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9

블로그 | PC의 반전이 반갑다

Rob Enderle | Computerworld
PC 시장이 끝났다고 봤었다면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델은 견조한 매출을 기록했으며 PC 소비자들은 역대 최고의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 인텔 및 마이크소프트와 OEM 사이의 관계도 개선되는 중이다. 멀고도 험한 여정이 끝나가고 있다. 

지난주 델 테크놀로지 서밋에 참가한 필자는 회사의 퍼스널 시스템 부문을 이끌고 있는 샘 버드의 흥미로운 통계에 접했다. 올해 델이 역대 최고의 PC 매출을 기록했다는 것이었다. PC 분야에서 델은 판매량 3위의 업체지만 매출과 수익 측면에서는 1위다. 

연구개발비 및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거둔 델의 이번 실적이 의미하는 바는 PC 사업이 호황이거나 델 테크놀로지가 사업을 잘했다는 의미일 터다. 두 가지를 모두 의미할 수도 있겠다.

암울했던 과거의 PC
1994년 데이터퀘스트의 운영체제 수석 분석가였던 필자는 윈도우 95의 등장으로 인한 각종 변화를 체험했다. 당시 PC를 직접 조립하는 이는 드물었지만 필자는 마더보드, 프로세서, 드라이브와 메모리를 가지고 원하는 PC를 구성해 이용하곤 했다. 당시 노트북의 성능은 끔찍한 수준이었으며, 배터리 수명은 분 단위에 그쳤다. 가벼운 노트북도 3Kg에 육박하던 시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립한 PC가 제대로 동작하려면 행운이 필요했다. 운이 나쁘다면 2개월 정도가 소요되기도 했다. 마더보드의 나사 구멍과 케이스의 그것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흔했으며 테이프와 별도의 고무 지지대를 이용해야 했던 시절이다. 

필자의 경력을 끝장낼 뻔했던 경험 중 하나는 회사의 노트북을 빌려 윈도우 95 베타를 설치하려 시도했던 것이다. 이 시도는 기업 IT 부문도 복구하지 못할 정도로 노트북을 고장내버렸다. 애석하게도 해당 노트북이 CEO의 것이라는 사실을 필자는 뒤늦게야 알 수 있었다. 

당시의 PC는 안정성과 거리가 멀었다. 동시에 2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충돌 가능성이 급증했으며, 성능은 급격히 하락했다. 오늘날의 멀티 코어, 멀티 쓰레드가 단지 개념에 그치던 시절이다. 

무선 네트워크 역시 상상 속의 산물이었다. 유선 랜카드를 비롯한 각종 주변기기의 드라이버 구성은 러시안 룰렛 게임과 같았다. 시스템을 먹통으로 몰아넣는 조합이 흔했으며, 다시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안전 모드로 전환해야 했다. 

2000년대 초반 인텔에서 근무했던 필자의 아내는 새로운 환경을 구성하는데 몇 주가 걸린다는 이유로 새 PC 수령을 거부한 동료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럭저럭 잘 동작하는 윈도우 버전(윈도우 XP와 윈도우 7)과 말썽을 벌이는 버전(윈도우 ME, 비스타, 8) 사이에서 사용자들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부실한 경험이 이어졌지만 PC 시장은 붕괴하지 않았다. 더 나은 경험을 제공했던 터미널 방식이나 애플 제품으로 옮겨간 이도 소수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보기 좋고 풍부한 기능을 자랑했던 소니는 PC 사업을 접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지원과 수리 경험에 집중했던 델은 살아남았다. 

오늘날의 PC
이번 출장에서 필자는 신형 델 래티튜드 노트북을 사용했다. 완전히 구성하는데 약 2시간이 걸렸으며, 대부분의 작업은 자동화됐다. 실제 필자가 손대야 했던 시간은 30분 정도에 그쳤다. 최근의 PC는 놀랍도록 안정적이며 배터리 동작 시간은 두 자릿수를 넘어간다. 1.5Kg 정도의 무게면 무거운 축에 속한다. 

