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5

골프인문학| 거리와 방향

김민철 | CIO KR
이번 칼럼에서는 지난 글에서 말한 인간다운 골프와 동물적인 골프의 보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다른 모든 일에서도 그러하거니와, 불타오르는 욕망을 절제하지 못한 채 충동에 의해 지배되는 골프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한 냉철하고 합리적인 골프를 할 때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이다.

골프라는 경기는 크게 롱게임과 숏게임으로 나뉜다. 롱게임은 말 그대로 거리가 먼 곳에서 드라이버나 우드 혹은 아이언으로 공을 쳐서 그린 위에 올리거나 더 좋은 경우에는 홀 가까이 붙이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반대로 숏게임은 짧은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플레이를 지칭한다. 롱게임의 결과가 좋을 때는 온그린이 되어 퍼팅을 통해 버디나 파를 노리게 되겠지만, 롱게임의 결과가 의도한 만큼 좋지 못했을 때는 어프로치를 통해 홀에 붙여서 파세이브를 하고자 시도하게 된다.

문제는 어떤 목표와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 두 가지 국면을 대하는가 하는 것이다. 많은, 아니 대다수의 아마추어 골퍼들뿐 아니라 프로 지망생들은 물론 상당수 프로들도 롱게임에서는 거리가 중요하고, 숏게임에서는 방향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판단은 더 깊이 생각할 필요조차 없이 직관적으로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피상적으로 볼 때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좀 더 깊이 관찰하고 생각해 보면 정반대의 결론이 나오는 경우는 적지 않다. 물이 든 컵 속의 빨대가 굽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례를 들면 어떤 독자분께서는 “그것은 물리학적이고 사실적인 판단이니, 이런 합리성에 대한 판단과는 맞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실지 모른다.

그분의 지적은 타당하며, 나는 당연히 다른 증거를 들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민족사관과 식민사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이는 민족사관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지만, 그 반대의 역할을 하는 식민사관에 대해서는 혐오하고 치를 떤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에 만주나 산둥반도를 지배했다는 등의 내용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어떠하겠는가? 우수성이나 열등함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우수성을 강조하자면 비교 대상은 열등한 존재로 전락해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식민사관도 일본인들의 입장에서는 민족사관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견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판단이 오류인 경우는 이밖에도 얼마든지 있다. 골프에서 거리와 방향에 대한 생각도 이와 유사한 부류에 속한다.

골프 경기에서 최선이자 이상적인 경기 운영은 거리와 방향, 두 가지 모두에서 정확성을 겸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PGA에서 활약하는 세계적인 골퍼들조차도 그런 장점을 자임하지 못할 것이다. 싱글은커녕 안정적인 보기플레이어가 10%도 되지 않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둘 중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 선택해야 하며, 앞서 말한 것처럼 피상적인 판단만으로는 합리성을 보장할 수 없다. 실상은 정반대인 것이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롱게임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거리가 아닌 방향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구처럼 한 타석에서 적게는 세 번에서 많게는 열 번 가까이에 이르기까지 타격 기회가 주어질 뿐 아니라, 130도에 이르는 넓은 범위 내에만 타구를 넣으면 되기 때문에 때에 따라 홈런을 노리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골프는 전혀 다르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골프 클럽의 특성이다. 만약 8번 아이언 거리가 110m인 어떤 초보 골퍼가 130m가 남은 상황에서 8번 아이언을 가지고 있는 힘을 다해 거리를 맞추고자 한다면 대다수 골퍼들은 “어프로치가 아니라면 하나의 클럽을 가지고 여러 거리를 커버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경우에는 6번 아이언을 잡아야 한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이버라는 동일한 클럽을 가지고 거리를 더 내려고 하는 골퍼 역시 동일한 충고를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아무리 거리를 더 내려고 노력해 보았자 고도의 과학으로 설계된 클럽의 특성상 오차 범위가 10%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굳은 의지와 결심으로 이를 악물고 드라이버를 휘둘렀을 때 최선의 결과는 세컨샷에서 15~20m 정도의 이득을 보는 것이다. 7번 아이언을 잡아야 할 상황에 8번이나 9번 아이언을 잡는 상황으로 바뀌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적지 않은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원하는 방향으로 똑바로 날아갔을 때의 이상적인 최선의 결과일 뿐이며, 그런 일은 정말 너무나도 드물게 일어남을 너도 알고 나도 안다. 차선으로 거리에 있어서는 성공적이었으나 방향 상으로 약간의 오차가 생겼을 경우, 실제로 남는 거리는 별 차이가 없거나 더 많이 남게 된다. 방향이 좋았다면 곧바로 가는 길을 돌아서 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물론 차선 또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경우 가능성은 둘 중의 하나이다.

