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5

골프인문학 | 동반자의 교훈

김민철 | CIO KR
골프에서 커다란 목표를 세워 놓고 혼자 힘으로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물론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한 어려움이다. 그다음으로 힘든 것은 적절한 라운딩 기회와 동반자를 구하는 일이다.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조인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연습 라운딩 기회를 가지기는 훨씬 수월해졌지만, 부킹 매니저에 의해 무작위로 조인이 이루어지는 만큼 연습 파트너로 걸맞은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운이 좋은 경우에는 이른바 ‘왕싱글’들과 라운딩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리 고수라도 아마추어는 아마추어일 뿐이라, 챔피언 티와 화이트 티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최소 5~10점 정도의 차이가 난다. 함께 챔피언 티에서 경기를 한다면 20개 이상의 차이가 나는 셈이니, 연습 파트너로 적절하다 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 기회가 주어지면 그나마도 감사할 뿐이다. 대개의 경우는 최소 핸디 30~60개 내외의 동반자들과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찍부터 그런 어려움이란 혼자 골프를 하는 헝그리 골퍼의 숙명이라 받아들이고, 조인을 통해 연습 라운딩을 갈 때면 동반자들의 매너가 좋기만을 기도하곤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반자가 스윙할 때 스윙 연습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큰 소리로 수다를 떠는 경우도 쉽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나와 동반 라운딩을 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갈린다. 한편에는 당연히 놀라움과 감탄형이 있다. 내가 프로임을 떠벌이지 않는데다, 나이로 보나 복장으로 보나, 그리고 혼자 조인으로 라운딩하러 다니는 것으로 보나 프로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프로처럼 치시네요”라고 말하면서 “정말 좋은 구경 했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함께 라운딩해본 사람 중에 최고로 잘 치시네요”라고 말하곤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지만, 나도 겸손과 감사의 말로 응답하곤 한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대개 보통 수준의 중급 골퍼들이지만, 얼핏 보더라도 구력이나 실력 면에서 싱글임에 분명한 분들이 고개를 숙이면서, “저도 싱글까지 쳤지만, 수준이 다르시네요. 반성하고 연습장에 가서 오늘 배운 대로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그런 경우에는 상대방의 인품이 느껴지면서 더욱 커다란 감사의 말을 건네곤 한다.

그런데 골프 좀 치고, 동네 연습장에서 콧방귀 좀 뀐다는 사람들이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그에 못지않게 자주 경험한다. 첫 번째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의 전말은 다음과 같았다. 3~4년쯤 전에 조인을 통한 라운딩에서 처음 동반자들을 만나 인사를 하는데, 저편에서 얼핏 보기에도 수백만 원 이상이 들어간 복장에 삐까뻔쩍한 도구를 갖춘 중년 신사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손을 내밀고 인사를 청해서 분위기 좋게 라운딩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분이 먼저 티샷을 했는데 자세도 좋고 거리도 많이 나는 편이라, ‘아 잘 치는 분이시구나’라는 생각으로 함께 경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서너 홀이 지나면서 그분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차츰 말이 없어지더니, 급기야는 나에게 짜증스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그러한 태도의 변화와 더불어 경기력에도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어깨에 힘이 바싹 들어가서 수차례 OB와 탑볼을 치면서, 처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나는 그런 분위기에 어색해하면서 이유를 궁금해했는데, 이내 까닭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날 그분은 친구와 동행이었는데, 평소 그 친구에게 골프 상급자로서 언제나 한 수 가르쳐주는 입장이었다. 그 친구 역시 그분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던 듯했다. 그런데 그날은 그러던 친구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내게 향한 것이다. 나의 플레이에 대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모시고 싶네요”라며 거듭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드라이버 거리가 얼마나 나가세요?”라는 질문에 대략 240m 정도 됩니다”라고 대답하자, 상급자인 자신의 친구에게 “이봐, 자네가 260m 정도 나간다면서?”라고 반문을 하기도 했다.

아마추어로서는 훌륭한 경기력을 갖추었지만, 나의 우드 거리와 비슷한 드라이버 비거리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 정도라면 최고의 비거리를 냈을 때도 220m에 미치지 못 한다. 그동안의 허풍이 여실히 드러나게 된 것이다. “야, 그건 젊을 때 얘기지”라고 얼버무렸지만, 질문을 받은 당사자는 심하게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대화의 맥락으로 보아 당시에도 자신이 그 정도 비거리를 낸다고 자랑을 해 왔음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니 그분의 심리상태와 경기력의 변화가 어디에서 연유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후 그런 일이 심심치 않게 반복되었다. 구력도 오래되었음이 분명하고 경기력도 뛰어난 동반자가 다른 동반자들에게 대하는 것과 달리 내게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다가, 홀이 거듭되면서 경기력이 무너지고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는 일을 종종 겪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연습장 옆 타석에서 연습하던 사람에게서도 그런 반응을 경험하는 일도 있었다 대개는 반대의 반응을 보이지만 말이다.