윈도우 헬로와 같은 사용자 인증 기술은 쉬운 로그인과 안정성을 모두 잡았다. 8개의 가상 코어는 고부하 멀티 태스킹을 거뜬히 지원하며 화면을 뒤집으면 태블릿으로 변신하는 재주도 갖췄다. 각종 구성요소의 드라이버 업데이트는 자동으로 이뤄지며 안정성 문제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조차도 변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제품군에 대한 OEM 제조사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그들의 관계는 나아졌다. 서피스에 대한 일부 불만이 존재하지만 윈도우 운영체제와 그 지원에 대해 OEM들은 매우 만족하고 있다. 인텔 역시 과거와 달리 OEM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델은 이번 행사에서 인텔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반응적이라고 평가했다. 인텔은 이 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서피스 네오를 위한 커스텀 칩을 제작하기도 했다.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태도다. 

그렇다. PC 업계가 견조함을 되찾고 있다. 혁신적인 데스크톱 및 노트북 디자인 시장에 다시 등장하고 있으며, 주요 공급 업체는 오만을 버렸다. 델의 경우 순추천지수(NPS)가 애플에 필적할 정도다. PC 시장의 쇠퇴를 이끌었던 각종 소비자 경험 문제는 주요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대부분 해소됐다. PC 시장은 수많은 사망 예고 속에서 되살아났다. 그 반전이 반갑다. 

* Rob Enderle은 엔덜 그룹(Enderle Group)의 대표이자 수석 애널리스트다. 그는 포레스터리서치와 기가인포메이션그룹(Giga Information Group)의 선임 연구원이었으며 그전에는 IBM에서 내부 감사, 경쟁력 분석, 마케팅, 재무, 보안 등의 업무를 맡았다. 현재는 신기술, 보안, 리눅스 등에 대해 전문 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ciokr@idg.co.kr



2019.11.19

블로그 | PC의 반전이 반갑다

Rob Enderle | Computerworld
PC 시장이 끝났다고 봤었다면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델은 견조한 매출을 기록했으며 PC 소비자들은 역대 최고의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 인텔 및 마이크소프트와 OEM 사이의 관계도 개선되는 중이다. 멀고도 험한 여정이 끝나가고 있다. 

지난주 델 테크놀로지 서밋에 참가한 필자는 회사의 퍼스널 시스템 부문을 이끌고 있는 샘 버드의 흥미로운 통계에 접했다. 올해 델이 역대 최고의 PC 매출을 기록했다는 것이었다. PC 분야에서 델은 판매량 3위의 업체지만 매출과 수익 측면에서는 1위다. 

연구개발비 및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거둔 델의 이번 실적이 의미하는 바는 PC 사업이 호황이거나 델 테크놀로지가 사업을 잘했다는 의미일 터다. 두 가지를 모두 의미할 수도 있겠다.

암울했던 과거의 PC
1994년 데이터퀘스트의 운영체제 수석 분석가였던 필자는 윈도우 95의 등장으로 인한 각종 변화를 체험했다. 당시 PC를 직접 조립하는 이는 드물었지만 필자는 마더보드, 프로세서, 드라이브와 메모리를 가지고 원하는 PC를 구성해 이용하곤 했다. 당시 노트북의 성능은 끔찍한 수준이었으며, 배터리 수명은 분 단위에 그쳤다. 가벼운 노트북도 3Kg에 육박하던 시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립한 PC가 제대로 동작하려면 행운이 필요했다. 운이 나쁘다면 2개월 정도가 소요되기도 했다. 마더보드의 나사 구멍과 케이스의 그것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흔했으며 테이프와 별도의 고무 지지대를 이용해야 했던 시절이다. 

