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8

주가 폭락, 벌금, 소송으로 이어진 'ERP 흑역사 15건'

Josh Fruhlinger, Thomas Wailgum | CIO

프로세스 혁신(PI)에서 빠지지 않을 만큼 한때 IT 시장의 주류였던 ERP는 그 명성만큼 불명예스러운 사건과 소동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법정 싸움으로 이어진 굵직한 ERP 흑역사 15건을 소개한다. 
 

ⓒGetty Images Bank


조직에서 ERP 구축의 중요성은 ERP 및 CRM 구현 실패로 인한 소송 금액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5년간 대형 프로젝트 관리 업무에 종사했던 내비건트 컨설팅(Navigant Consulting)의 매니징 디렉터 그렉 크라우스는 전문 법정 증인 또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면서 이러한 대형 소송을 다수 목격했다고 회고했다.

2015년도 파노라마 컨설팅 솔루션(Panorama Consulting Solutions)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회사 중 21%는 가장 최근의 ERP 실패로 규정했다. 참사가 생각 이상으로 많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사실 소송으로 비화되는 사연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또 소송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소송이 알려진다고 할지라도 법적 절차의 특성상, 분쟁의 상세 내용이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크라우스는 “관련자들이 입을 다물기 일쑤며, 소송은 끝없이 계속되거나 합의 후 봉인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발생했던 극적인 ERP 실패 사례를 한데 모아 보았다. 실패 사례를 통해 지혜를 얻고자 한다. 참고로 크라우스의 모든 의견은 이러한 종류의 사건에 대한 그의 견해다. 이 글에 소개된 프로젝트에 그가 실제로 참여한 적은 없다.

1. 밀러쿠어스: 공개적인 분쟁 후 원만한 합의 
2014년, 맥주 제조사인 밀러쿠어스(MillerCoors)는 SAP의 ERP소프트웨어의 7가지 인스턴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여러 해에 걸친 주류 업계 인수합병의 결과였다. 이 거대 합병 회사는 인도의 IT서비스업체인 HCL에게 전사적으로 사용할 통일된 SAP 시스템을 구현하는 업무를 위탁했다. 일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첫 번째 릴리즈는 오랜 기간에 걸친 ‘실무 투입 후 하이퍼케어’의 와중에 8가지 ‘치명적인 심각도’ 결함, 47가지 ‘중대한 심각도’ 결함을 포함해 수천 가지 문제를 드러냈다. 2017년 3월 프로젝트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었고, 밀러쿠어스는 프로젝트 수행 직원을 부적절하게 유지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HCL을 상대로 1억 달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HCL도 가만있지 않았다. 2017년 6월, HCL은 밀러쿠어스가 자체적인 관리 기능 장애에 대한 책임을 HCL에게 전가하려 한다면서 맞소송을 제기했고, 문제의 진짜 원인은 이 관리 기능의 장애였다고 주장했다. 외부 소식통들은 소송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계약 문구가 보편적 서비스 계약서에 기반하기 때문에 오류의 가능성이 컸다고 지적했다. 그 후, 2018년 12월, 두 회사는 분쟁을 우호적으로 타결했다. 이들은 위험스러운 공개적 교섭을 위한 장소로 법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2. 레블론: 투자자를 크게 분노케 한 실책 
화장품 대기업인 레블론(Revlon)은 2016년 엘리자베스 아덴의 인수/합병 후 전사적으로 프로세스를 통일할 필요를 느꼈다. 두 회사는 과거 ERP시스템의 운영에서 긍정적인 경험이 있었다. 엘리자베스 아덴은 오라클 퓨전 애플리케이션이었고, 레블론은 마이크로소프트 다이내믹스 AX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합병 회사는 2016년 12월 SAP HANA라는 새 공급업체를 선택했고, 이는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졌다. 