첫째는 심한 훅이나 슬라이스가 나서 OB 지역 혹은 해저드에 들어가거나, 운이 좋아 라이가 좋지 못한 깊은 러프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 가장 지혜로운 대책은 이전 샷의 오류를 인정하고 두 타 정도를 잃는 것을 기정사실로 한 뒤, 그때부터라도 안정된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은 실수를 만회할 욕심에 눈이 멀어 또 다시 무리한 샷을 하고, 더블파 이상의 스코어로 홀을 마무리하고 만다.

둘째는 이른바 ‘뽕샷’이나 ‘뱀샷’이 나와서, 세컨샷에서 엄청나게 부담이 가는 혹은 투온 자체가 불가능한 거리를 남겨두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그린 방향으로 무리 없이 공을 보낸 후, 어프로치와 투펏을 통해 보기를 확보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하지만 대다수 아마추어들은 투온을 하겠노라고 다시 한 번 거리에 집중한 나머지 세컷샷에서도 티샷과 유사한 실수를 범하고, 평정심을 잃은 채 실수를 거듭하다가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를 범하기 십상이다.

티샷의 거리에 욕심을 부린 홀의 성적을 평균적으로 계산해 보라. 싱글골퍼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면 최소 더블보기에서 트리플보기 이상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열 번 혹은 스무 번에 한두 번 찾아오는 운 좋은 멋진 샷만을 기억하고,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실력이며 이번에도 그런 샷을 구사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어쩌다 한 번 터진 잭팟이 운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에 의한 것임을 확신하다가 전 재산을 탕진하는 도박꾼과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반대로 자신의 평균 비거리보다 10~20m 정도를 희생하더라도 안정된 티샷을 구사하고자 노력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세컨샷 역시 그런 전략으로 안정된 방향을 추구하여 그린 근처로 보내고, 욕심부리지 않는 어프로치와 퍼팅으로 보기를 기록한다. 매 홀 이런 전략을 추구한다면, 전체적으로 보기플레이 정도를 기록할 것이고, 전 세계 골퍼 중 상위 10% 이내에 어렵지 않게 들 수 있다.

롱게임에서 거리가 아니라 방향을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확률적인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다.

반대로 숏게임에서는 방향이 아니라 거리를 중시해야 한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온그린만 되면 “버디찬스!”를 외치며 흥분한다. 그리고 방향은 어찌 비슷할지 몰라도 힘 조절을 못 한 채 쓰리퍼팅이나 포퍼팅을 한 뒤, “에이, 버디가 보기 됐네”라고 투덜거린다. 첫 번째 퍼팅이 홀컵을 스치거나 혹은 홀컵에 맞고 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버디를 도둑맞기라도 한 양 흥분해 마지않는다.