필자의 경력을 끝장낼 뻔했던 경험 중 하나는 회사의 노트북을 빌려 윈도우 95 베타를 설치하려 시도했던 것이다. 이 시도는 기업 IT 부문도 복구하지 못할 정도로 노트북을 고장내버렸다. 애석하게도 해당 노트북이 CEO의 것이라는 사실을 필자는 뒤늦게야 알 수 있었다. 

당시의 PC는 안정성과 거리가 멀었다. 동시에 2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충돌 가능성이 급증했으며, 성능은 급격히 하락했다. 오늘날의 멀티 코어, 멀티 쓰레드가 단지 개념에 그치던 시절이다. 

무선 네트워크 역시 상상 속의 산물이었다. 유선 랜카드를 비롯한 각종 주변기기의 드라이버 구성은 러시안 룰렛 게임과 같았다. 시스템을 먹통으로 몰아넣는 조합이 흔했으며, 다시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안전 모드로 전환해야 했다. 

2000년대 초반 인텔에서 근무했던 필자의 아내는 새로운 환경을 구성하는데 몇 주가 걸린다는 이유로 새 PC 수령을 거부한 동료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럭저럭 잘 동작하는 윈도우 버전(윈도우 XP와 윈도우 7)과 말썽을 벌이는 버전(윈도우 ME, 비스타, 8) 사이에서 사용자들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부실한 경험이 이어졌지만 PC 시장은 붕괴하지 않았다. 더 나은 경험을 제공했던 터미널 방식이나 애플 제품으로 옮겨간 이도 소수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보기 좋고 풍부한 기능을 자랑했던 소니는 PC 사업을 접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지원과 수리 경험에 집중했던 델은 살아남았다. 

오늘날의 PC
이번 출장에서 필자는 신형 델 래티튜드 노트북을 사용했다. 완전히 구성하는데 약 2시간이 걸렸으며, 대부분의 작업은 자동화됐다. 실제 필자가 손대야 했던 시간은 30분 정도에 그쳤다. 최근의 PC는 놀랍도록 안정적이며 배터리 동작 시간은 두 자릿수를 넘어간다. 1.5Kg 정도의 무게면 무거운 축에 속한다. 

윈도우 헬로와 같은 사용자 인증 기술은 쉬운 로그인과 안정성을 모두 잡았다. 8개의 가상 코어는 고부하 멀티 태스킹을 거뜬히 지원하며 화면을 뒤집으면 태블릿으로 변신하는 재주도 갖췄다. 각종 구성요소의 드라이버 업데이트는 자동으로 이뤄지며 안정성 문제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조차도 변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제품군에 대한 OEM 제조사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그들의 관계는 나아졌다. 서피스에 대한 일부 불만이 존재하지만 윈도우 운영체제와 그 지원에 대해 OEM들은 매우 만족하고 있다. 인텔 역시 과거와 달리 OEM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델은 이번 행사에서 인텔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반응적이라고 평가했다. 인텔은 이 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서피스 네오를 위한 커스텀 칩을 제작하기도 했다.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태도다. 

그렇다. PC 업계가 견조함을 되찾고 있다. 혁신적인 데스크톱 및 노트북 디자인 시장에 다시 등장하고 있으며, 주요 공급 업체는 오만을 버렸다. 델의 경우 순추천지수(NPS)가 애플에 필적할 정도다. PC 시장의 쇠퇴를 이끌었던 각종 소비자 경험 문제는 주요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대부분 해소됐다. PC 시장은 수많은 사망 예고 속에서 되살아났다. 그 반전이 반갑다. 

* Rob Enderle은 엔덜 그룹(Enderle Group)의 대표이자 수석 애널리스트다. 그는 포레스터리서치와 기가인포메이션그룹(Giga Information Group)의 선임 연구원이었으며 그전에는 IBM에서 내부 감사, 경쟁력 분석, 마케팅, 재무, 보안 등의 업무를 맡았다. 현재는 신기술, 보안, 리눅스 등에 대해 전문 기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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