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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창대했으나...' 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흥망 이야기

2017.02.10 Paul Rubens  |  CIO




레드햇과 호튼웍스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그러나 설립 한달 만에 첫 상용 상품 사이아노젠OS 를 선보인 사이아노젠이 이 선도자들처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당시로서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사이아노젠 OS는 사이아노젠모드에 기반을 둔 펌웨어 배포판으로, 구글 플레이 등 구글 전속 앱 및 오디오FX, 갤러리, 테마 추저, 테마 스토어 등 일명 C-앱(C-Apps)로 알려진 사이아노젠의 자체 앱들을 포함해 이용 편의성을 개선해가기 시작했다.

사이아노젠모드는 1,000만 이상의 사용자 기반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샤오미(Xiaomi), OPPO, 원플러스(OnePlus, OPPO의 계열사다) 등 중국 휴대전화 제조사들과 기술 라이선싱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시점부터 상황은 이상하게 전개된다. 2014년 10월, 구글이 사이아노젠 인수 논의를 전면 철회한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이에 대응해 사이아노젠 측은 다른 기업들로부터의 투자를 물색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당시 사이아노젠이 자체 평가한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 선이었다.

시간이 지나 2015년 초, 월 스트리트 저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이아노젠에 대한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자사 윈도우 기반 모바일 플랫폼을 폐기하고 사이아노젠OS 기반 도구를 활용해 신형 안드로이드 기반 마이크로소프트 폰의 근간으로 삼는 계획을 고려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고,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출시하는 전략을 개시했다. 이어 2015년 4월, 사이아노젠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며 마이크로소프트 앱 및 서비스를 자사 사이아노젠 OS에 통합하는 등의 협력 구상을 소개했다.

이후(12.11 업데이트를 통해) 사이아노젠 OS는 마이크로소프트 앱 및 서비스를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열기’ 메뉴를 통해 지원함으로써 OS가 미 지원 파일 유형을 접했을 때 관련 앱을 제안하는 변화를 적용했다.

이와 별도로 진행되던 원플러스와의 파트너십의 경우 두 회사 간의 입장 충돌로 인해 와해되고 만다. 이와 관련해 사이아노젠의 실수로 인해 인도에서 발생한 한 사건이 이 파트너십 결렬에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이아노젠은 인도 시장에서 저가 스마트폰 제조사 마이크로맥스(MicroMax)와 독점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로 인해 원플러스가 인도 시장에서 판매하던 사이아노젠 OS 기반 헤드셋이 일시적으로 판매 금지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사이아노젠의 내리막길은 2016년 한층 가속화됐다. 16년 중반 이들 기업은 다수의 직원을 정리해고 하고, 시애틀 지사의 경우 아예 그 운영을 중단했다. CEO 키트 맥마스터는 사임했고, 콘딕 역시 이사회에서 내려와야 했다. 11월 콘딕은 공식적으로 회사를 떠난다고 발표했고, 본 기사와 관련한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2월 23일, 사이아노젠은 다음과 같은 짤막한 공고를 내놓는다: “그간 이뤄져 온 사이아노젠의 정리 과정의 일환으로, 자사의 모든 서비스 및 사이아노젠 지원 빌드들은 16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전면 중단됩니다. 단 개인적인 사이아노젠 모드 구축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우리의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소스 코드는 지속적으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정리하자면 사이아노젠모드라는 이름 자체는 남아있지만, 활성 프로젝트로서의 수명은 사실상 끝난 것이다. 사용자들에게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그들이 완전히 버림받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이아노젠의 기존 사용자들은 간단한 조치 만으로 운영중인 다른 대안 펌웨어, 혹은 기기의 본 펌웨어로 이전이 가능하다.

(만약 비즈니스의 차원에서 이용해오던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스폰서가 사라지고 다른 명확한 대안도 없는 경우라면, 상황은 이처럼 다행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어떤 기업이 소스 코드를 취해 자체 개발 작업(또는 개발 의뢰)를 진행하거나, 다른 누군가가 프로젝트를 맡는 상황을 기대해볼 수는 있겠다.)

그리고 사이아노젠모드에게 바로 이런 상황이 일어났다. 사이아노젠모드 커뮤니티의 몇몇 구성원은 사이아노젠 측과 독립된 별도의 이름으로 이 프로젝트를 지속해볼 계획을 세웠고, 그에 따라 코드를 분파한 리니어지OS(LineageOS)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상업 조직에 의해 버림받은 프로젝트가 지속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리브레오피스(LibreOffice) 프로젝트는 오픈오피스(OpenOffice)가 오라클에 의해 버림받은 이후 분파된 경우고, 스위트CRM(SuiteCRM)의 경우 슈거CRM(SugarCRM)이 자사 CRM 상품의 오픈소스 버전 배포를 중단한 이후, 그리고 놈 리눅스(Gnome Linux) 데스크탑 환경의 파일 매니저인 노틸러스(Nautilus, 현재는 놈 파일즈(Gnome Files)로 명칭이 변경됐다)는 이젤(Eazel)이 비즈니스를 중단한지 오래인 현재까지도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솔루션이다.

오라클이 MySQL을 인수한 후에도 유사한 상황이 전개됐지만, 이 경우에는 커뮤니티의 기존 구성원들이 아닌, 오라클을 배척해온 개발자들이 마리아DB(MariaDB)라는 평행 프로젝트 지속을 선택한 것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사이아노젠모드의 작업을 계승함으로써 리니어지OS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현재로선 확정적인 해석을 내놓긴 어려운 상황이다. 본 기사를 기획하며 개발진 측에 관련 문의를 전달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는 상태다.

다만 리니어지OS의 앞길에 놓인 한가지 문제는 추측이 가능하다. 사이아노젠모드는 매우 복잡한 프로젝트이며, 당시의 성과를 거두는 데에는 1억 달러 선으로 추정되는 벤처 펀딩의 역할이 주효했다. 즉 리니어지OS 역시 후원을 제공할 상업 기관을 찾지 못한다면 그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는 것이다.

스위트CRM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후원사인 세일즈애자일리티(SalesAgility)의 CEO 그렉 소퍼는 “(한차례 버림받은) 프로젝트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와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정성적 조건이 갖춰지더라도, 상업 기관의 개발 후원이 없다면 리니어지OS 같은 프로젝트가 지속되기엔 현실적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투자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리니어지OS 역시 고사하고 말 것이라 본다”라고 분석했다.

소퍼의 말처럼 리니어지와 같은 프로젝트가 헌신적인 커뮤니티 차원의 노력만으로 생존, 번창하기란 불가능한 일일까? 답은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 Paul Rubens 는 영국에 거주하는 테크놀로지 저널리스트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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