하지만 프로들에게 그런 상황은 너무나도 부끄럽고 어이없는 경우일 뿐이다. 사실 프로들은 온그린이 되었다고 해서 그렇게 흥분하지도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오히려 남은 거리가 10여m 이상 되거나 라이가 좋지 못하면 혹시라도 다음에 부담스러운 퍼팅이 남지 않을까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긴장한다. 말 그대로 “깊은 물가에 선 것처럼 혹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전전긍긍 조심조심 플레이하여 홀컵 주변에 붙여서 쉽게 파를 기록하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숏게임에서 거리를 중시한다고 해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퍼팅이나 어프로치를 하는 골퍼는 없다. 약간의 실수가 나오더라도, 거리가 맞는다면 다음에 훨씬 쉽고 안정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욕심을 이기지 못 하고 방향만을 중시하다가 다음 번에 부담되는 퍼팅을 남기게 되면, 부담이 또 다른 부담과 긴장을 낳아 실수를 연발하기 쉽다. 숏게임에서 방향이 아닌 거리를 중시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합리적인 근거 때문이다.


프로들은 위기에 처하면 한 타를 잃고 다음 번 기회를 기다리는 반면, 아마추어들은 환상적인 굿샷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다가 경기를 망치고 만다. 프로들의 경기를 감상할 때 고수들은 그들의 안정적인 게임 플랜과 매니지먼트에 감탄하는 반면, 하수들은 어쩌다 한 번 나오는 환상적인 샷에 매료된다.

매일 하루에 수백에서 천 번 이상의 샷을 연습하는 프로들에게도 한 경기에 한두 번 나올
까 말까 하는 환상적인 샷을 “내가 이 홀, 이 샷에서 반드시 해내겠어”라고 동반자가 말한다면 당신은 마음속으로 비웃음을 금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다음 홀에서 당신도 똑같은 태도로 샷에 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와 글쓰기를 해 왔다. 몇 권의 전문서적과 교양서적을 저술하여 학술원과 문광부 등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0세에 우연히 골프를 시작하여, 독학으로 8개월여 만에 싱글 타수를 기록하고, 11개월 만에 군소 단체 티칭 프로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현재는 혁명적인 레슨으로 모든 골퍼들에게 1년 내에 싱글 진입을 보장하는 <베리타스골프아카데미(http://cafe.naver.com/veritasgolfacademy)>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ciokr@idg.co.kr
 



2016.11.15

골프인문학| 거리와 방향

김민철 | CIO KR
이번 칼럼에서는 지난 글에서 말한 인간다운 골프와 동물적인 골프의 보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다른 모든 일에서도 그러하거니와, 불타오르는 욕망을 절제하지 못한 채 충동에 의해 지배되는 골프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한 냉철하고 합리적인 골프를 할 때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는 것이다.

골프라는 경기는 크게 롱게임과 숏게임으로 나뉜다. 롱게임은 말 그대로 거리가 먼 곳에서 드라이버나 우드 혹은 아이언으로 공을 쳐서 그린 위에 올리거나 더 좋은 경우에는 홀 가까이 붙이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반대로 숏게임은 짧은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플레이를 지칭한다. 롱게임의 결과가 좋을 때는 온그린이 되어 퍼팅을 통해 버디나 파를 노리게 되겠지만, 롱게임의 결과가 의도한 만큼 좋지 못했을 때는 어프로치를 통해 홀에 붙여서 파세이브를 하고자 시도하게 된다.

문제는 어떤 목표와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 두 가지 국면을 대하는가 하는 것이다. 많은, 아니 대다수의 아마추어 골퍼들뿐 아니라 프로 지망생들은 물론 상당수 프로들도 롱게임에서는 거리가 중요하고, 숏게임에서는 방향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판단은 더 깊이 생각할 필요조차 없이 직관적으로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피상적으로 볼 때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좀 더 깊이 관찰하고 생각해 보면 정반대의 결론이 나오는 경우는 적지 않다. 물이 든 컵 속의 빨대가 굽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례를 들면 어떤 독자분께서는 “그것은 물리학적이고 사실적인 판단이니, 이런 합리성에 대한 판단과는 맞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실지 모른다.

