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5

골프인문학 | 공부와 골프

김민철 | CIO KR
얼마 전 한 TV 예능 프로에서 서울대 출신 연기자가 출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당시 MC와 패널들은 그가 고3 때 드라마를 보았다는 말에 경악했으며, 잠도 비교적 많이 잤다고 하자 “아니 밤새워 공부 안 했어요?, 나보다 잠 많이 잤는데…”라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이른바 ‘3당 4락’으로 표현되는 이런 생각이야말로 공부, 나아가 무언가를 성취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이다.

로스쿨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답답했던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많은 학생들은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독서실에 앉아서 책을 보곤 했지만, 그렇게 해서 성적이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그렇게 공부해서 과연 효율이 올라? 인간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을 텐데?”라고 묻곤 했는데,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사실 점심 먹고 나면 집중이 잘 안 돼요. 하지만 책 앞에 앉아 있기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요”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과거 북한에서는 ‘새벽 별 보기 운동’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노동을 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삽을 들고 땅을 파는 것과 같은 단순 노동은 그런 식으로 효율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공부나 신기술의 개발이나 습득과 같이 집중력이 필요한 많은 분야에서 그런 방법은 오히려 목표 달성을 그르칠 뿐이다.

나는 그들에게 내 경험을 토대로 한 그리고 합리적인 공부의 방법을 알려주곤 했다. “시간이 아니라 분량으로 목표를 정하라. 자신에게 주어진 전체 시간에 자신이 해야 할 양을 파악하고, 하루에 어느 정도 분량을 공부하면 그것을 해낼 수 있는지 산출하라. 절대 하루의 공부량을 무리하게 잡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루에 해야 할 분량이 정해지면 그 분량을 완수한 후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도록 하라. 자신에게 상을 줌으로써 내일 다시 공부할 수 있는 동력을 얻어야 한다.”

이런 공부법의 놀라운 효과는 설명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다. 고교 수학의 예를 들어보자. 먼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문제집을 고른다. 어렵게 느껴지는 것보다는 다소 쉽게 느껴져서 성취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좋다. 문제집이 200쪽이라고 하면, 하루에 딱 두 쪽씩만 풀고 논다. 물론 분량이 많지 않은 만큼 단순한 풀이가 아니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일요일은 쉬더라도 3개월 정도면 다 풀 수 있다. 문제집 내에도 문제가 없는 쪽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조금 수준이 높은 문제집을 풀고, 그다음에는 더 수준이 높은 문제집을 푸는 식으로 공부하면 1년이 안 되어 놀면서도 수학을 정복할 수 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이다. 온종일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그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가르친 학생들에게 언제나 이런 방법을 권하고, 또 내가 통제할 수 있다면 그렇게 실천하도록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조카였다. 그는 고3으로 올라가던 겨울방학에 우리 집에서 보름 정도를 머물렀는데, 나는 그에게 영어와 수학, 사탐 과목에 대해 적절한 분량의 과제를 주고 알아서 공부하도록 한 뒤 검사하는 방법으로 공부를 지도해 주었다. 그가 실제로 공부한 시간은 하루에 세 시간도 채 되지 않았으며, 나머지 대부분 시간은 즐겁게 놀며 지냈는데도, 보름 동안 그가 공부해낸 양은 실로 엄청났다. 영어와 언어 문제집 반 권 이상, 그리고 사탐 교재 2/3가량을 정독하고 이해해 낸 것이다.

이렇게 시간 대비 엄청난 효율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집중력을 높이는 공부법에 있었다. 나는 조카에게 집중하기만 하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분량을 과제로 내주었으며, 그 과제를 이수해야만 그 날의 일과를 마감하도록 했다. 삼촌이 반드시 약속을 지키는 사람임을 잘 아는 조카는 자신이 자유시간을 가지고 즐겁게 놀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그렇게 그는 혼자서는 온종일 책상에 앉아있어도 해내지 못 했을 분량을 매일 세 시간 이내에 정복한 것이다. 대학원 시절 내게 영어 과외를 받았던 학생은 유사한 방법으로 불과 8개월 만에 수능 영어 성적이 10점대에서 78점까지 수직상승하여, 당당히 4년제 대학에 입학하기도 했다.

