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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SI 기업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대한 소고(小考)

2018.07.02 정철환   |  CIO KR
최근 공정거래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SI 회사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회사 등 그룹의 핵심사업과 관련 없는 계열사가 총수 일가 지분을 보유하고 일감 몰아주기 하는 행태는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된다”라고 언급한 것 때문이다. 위의 핵심 요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룹의 승계를 위해 총수 일가가 SI 회사의 지분을 이용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룹의 IT 운영 일감을 계열 SI 회사에 몰아주기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이슈는 법적 판단의 영역이다. 두 번째 이슈인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 기업은 ‘그룹의 민감한 내용을 관리하는 정보시스템을 경쟁사 또는 타사에게 운영을 위탁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오랜 기간 대기업 계열 SI 회사에서 일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두번째 이슈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그룹 내에 SI 계열사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이전까지는 기업마다 회사 내에 별도의 IT 운영조직을 가지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전산실’이다. 현재도 중소기업은 아직도 그런 경우가 많지만 대기업이나 금융사, 공기업 심지어 공공기관도 IT 운영조직을 별도의 법인에 위탁하고 있다. 출범 당시의 이유는 IT는 전문분야이므로 별도의 조직에 IT 전문가들을 모아 시너지 효과와 함께 운영의 효율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각 계열사에 있던 전산실 조직을 떼어내 별도의 그룹 SI 회사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그 회사에서 별도의 계약에 의해 그룹의 IT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체계로 구성한 것이 오늘의 모습이다.

이런 변화를 계기로 애초 생각했던 IT 운영의 전문화를 이룰 수는 있었으며 대외 SI 사업의 수주를 통해 새로운 사업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우리나라의 IT 산업 외형을 크게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마 SI 계열사의 탄생이 없었다면 국내 IT 시장의 외형은 지금보다 훨씬 작았을 것이다. 반면 IT 분야에서 SW 산업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렇다면 논란의 핵심인 일감 몰아주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가?

국내 SI 기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생각할 때 일감 몰아주기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팩트 체크 측면에서 국내 SI 기업들의 대부분은 그룹사의 IT 운영 위탁 물량이 없으면 생존하기 힘든 구조도 되어 있다. 그리고 연간 매출의 상당부분을 그룹의 시스템 운영 계약이 차지하고 있으므로 일감 몰아주기 주장은 사실이다.

한편 기업 측의 ‘민감한 정보시스템의 운영 위탁을 외부 기업에 줄 수 없다’라는 주장은 어떤가? 이 주장은 팩트 체크를 할 성격이 아니다. 실제로 IT 시스템은 오늘날 기업의 거의 모든 업무 분야에 걸쳐 관련되어 있다. 연구/개발은 물론 마케팅, 영업, 생산, 원가, 손익 그리고 미래 전략부분에 이르기까지 IT 시스템 운영 부서는 현업과 긴밀하게 협업을 진행하는 것이 추세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IT 시스템을 외부 기업에 위탁하려면 중립적일 것이라는 믿음과 보안유지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국내 주요 IT 운영 위탁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SI 기업들은 특정 그룹의 계열사들이다. 외국과 같이 IT 아웃소싱 서비스를 전문으로 수행하는 독립된 대형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배경을 감안할 때 기업이 경쟁사가 될 수 있는 그룹의 SI 계열사에 IT 시스템을 위탁할 수 없다는 주장은 공감이 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 ‘보안이 중요하다면서 정작 운영조직 인력의 상당수를 자사 인력이 아닌 외주 협력업체 인력으로 구성한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인력 외주 활용과 전체 시스템의 운영을 주관하는 회사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IDG CIO 사이트의 여러 전문 기고 글에서도 IT 조직은 현업 조직과 밀접한 협력을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현업의 핵심 프로세스 및 업무와 운영조직은 상호 밀접하게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A 그룹이 경쟁사가 될 수도 있는 B 그룹의 SI 회사에 시스템 아웃소싱을 위탁하기엔 현재 상황에서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다른 요인으로는 막대한 IT 아웃소싱 금액이 경쟁 그룹사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반길 그룹이 없는 이유도 있다.

그렇다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하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방향일까? 우선 외국과 같이 IT 아웃소싱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 독립 기업이 국내에도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기업의 핵심 IT 시스템은 오랜 운영경험을 보유한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하므로 갑자기 이런 기업이 생겨날 수 없다. 따라서 운영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존 SI 기업들이 그룹 계열에서 벗어나 독립 기업으로 변화하고, 이들 기업의 독립성이 확보된 후 상호 경쟁을 통해 점진적으로 다른 기업의 IT 운영까지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이 방법이다. 이미 공기업은 상당수가 외부 제3의 전문 기업에 IT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다만 이렇게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그룹의 입장에서 굳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다음 방안으로는 IT 시스템 운영을 기업의 핵심 경쟁력 관련 영역과 지원 업무 영역으로 구분하여 핵심 영역은 다시 예전과 같이 자사의 IT 운영조직으로 흡수하고 지원 영역은 독립된 IT 아웃소싱 기업에 위탁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로는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대로 일부 시스템 운영이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넘어가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그룹의 입장에서 굳이 어렵게 분리한 IT 조직을 다시 내부로 가져오는 것에 대해 확실한 이득이 보이지 않는다면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꽤 오래전부터 이슈가 되어 온 SI 계열사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기업 비즈니스에서의 IT 중요성이 점점 더 커져가는 미래에 IT 운영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지 않을 수도 있어 변화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러 면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오길 바란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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