골프란 축구나 야구, 테니스 등과 같이 상대방과 상호작용하며 하는 경기가 아니다. 동반자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혼자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집중력을 높여 실수를 줄여 가면 최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동반자가 자신보다 월등한 경기력을 보인다면, 어떤 점을 배워야 할지 고민하면서 더 좋은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프로들을 동반하고 라운딩을 하고자 하면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와 동반 라운딩을 하게 된 사람들은 운이 좋은 셈이다. 돈을 내지 않고 프로와 라운딩을 함께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점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하곤 한다. 그리고 그날 배운 내용을 연습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어설픈 자만심에 상대방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고 시기하다 보면 그런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된다. “프로답지 않은 복장과 도구에, 혼자 다니는 모습으로 보아 저 사람은 프로일 리가 없어. 그러면 내가 저 사람을 이겨야 해. 그런데 저놈은 뭔 비거리가 저리 많이 나지? 체격이 좋아서 그럴 거야. 아 자존심 상해. 다음 홀에서는 한 번 보여줘서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려야지”라는 마음에 스윙이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 종합격투기 경기를 시청하다가 소름 끼치는 경험을 했다.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던 랭킹 1, 2위 간의 맞대결이 있었는데, 2위에게 완패를 당한 1위 선수가 “오늘 컨디션은 최고였다. 그렇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상대방이 이렇게 준비를 철저히 해서 잘 싸울 줄 몰랐다”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것이다. 나는 평소 그날 승리한 2위 선수를 좋아했지만, 그 인터뷰 내용을 들으면서 패배한 선수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좋지 못한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보다는 변명하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류의 변명이다. 그런데 “오늘 나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실력이 부족했다”라고 당당히 밝힌 그 선수는 그날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냉철히 분석하고 열심히 노력하여 더욱 나은 선수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골프가 다른 경기와 구분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골프는 멘탈 게임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자신도 그런 실수를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살펴보는 것, 그리고 그런 반성의 결과에 대해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그 말의 핵심적 의미일 것이다. 이런 사실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자신과 전혀 동반자로 인해 경기력이 무너지는 어이없는 일을 겪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정반대의 바람직할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교훈이 골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님은 물론이기도 하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와 글쓰기를 해 왔다 몇 권의 전문 서적과 교양서적을 저술하여 학술원과 문광부 등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0세에 우연히 골프를 시작하여 독학으로 8개월여 만에 싱글 타수를 기록하고 11개월 만에 군소 단체 티칭 프로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세계 최고의 골프 교습가를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ciokr@idg.co.kr
 



2016.07.15

골프인문학 | 동반자의 교훈

김민철 | CIO KR
골프에서 커다란 목표를 세워 놓고 혼자 힘으로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물론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한 어려움이다. 그다음으로 힘든 것은 적절한 라운딩 기회와 동반자를 구하는 일이다.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조인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연습 라운딩 기회를 가지기는 훨씬 수월해졌지만, 부킹 매니저에 의해 무작위로 조인이 이루어지는 만큼 연습 파트너로 걸맞은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운이 좋은 경우에는 이른바 ‘왕싱글’들과 라운딩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리 고수라도 아마추어는 아마추어일 뿐이라, 챔피언 티와 화이트 티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최소 5~10점 정도의 차이가 난다. 함께 챔피언 티에서 경기를 한다면 20개 이상의 차이가 나는 셈이니, 연습 파트너로 적절하다 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 기회가 주어지면 그나마도 감사할 뿐이다. 대개의 경우는 최소 핸디 30~60개 내외의 동반자들과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찍부터 그런 어려움이란 혼자 골프를 하는 헝그리 골퍼의 숙명이라 받아들이고, 조인을 통해 연습 라운딩을 갈 때면 동반자들의 매너가 좋기만을 기도하곤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반자가 스윙할 때 스윙 연습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큰 소리로 수다를 떠는 경우도 쉽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나와 동반 라운딩을 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갈린다. 한편에는 당연히 놀라움과 감탄형이 있다. 내가 프로임을 떠벌이지 않는데다, 나이로 보나 복장으로 보나, 그리고 혼자 조인으로 라운딩하러 다니는 것으로 보나 프로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프로처럼 치시네요”라고 말하면서 “정말 좋은 구경 했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함께 라운딩해본 사람 중에 최고로 잘 치시네요”라고 말하곤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지만, 나도 겸손과 감사의 말로 응답하곤 한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대개 보통 수준의 중급 골퍼들이지만, 얼핏 보더라도 구력이나 실력 면에서 싱글임에 분명한 분들이 고개를 숙이면서, “저도 싱글까지 쳤지만, 수준이 다르시네요. 반성하고 연습장에 가서 오늘 배운 대로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그런 경우에는 상대방의 인품이 느껴지면서 더욱 커다란 감사의 말을 건네곤 한다.