그것은 실제로 내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박사과정을 마치기까지 공부를 해 온 방법이기도 했으며, 불혹의 나이에 시작한 골프에서도 독학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된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처음에 골프를 시작하여 프로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는 무작정 열심히 연습했다. 보통 하루에 1,000개 이상의 스윙을 연습했으며, 어떤 날은 하루에 드라이버만 1,500개를 치기도 했다. 운동 신경도 탁월했던지라, 1년도 안 되어 싱글 골퍼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이후에도 나는 쉬지 않고 정진했는데 2년이 다 되어 가던 어느 날 “이런 식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이다. 프로의 수준에 이르고, 선수 출신의 어린 골퍼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어떤 운동이든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좋은 자세가 필수적이며, 골프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십 년의 구력이 쌓이면 많은 사람들이 싱글의 수준에 이르지만, 챔피언 티에서 핸디캡 0의 수준에 근접해야 하는 프로골퍼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일반 골퍼들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올바르지 못한 자세인 것이다. 좋은 자세를 가지지 못 하면 비거리와 정확성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절감한 나는 단순히 정해진 지점에 공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자세를 통해 그런 목표를 달성하는 훈련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해야겠다는 마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노력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나는 공부할 때의 경험을 되살려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훈련 방법을 고안해 내었다.

먼저 스윙에서는 가장 자신 있는 피칭 웨지를 가지고 좋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원하는 방향과 거리에 공을 10개 연속 떨어뜨리는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하였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뿐 아니라 실수의 원인에 대한 이론적인 분석도 필수적이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 달가량이 걸렸다. 한 달 동안 피칭웨지만 연습한 것이다. 그다음에는 피칭웨지와 9번 아이언을 10개 연속해서 성공시키는 단계로 넘어갔으며, 그것이 성공하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당연히 할 때까지 연습이 계속되고, 일찍 달성하면 스스로에게 상으로 휴식을 부여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모든 클럽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잘 다루게 되자, 집중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다른 훈련 방법이 필요했다. 골프는 단 한 번의 실수로 경기 전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보다 효율적인 연습법을 고안해 다시 내었다. 연습 자체를 실전처럼 하는 것이다. 먼저 티샷을 하고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한 뒤, 어프로치를 한다. 1번 홀 세켠샷은 52도 웨지, 어프로치는 10-30-50-70-90m, 2번 홀 세컨샷은 9번 아이언, 어프로치는 20-40-60-80-100m, 3번 홀 세컨샷은 7번 아이언, 어프로치는 세 가지 거리의 벙커샷, 4번 홀은 파 5홀로, 세컨샷은 우드, 어프로치는 5-10-15-20m의 로빙 등으로 구성하여 연습한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식으로 벌칙을 주고 실수가 없으면 그날의 연습을 일찍 마무리하고 자유 시간을 가진다.


퍼팅에서는 스스로에게 두 가지 과제를 부여했다. 첫째는 10m, 15m, 20m의 거리에서 10개씩의 퍼팅을 하여 오차범위 10% 내에 모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1.5m가량의 숏 퍼팅을 10개 연속해서 성공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과제를 쉽게 완수해낼 수 있다면 쓰리퍼팅으로 인해 점수를 잃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루에 1,000개 이상의 퍼팅을 연습하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 지금은 20~30분이면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 집중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과제를 부여하고, 그에 따라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상과 벌을 줌으로써 훈련 효과가 극대화되고 훈련 과정 자체에 재미와 흥미가 배가되었다. 이제 어느 골프장에 가더라도 챔피언 티에서 이븐파에 근접하는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지만, 아직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더 좋은 훈련 방법을 통해 더 나은 경기력을 가질 수 있고, 더 수준 높고 재미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전국의 많은 연습장에서는 프로 지망생을 포함한 많은 골퍼들이 연습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독서실에는 각급 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골퍼들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공을 치면 연습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고, 학생들은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면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공부와 연습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절실한 고민이 없다면, 서울대에 가기 위해서는 밤을 지새워야만 하고, 훌륭한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하루에 수천 개의 공을 쳐야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부든 골프 연습이든, 성취감을 느끼는 즐거운 과정이기보다는 괴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와 글쓰기를 해 왔다 몇 권의 전문 서적과 교양서적을 저술하여 학술원과 문광부 등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0세에 우연히 골프를 시작하여 독학으로 8개월여 만에 싱글 타수를 기록하고 11개월 만에 군소 단체 티칭 프로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세계 최고의 골프 교습가를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ciokr@idg.co.kr
 



2016.06.15

골프인문학 | 공부와 골프

김민철 | CIO KR
얼마 전 한 TV 예능 프로에서 서울대 출신 연기자가 출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당시 MC와 패널들은 그가 고3 때 드라마를 보았다는 말에 경악했으며, 잠도 비교적 많이 잤다고 하자 “아니 밤새워 공부 안 했어요?, 나보다 잠 많이 잤는데…”라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이른바 ‘3당 4락’으로 표현되는 이런 생각이야말로 공부, 나아가 무언가를 성취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이다.

