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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인문학 | 제대로 된 교육과 골프

2017.03.15 김민철  |  CIO KR
최근 엄청난 물량 공세로 광고하고 있는 영어 교육 업체에서는 “6주 만에 자막 없이 미국 드라마를 봐요!”라거나 “3주 만에 영어 단어 3천 개를 외웠어요!”와 같은 유혹적이고 자극적인 문구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이런 광고를 접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도 빨리 그 업체에 등록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을 느낀다. 나도 그 교육을 받으면 금방 약속대로 될 듯하고, 그 업체에 돈을 내고 배우지 않는 것은 혼자 대세에 뒤처지는 바보 같은 짓인 듯한 생각마저 든다. 광고 모델로 등장한 인기 절정의 연예인은 업체와 교육에 대한 신뢰감을 더해준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라. 이런 광고가 “석달 만에 20kg 감량에 성공했어요!“라거나 ”두달 만에 머리가 이만큼 자랐어요!”와 같은 유의 광고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다이어트나 탈모 치료와 관련된 이런 광고에 대해서도 동일한 신뢰감을 가진다면 딱히 더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런 광고에 뭔가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커다란 과장의 요소가 기만적으로 개입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동일한 잣대를 영어 교육 광고에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광고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자. 그래야 제대로 된 올바른 교육이란 어떤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과장되고 기만적인 상술과 진정한 홍보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해당 업체에 상담을 신청해서 두 가지를 묻는 것이다.

첫째는 정말로 누구나 6주 만에 자막 없이 미국 드라마를 보거나 3주 만에 영어 단어 3천 개를 외우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업체의 대답이 “Yes”이고, 누구에게나 그런 결과를 약속하며,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때는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면 일단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물론 이 관문을 통과하는 업체조차 없을 것은 거의 분명하다. 대개는 수강생 수천 명 혹은 수만 명 중의 한두 명에게서 그런 결과가 나왔으며, 따라서 당신에게도 그런 결과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는 식으로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유의 대답은 매주 로또에 당첨되는 사람이 몇 명씩은 나오며, 당신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말과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식의 추론은 너무 간단해서, 아주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거나 논리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다만 살을 빼고 싶거나 탈모를 치료하고 싶은, 혹은 영어를 잘하고 싶은 강한 욕구와 유혹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런 측면에 눈을 감게 되는 것뿐이다.

만에 하나 그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업체가 있다면, 두 번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가?”하는 것이다. 몸무게가 90~100kg 정도 나가는 사람에게 “매일 한 공기의 밥과 채소 반찬을 세 끼로 나누어 먹고, 하루에 12시간씩 하드 트레이닝을 하면 석달 만에 20kg 감량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면 어떨까?

그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은 “그렇다면 왜 굳이 돈을 내고 당신의 업체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나요? 저 혼자 그렇게 소식하면서 하루에 7~8시간씩 걷기만 해도 석 달이면 20kg은 빠질 걸요?”라는 것이어야 한다. 만약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개인이 그렇게 하기에는 의지가 약하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한 것이지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그것은 업체 스스로 자신들의 교육 방식과 프로그램에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음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 업체는 그저 기숙학원의 사감 역할을 하는 교관 혹은 조교들처럼 감시와 처벌의 역할만을 담당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서 특별한 교육의 기술과 내용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러한 현상은 골프 교육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프로 지망생들을 책임진 프로들은 학생들을 학교에 출석조차 시키지 않은 채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습에 매진시킨다. 전지훈련지에서는 상황이 더욱 가혹해진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예외 없이 동트기 전부터 훈련을 시작해서 취침할 때가 되어서야 훈련을 마친다. 식사 시간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매일 하루에 14시간가량 계속되는 하드 트레이닝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그 가운데 일부만이 프로 진출에 성공한다는 사실이다. 엄청난 돈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프로 자격조차 획득하지 못 하는 사람이 많지만, 지도자들은 그에 대해 피교육자의 자질이나 노력의 부족만을 탓할 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가르친 많은 학생들 가운데 한두 명이라도 유명한 선수가 되면, 그것을 자신의 특별한 교육의 성과로 과대포장해서 더 많은 학생을 유치하고자 한다.

이런 행위가 앞서 말한 “(극소수이지만 누군가는)6주 만에 자막 없이 미국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와 같은 유의 광고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골프에 관한 특별할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가르치지 않더라도 그저 골프 방송을 보여주면서 종일 굴리면 그 가운데 의지와 재능을 가진 학생이 하나 나와서 그런 결과를 낼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한 듯하다.