그분의 지적은 타당하며, 나는 당연히 다른 증거를 들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민족사관과 식민사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이는 민족사관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지만, 그 반대의 역할을 하는 식민사관에 대해서는 혐오하고 치를 떤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에 만주나 산둥반도를 지배했다는 등의 내용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어떠하겠는가? 우수성이나 열등함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우수성을 강조하자면 비교 대상은 열등한 존재로 전락해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식민사관도 일본인들의 입장에서는 민족사관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견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판단이 오류인 경우는 이밖에도 얼마든지 있다. 골프에서 거리와 방향에 대한 생각도 이와 유사한 부류에 속한다.

골프 경기에서 최선이자 이상적인 경기 운영은 거리와 방향, 두 가지 모두에서 정확성을 겸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PGA에서 활약하는 세계적인 골퍼들조차도 그런 장점을 자임하지 못할 것이다. 싱글은커녕 안정적인 보기플레이어가 10%도 되지 않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둘 중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 선택해야 하며, 앞서 말한 것처럼 피상적인 판단만으로는 합리성을 보장할 수 없다. 실상은 정반대인 것이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롱게임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거리가 아닌 방향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구처럼 한 타석에서 적게는 세 번에서 많게는 열 번 가까이에 이르기까지 타격 기회가 주어질 뿐 아니라, 130도에 이르는 넓은 범위 내에만 타구를 넣으면 되기 때문에 때에 따라 홈런을 노리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골프는 전혀 다르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골프 클럽의 특성이다. 만약 8번 아이언 거리가 110m인 어떤 초보 골퍼가 130m가 남은 상황에서 8번 아이언을 가지고 있는 힘을 다해 거리를 맞추고자 한다면 대다수 골퍼들은 “어프로치가 아니라면 하나의 클럽을 가지고 여러 거리를 커버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 경우에는 6번 아이언을 잡아야 한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이버라는 동일한 클럽을 가지고 거리를 더 내려고 하는 골퍼 역시 동일한 충고를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아무리 거리를 더 내려고 노력해 보았자 고도의 과학으로 설계된 클럽의 특성상 오차 범위가 10%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굳은 의지와 결심으로 이를 악물고 드라이버를 휘둘렀을 때 최선의 결과는 세컨샷에서 15~20m 정도의 이득을 보는 것이다. 7번 아이언을 잡아야 할 상황에 8번이나 9번 아이언을 잡는 상황으로 바뀌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적지 않은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원하는 방향으로 똑바로 날아갔을 때의 이상적인 최선의 결과일 뿐이며, 그런 일은 정말 너무나도 드물게 일어남을 너도 알고 나도 안다. 차선으로 거리에 있어서는 성공적이었으나 방향 상으로 약간의 오차가 생겼을 경우, 실제로 남는 거리는 별 차이가 없거나 더 많이 남게 된다. 방향이 좋았다면 곧바로 가는 길을 돌아서 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물론 차선 또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경우 가능성은 둘 중의 하나이다.

첫째는 심한 훅이나 슬라이스가 나서 OB 지역 혹은 해저드에 들어가거나, 운이 좋아 라이가 좋지 못한 깊은 러프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 가장 지혜로운 대책은 이전 샷의 오류를 인정하고 두 타 정도를 잃는 것을 기정사실로 한 뒤, 그때부터라도 안정된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은 실수를 만회할 욕심에 눈이 멀어 또 다시 무리한 샷을 하고, 더블파 이상의 스코어로 홀을 마무리하고 만다.

둘째는 이른바 ‘뽕샷’이나 ‘뱀샷’이 나와서, 세컨샷에서 엄청나게 부담이 가는 혹은 투온 자체가 불가능한 거리를 남겨두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그린 방향으로 무리 없이 공을 보낸 후, 어프로치와 투펏을 통해 보기를 확보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하지만 대다수 아마추어들은 투온을 하겠노라고 다시 한 번 거리에 집중한 나머지 세컷샷에서도 티샷과 유사한 실수를 범하고, 평정심을 잃은 채 실수를 거듭하다가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를 범하기 십상이다.