로스쿨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답답했던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많은 학생들은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독서실에 앉아서 책을 보곤 했지만, 그렇게 해서 성적이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그렇게 공부해서 과연 효율이 올라? 인간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을 텐데?”라고 묻곤 했는데,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사실 점심 먹고 나면 집중이 잘 안 돼요. 하지만 책 앞에 앉아 있기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요”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과거 북한에서는 ‘새벽 별 보기 운동’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노동을 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삽을 들고 땅을 파는 것과 같은 단순 노동은 그런 식으로 효율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공부나 신기술의 개발이나 습득과 같이 집중력이 필요한 많은 분야에서 그런 방법은 오히려 목표 달성을 그르칠 뿐이다.

나는 그들에게 내 경험을 토대로 한 그리고 합리적인 공부의 방법을 알려주곤 했다. “시간이 아니라 분량으로 목표를 정하라. 자신에게 주어진 전체 시간에 자신이 해야 할 양을 파악하고, 하루에 어느 정도 분량을 공부하면 그것을 해낼 수 있는지 산출하라. 절대 하루의 공부량을 무리하게 잡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루에 해야 할 분량이 정해지면 그 분량을 완수한 후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도록 하라. 자신에게 상을 줌으로써 내일 다시 공부할 수 있는 동력을 얻어야 한다.”

이런 공부법의 놀라운 효과는 설명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다. 고교 수학의 예를 들어보자. 먼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문제집을 고른다. 어렵게 느껴지는 것보다는 다소 쉽게 느껴져서 성취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좋다. 문제집이 200쪽이라고 하면, 하루에 딱 두 쪽씩만 풀고 논다. 물론 분량이 많지 않은 만큼 단순한 풀이가 아니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일요일은 쉬더라도 3개월 정도면 다 풀 수 있다. 문제집 내에도 문제가 없는 쪽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조금 수준이 높은 문제집을 풀고, 그다음에는 더 수준이 높은 문제집을 푸는 식으로 공부하면 1년이 안 되어 놀면서도 수학을 정복할 수 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이다. 온종일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그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가르친 학생들에게 언제나 이런 방법을 권하고, 또 내가 통제할 수 있다면 그렇게 실천하도록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조카였다. 그는 고3으로 올라가던 겨울방학에 우리 집에서 보름 정도를 머물렀는데, 나는 그에게 영어와 수학, 사탐 과목에 대해 적절한 분량의 과제를 주고 알아서 공부하도록 한 뒤 검사하는 방법으로 공부를 지도해 주었다. 그가 실제로 공부한 시간은 하루에 세 시간도 채 되지 않았으며, 나머지 대부분 시간은 즐겁게 놀며 지냈는데도, 보름 동안 그가 공부해낸 양은 실로 엄청났다. 영어와 언어 문제집 반 권 이상, 그리고 사탐 교재 2/3가량을 정독하고 이해해 낸 것이다.

이렇게 시간 대비 엄청난 효율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집중력을 높이는 공부법에 있었다. 나는 조카에게 집중하기만 하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분량을 과제로 내주었으며, 그 과제를 이수해야만 그 날의 일과를 마감하도록 했다. 삼촌이 반드시 약속을 지키는 사람임을 잘 아는 조카는 자신이 자유시간을 가지고 즐겁게 놀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그렇게 그는 혼자서는 온종일 책상에 앉아있어도 해내지 못 했을 분량을 매일 세 시간 이내에 정복한 것이다. 대학원 시절 내게 영어 과외를 받았던 학생은 유사한 방법으로 불과 8개월 만에 수능 영어 성적이 10점대에서 78점까지 수직상승하여, 당당히 4년제 대학에 입학하기도 했다.