그런데 골프 좀 치고, 동네 연습장에서 콧방귀 좀 뀐다는 사람들이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그에 못지않게 자주 경험한다. 첫 번째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의 전말은 다음과 같았다. 3~4년쯤 전에 조인을 통한 라운딩에서 처음 동반자들을 만나 인사를 하는데, 저편에서 얼핏 보기에도 수백만 원 이상이 들어간 복장에 삐까뻔쩍한 도구를 갖춘 중년 신사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손을 내밀고 인사를 청해서 분위기 좋게 라운딩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분이 먼저 티샷을 했는데 자세도 좋고 거리도 많이 나는 편이라, ‘아 잘 치는 분이시구나’라는 생각으로 함께 경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서너 홀이 지나면서 그분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차츰 말이 없어지더니, 급기야는 나에게 짜증스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그러한 태도의 변화와 더불어 경기력에도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어깨에 힘이 바싹 들어가서 수차례 OB와 탑볼을 치면서, 처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나는 그런 분위기에 어색해하면서 이유를 궁금해했는데, 이내 까닭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날 그분은 친구와 동행이었는데, 평소 그 친구에게 골프 상급자로서 언제나 한 수 가르쳐주는 입장이었다. 그 친구 역시 그분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던 듯했다. 그런데 그날은 그러던 친구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내게 향한 것이다. 나의 플레이에 대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모시고 싶네요”라며 거듭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드라이버 거리가 얼마나 나가세요?”라는 질문에 대략 240m 정도 됩니다”라고 대답하자, 상급자인 자신의 친구에게 “이봐, 자네가 260m 정도 나간다면서?”라고 반문을 하기도 했다.

아마추어로서는 훌륭한 경기력을 갖추었지만, 나의 우드 거리와 비슷한 드라이버 비거리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 정도라면 최고의 비거리를 냈을 때도 220m에 미치지 못 한다. 그동안의 허풍이 여실히 드러나게 된 것이다. “야, 그건 젊을 때 얘기지”라고 얼버무렸지만, 질문을 받은 당사자는 심하게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대화의 맥락으로 보아 당시에도 자신이 그 정도 비거리를 낸다고 자랑을 해 왔음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니 그분의 심리상태와 경기력의 변화가 어디에서 연유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후 그런 일이 심심치 않게 반복되었다. 구력도 오래되었음이 분명하고 경기력도 뛰어난 동반자가 다른 동반자들에게 대하는 것과 달리 내게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다가, 홀이 거듭되면서 경기력이 무너지고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는 일을 종종 겪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연습장 옆 타석에서 연습하던 사람에게서도 그런 반응을 경험하는 일도 있었다 대개는 반대의 반응을 보이지만 말이다.

골프란 축구나 야구, 테니스 등과 같이 상대방과 상호작용하며 하는 경기가 아니다. 동반자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혼자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집중력을 높여 실수를 줄여 가면 최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동반자가 자신보다 월등한 경기력을 보인다면, 어떤 점을 배워야 할지 고민하면서 더 좋은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프로들을 동반하고 라운딩을 하고자 하면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와 동반 라운딩을 하게 된 사람들은 운이 좋은 셈이다. 돈을 내지 않고 프로와 라운딩을 함께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점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하곤 한다. 그리고 그날 배운 내용을 연습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어설픈 자만심에 상대방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고 시기하다 보면 그런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된다. “프로답지 않은 복장과 도구에, 혼자 다니는 모습으로 보아 저 사람은 프로일 리가 없어. 그러면 내가 저 사람을 이겨야 해. 그런데 저놈은 뭔 비거리가 저리 많이 나지? 체격이 좋아서 그럴 거야. 아 자존심 상해. 다음 홀에서는 한 번 보여줘서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려야지”라는 마음에 스윙이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 종합격투기 경기를 시청하다가 소름 끼치는 경험을 했다.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던 랭킹 1, 2위 간의 맞대결이 있었는데, 2위에게 완패를 당한 1위 선수가 “오늘 컨디션은 최고였다. 그렇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상대방이 이렇게 준비를 철저히 해서 잘 싸울 줄 몰랐다”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것이다. 나는 평소 그날 승리한 2위 선수를 좋아했지만, 그 인터뷰 내용을 들으면서 패배한 선수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좋지 못한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보다는 변명하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류의 변명이다. 그런데 “오늘 나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실력이 부족했다”라고 당당히 밝힌 그 선수는 그날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냉철히 분석하고 열심히 노력하여 더욱 나은 선수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골프가 다른 경기와 구분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골프는 멘탈 게임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자신도 그런 실수를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보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살펴보는 것, 그리고 그런 반성의 결과에 대해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그 말의 핵심적 의미일 것이다. 이런 사실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자신과 전혀 동반자로 인해 경기력이 무너지는 어이없는 일을 겪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정반대의 바람직할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교훈이 골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님은 물론이기도 하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와 글쓰기를 해 왔다 몇 권의 전문 서적과 교양서적을 저술하여 학술원과 문광부 등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0세에 우연히 골프를 시작하여 독학으로 8개월여 만에 싱글 타수를 기록하고 11개월 만에 군소 단체 티칭 프로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세계 최고의 골프 교습가를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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