골프를 포함하여 무언가를 제대로 가르친다면, 그리고 타 교육과 차별되는 장점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려면 “이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누구라도 남들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약속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데도 약속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납득할 만한 충분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체육과 출신인 집사람으로부터 대학 진학을 위해 체대입시 학원에 다녔던 경험을 들은 적이 있다. 그녀가 다녔던 학원은 교육비는 비쌌지만, 탁월한 교육 방법과 노하우를 자랑했다고 한다. 다른 학원에서는 학교 출석조차 시키지 않고 종일 운동만 시키고, 공휴일과 휴일에도 불러서 운동을 시킴에도, 일부 학생들은 제외하고는 진학률이 형편 없었지만 그녀가 다닌 학원은 방과 후 두세 시간만 운동을 시키고 휴일에는 특별한 경우만 아니면 쉬도록 했음에도,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 진학을 보장했다고 한다.

교육자로서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한 바 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대학 때부터 시작된 학원 선생 생활은 10년 정도의 영어 선생 경력과 그 이상의 논술 선생 경력을 선사했는데, 그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초창기에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가르쳤건만 학생들의 적절한 수준 파악과 동기 부여 실패로 교육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잘리고 마는 일’이 빈번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노력하며 7~8년가량이 지나자,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게 되었고 학생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크게 향상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전교 꼴찌 수준이던 학생의 개인 지도를 부탁받아 일주일에 두 시간가량 교육을 진행한 끝에 8개월여 만에 기적적인 성과를 낸 일이다.

당시 대입 영어 시험은 80점 만점이었는데, 개인지도를 시작할 당시 그 학생의 모의고사 성적은 10점대 초반이었다. 4지선다형 시험이니 모두 찍는 것보다 낮은 점수였다. 그랬던 그가 일주일에 네 시간씩 8개월 정도 지도를 받은 후에 대입 영어 과목에서 78점을 획득하면서 당당히 4년제 대학에 합격한 것이다.

논술 선생으로 전업한 뒤에도 초반에는 무엇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잘 몰라 오랫동안 고생했다. 오랜 교육 경험과 탁월한 언변으로 전처럼 ‘잘리는’ 일없이 나름 실력 있고 인기 있는 선생으로 여겨졌지만, 학생들의 실질적인 논리와 글쓰기 실력에 괄목할 만한 향상을 가져다주지 못 하는 점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나날이 오랫동안 지속된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노력하며 6~7년이 지나자, 논술 교육에 대해서도 나름의 혜안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로스쿨 진학 희망자들에게 논술을 가르칠 때는 “일주일에 반나절 6개월만 빠지지 않고 수업을 들으면 논술 과목에서는 누구에게나 상위 5%를 보장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고 그 약속은 지켜졌다. 약속된 기간 동안 약속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은 학생은 있을지언정, 그 약속을 지키고도 내가 말한 성과를 내지 못한 학생은 없었다. 심지어는 오랜 외국 생활로 한국어가 서툴렀던 동포 출신 학생조차 말이다.


진정한 교육이란 그런 것이어야 한다. 상위 5%를 넘어 1% 혹은 0.1%로 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며, 거기에는 개인적인 자질이나 지능 및 학력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하지만 커다란 치명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 한 누구에게나 최소한의 노력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장해야 한다.

골프 또한 예외가 아니다. 프로 지망생이 프로 자격 취득을 넘어서서 투어에 진출하고, 또 아시안 투어나 와 같은 세계적인 무대에 진출하는 것, 혹은 아마추어 골퍼가 싱글의 PGA 수준을 넘어서 챔피언티에서 싱글 수준을 기록하고 나아가 티칭 프로 자격을 취득하는 것은 논술 성적 상위 0.1%에 이르는 것처럼 교육만으로는 보장할 수 없는, 다른 많은 요소가 개입되는 영역이다.

하지만 올바른 골프 교육자라면 프로 지망생에게는 방과 후 하루 3~4시간의 훈련만으로도 3년 정도면 프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도록 해 줄 수 있어야 하며, 취미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세 번 정도의 레슨으로 일 년 내에 싱글에 이르도록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프로 지망생의 부모님들에게 “저는 학생들을 쉼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시킵니다. 이런 제 노력으로 국가 대표가 된 학생도 있습니다”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올바른 교육자가 아님을 실토하는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학부형들은 그런 교육자를 선호하지만 말이다.

다른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자신이 골프를 올바로 배우고 있는지, 혹은 배우게 될지를 확인하려면 다음과 같이 질문해야 한다. “1년 동안 빠지지 않고 일주일에 3일씩 레슨을 받으면 싱글 진입 정도는 보장하시나요? 그런 결과를 내지 못 할 경우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책임을 지실 수 있나요?”라고 말이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와 글쓰기를 해 왔다. 몇 권의 전문서적과 교양서적을 저술하여 학술원과 문광부 등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0세에 우연히 골프를 시작하여, 독학으로 8개월여 만에 싱글 타수를 기록하고, 11개월 만에 군소 단체 티칭 프로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현재는 혁명적인 레슨으로 모든 골퍼들에게 1년 내에 싱글 진입을 보장하는 <베리타스골프아카데미(http://cafe.naver.com/veritasgolfacademy)>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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