그것은 실제로 내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박사과정을 마치기까지 공부를 해 온 방법이기도 했으며, 불혹의 나이에 시작한 골프에서도 독학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된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처음에 골프를 시작하여 프로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는 무작정 열심히 연습했다. 보통 하루에 1,000개 이상의 스윙을 연습했으며, 어떤 날은 하루에 드라이버만 1,500개를 치기도 했다. 운동 신경도 탁월했던지라, 1년도 안 되어 싱글 골퍼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이후에도 나는 쉬지 않고 정진했는데 2년이 다 되어 가던 어느 날 “이런 식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이다. 프로의 수준에 이르고, 선수 출신의 어린 골퍼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어떤 운동이든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좋은 자세가 필수적이며, 골프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십 년의 구력이 쌓이면 많은 사람들이 싱글의 수준에 이르지만, 챔피언 티에서 핸디캡 0의 수준에 근접해야 하는 프로골퍼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일반 골퍼들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그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올바르지 못한 자세인 것이다. 좋은 자세를 가지지 못 하면 비거리와 정확성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절감한 나는 단순히 정해진 지점에 공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자세를 통해 그런 목표를 달성하는 훈련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해야겠다는 마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노력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나는 공부할 때의 경험을 되살려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훈련 방법을 고안해 내었다.

먼저 스윙에서는 가장 자신 있는 피칭 웨지를 가지고 좋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원하는 방향과 거리에 공을 10개 연속 떨어뜨리는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하였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뿐 아니라 실수의 원인에 대한 이론적인 분석도 필수적이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 달가량이 걸렸다. 한 달 동안 피칭웨지만 연습한 것이다. 그다음에는 피칭웨지와 9번 아이언을 10개 연속해서 성공시키는 단계로 넘어갔으며, 그것이 성공하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당연히 할 때까지 연습이 계속되고, 일찍 달성하면 스스로에게 상으로 휴식을 부여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모든 클럽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잘 다루게 되자, 집중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다른 훈련 방법이 필요했다. 골프는 단 한 번의 실수로 경기 전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보다 효율적인 연습법을 고안해 다시 내었다. 연습 자체를 실전처럼 하는 것이다. 먼저 티샷을 하고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한 뒤, 어프로치를 한다. 1번 홀 세켠샷은 52도 웨지, 어프로치는 10-30-50-70-90m, 2번 홀 세컨샷은 9번 아이언, 어프로치는 20-40-60-80-100m, 3번 홀 세컨샷은 7번 아이언, 어프로치는 세 가지 거리의 벙커샷, 4번 홀은 파 5홀로, 세컨샷은 우드, 어프로치는 5-10-15-20m의 로빙 등으로 구성하여 연습한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식으로 벌칙을 주고 실수가 없으면 그날의 연습을 일찍 마무리하고 자유 시간을 가진다.


퍼팅에서는 스스로에게 두 가지 과제를 부여했다. 첫째는 10m, 15m, 20m의 거리에서 10개씩의 퍼팅을 하여 오차범위 10% 내에 모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1.5m가량의 숏 퍼팅을 10개 연속해서 성공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과제를 쉽게 완수해낼 수 있다면 쓰리퍼팅으로 인해 점수를 잃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루에 1,000개 이상의 퍼팅을 연습하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 지금은 20~30분이면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 집중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과제를 부여하고, 그에 따라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상과 벌을 줌으로써 훈련 효과가 극대화되고 훈련 과정 자체에 재미와 흥미가 배가되었다. 이제 어느 골프장에 가더라도 챔피언 티에서 이븐파에 근접하는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지만, 아직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더 좋은 훈련 방법을 통해 더 나은 경기력을 가질 수 있고, 더 수준 높고 재미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전국의 많은 연습장에서는 프로 지망생을 포함한 많은 골퍼들이 연습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독서실에는 각급 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골퍼들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공을 치면 연습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고, 학생들은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면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공부와 연습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절실한 고민이 없다면, 서울대에 가기 위해서는 밤을 지새워야만 하고, 훌륭한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하루에 수천 개의 공을 쳐야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부든 골프 연습이든, 성취감을 느끼는 즐거운 과정이기보다는 괴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와 글쓰기를 해 왔다 몇 권의 전문 서적과 교양서적을 저술하여 학술원과 문광부 등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0세에 우연히 골프를 시작하여 독학으로 8개월여 만에 싱글 타수를 기록하고 11개월 만에 군소 단체 티칭 프로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세계 최고의 골프 교습가를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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