티샷의 거리에 욕심을 부린 홀의 성적을 평균적으로 계산해 보라. 싱글골퍼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면 최소 더블보기에서 트리플보기 이상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열 번 혹은 스무 번에 한두 번 찾아오는 운 좋은 멋진 샷만을 기억하고,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실력이며 이번에도 그런 샷을 구사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어쩌다 한 번 터진 잭팟이 운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에 의한 것임을 확신하다가 전 재산을 탕진하는 도박꾼과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반대로 자신의 평균 비거리보다 10~20m 정도를 희생하더라도 안정된 티샷을 구사하고자 노력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세컨샷 역시 그런 전략으로 안정된 방향을 추구하여 그린 근처로 보내고, 욕심부리지 않는 어프로치와 퍼팅으로 보기를 기록한다. 매 홀 이런 전략을 추구한다면, 전체적으로 보기플레이 정도를 기록할 것이고, 전 세계 골퍼 중 상위 10% 이내에 어렵지 않게 들 수 있다.

롱게임에서 거리가 아니라 방향을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확률적인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다.

반대로 숏게임에서는 방향이 아니라 거리를 중시해야 한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온그린만 되면 “버디찬스!”를 외치며 흥분한다. 그리고 방향은 어찌 비슷할지 몰라도 힘 조절을 못 한 채 쓰리퍼팅이나 포퍼팅을 한 뒤, “에이, 버디가 보기 됐네”라고 투덜거린다. 첫 번째 퍼팅이 홀컵을 스치거나 혹은 홀컵에 맞고 튀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버디를 도둑맞기라도 한 양 흥분해 마지않는다.

하지만 프로들에게 그런 상황은 너무나도 부끄럽고 어이없는 경우일 뿐이다. 사실 프로들은 온그린이 되었다고 해서 그렇게 흥분하지도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오히려 남은 거리가 10여m 이상 되거나 라이가 좋지 못하면 혹시라도 다음에 부담스러운 퍼팅이 남지 않을까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긴장한다. 말 그대로 “깊은 물가에 선 것처럼 혹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전전긍긍 조심조심 플레이하여 홀컵 주변에 붙여서 쉽게 파를 기록하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 쉰다.

숏게임에서 거리를 중시한다고 해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퍼팅이나 어프로치를 하는 골퍼는 없다. 약간의 실수가 나오더라도, 거리가 맞는다면 다음에 훨씬 쉽고 안정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욕심을 이기지 못 하고 방향만을 중시하다가 다음 번에 부담되는 퍼팅을 남기게 되면, 부담이 또 다른 부담과 긴장을 낳아 실수를 연발하기 쉽다. 숏게임에서 방향이 아닌 거리를 중시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합리적인 근거 때문이다.


프로들은 위기에 처하면 한 타를 잃고 다음 번 기회를 기다리는 반면, 아마추어들은 환상적인 굿샷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다가 경기를 망치고 만다. 프로들의 경기를 감상할 때 고수들은 그들의 안정적인 게임 플랜과 매니지먼트에 감탄하는 반면, 하수들은 어쩌다 한 번 나오는 환상적인 샷에 매료된다.

매일 하루에 수백에서 천 번 이상의 샷을 연습하는 프로들에게도 한 경기에 한두 번 나올
까 말까 하는 환상적인 샷을 “내가 이 홀, 이 샷에서 반드시 해내겠어”라고 동반자가 말한다면 당신은 마음속으로 비웃음을 금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다음 홀에서 당신도 똑같은 태도로 샷에 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와 글쓰기를 해 왔다. 몇 권의 전문서적과 교양서적을 저술하여 학술원과 문광부 등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0세에 우연히 골프를 시작하여, 독학으로 8개월여 만에 싱글 타수를 기록하고, 11개월 만에 군소 단체 티칭 프로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현재는 혁명적인 레슨으로 모든 골퍼들에게 1년 내에 싱글 진입을 보장하는 <베리타스골프아카데미(http://cafe.naver.com/veritasgolfacademy)>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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