 스테이크를 사먹는가 하면 페이스북에서 치킨 맥너겟에 좋아요를 표시하기도 했다. Credit: REUTERS/Jonathan Ernst
스티브 잡스: 오디오 애호가
실리콘 밸리의 거물이라고 해서 모두가 딴짓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공동 창업자로서 가장 유명하지만 그가 설립한 다른 두 회사 픽사(Pixar)와 넥스트(NeXT) 역시 보조 프로젝트로 치부하기엔 너무 비중이 크다. 넥스트스텝(NeXTSTEP) OS는 OS X와 iOS의 토대이므로 지금의 애플은 넥스트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잡스는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대부분 음악을 들었는데, 뭔가를 대충 하는 법이 없고 돈도 많았던 그는 10만 달러짜리 스테레오 장비를 통해 음악을 즐겼다. 디지털 음악은 애플에게 훌륭한 비즈니스로 자리잡았는데, 잡스 본인은 구식 레코드 판을 더 선호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