HANA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미완성 제품이었나? 그럴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HANA가 레블론의 노스캐롤라이나 제조 설비를 망가뜨릴 정도로 파괴적이었고, 레블론은 수백만 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는 점이다. 레블론은 2019년 3월 참사에 대해 HANA 시스템의 효과적인 제어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데 문제가 있음이 원인이었다고 분석했고, 아울러 이 ERP 장애로 고객 서비스 수준의 저하를 막기 위한 조치들 때문에 운송 수수료와 여타 예상치 않은 비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비용은 ERP 시스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레블론의 주식은 폭락했고, 회사의 주주들은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리들: 독인 슈퍼마켓 대기업의 중대한 문제 
이 ERP 프로젝트는 독일의 두 거대 기업, 즉 ERP/CRM의 유명 회사인 SAP와 연간 매출이 1,000억 유로에 이르는 전국적 식료품 체인인 리들(Lidl)의 환상적인 합작품으로 여겨졌다. 2011년부터 두 회사는 걸핏하면 고장나는 리들의 자체 인벤토리 시스템에서 탈피하고자 협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2018년, 거의 5억 유로를 허비한 끝에 리들은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문제는 리들의 유별난 문서 보존 방식에 있었다. 회사는 자신의 물품 매수 가격을 자체 인벤토리 시스템의 기반으로 한 반면, 대다수 다른 회사의 시스템은 자신의 물품 판매 가격을 기반으로 했다. 리들은 이 방식을 변화시키고 싶지 않았고, 따라서 SAP 제품은 커스터마이징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구현에서 문제가 나타났다. 게다가 리들의 IT부서 임원급 인사의 이직이 너무 잦았고 구현을 이끌 책임이 있는 컨설팅 업체를 비난했던 이 ERP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돼 있었다. 

4. 내셔널 그리드: ‘퍼펙트 스톰’ 
뉴욕, 로드아일랜드, 매사추세츠에서 가스와 전기를 공급하는 유틸리티 회사인 내셔널 그리드(National Grid)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새로운 SAP 시스템의 실무 투입은 3년이 되도록 진행형이었고, 이미 시한이 지난 상태였다. 실무 투입 일자를 놓치면 수천만 달러의 초과 비용이 발생한다. 게다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요율을 인상하려면 정부 승인을 받아야 했다. 새 SAP 시스템을 성급히 가동한다면 회사 업무가 훼손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들의 실무 투입 일자는 2012년 11월 5일이었다. 거대 태풍인 샌디가 내셔널 그리드의 서비스 구역을 강타하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전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내셔널 그리드는 혼란의 와중에 무리하게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치명적인 결정을 내렸고, 이는 예상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었다. 월급을 너무 많이 받은 직원이 있는가 하면, 월급을 더 적게 받은 직원도 있었다. 또한 1만 5,000개의 하청업체 청구서를 처리할 수 없었다. 재무보고도 붕괴되어 현금 흐름을 위해 으레 의존했던 단기 금융 지원조차 받을 수 없었다. 내셔널 그리드는 시스템 통합을 담당한 업체인 위프로에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은 결국 법원 밖에서 7,500만 달러에 타결되었지만, 손실을 감당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5. 워스앤코: 끝없는 지연, 소송으로 이어지다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제조사인 워스앤코(Worth & Co.)는 새 ERP 시스템을 원했다. 2014년 여러 IT업체와 협상 끝에 오라클의 E-비즈니스 스위트의 구현을 EDREi 솔루션즈에게 위탁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시스템 개통일은 2015년 11월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스템 개통일은 2016년 2월로 연기되었다. 그리고 그 때 오라클은 워스앤코에게 교육과정 및 지원계약을 이유로 26만 달러를 지불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2016년이 지났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실무에 쓰이지 않았다. 2017년 워스앤코는 EDREi를 버리고 다른 통합 업체인 모뉴멘트 데이터 솔루션즈(Monument Data Solutions)와 새로 계약을 맺었다. 다시 1년을 소비했지만, 워스앤코의 목적에 맞게 오라클의 스위트를 커스터마이징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폐기되었고, 워스앤코는 2019년 2월 뜻밖의 행보를 보였다. IT통합 업체가 아닌 오라클을 고소한 것이다. 그러면서 라이선스, 전문 서비스, 교육을 위해 450만 달러를 오라클에 지급했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했다.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6. 보다폰 : 규제 당국의 벌금 선고
영국 통신사 보다폰이 CRM 시스템을 시벨(Siebel) 플랫폼으로 통합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고객 계정 중 일부가 제대로 이전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업체 측에서는 이 사실을 쉬쉬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결제 비용이 자신의 계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자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 결과 보다폰은 영국 통신 규제 당국으로부터 460만 파운드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벌금 납부만으로 일단락되었지만, 크라우스의 지적에 따르면 향후 비공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전에는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 업체 측은 일체 입을 다물고자 했겠지만 이제는 규제 당국이 실패 사실을 공개하기 때문에 차라리 소송을 통해 타인에게 비난을 떠넘기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2019.10.08

주가 폭락, 벌금, 소송으로 이어진 'ERP 흑역사 15건'

Josh Fruhlinger, Thomas Wailgum | CIO

프로세스 혁신(PI)에서 빠지지 않을 만큼 한때 IT 시장의 주류였던 ERP는 그 명성만큼 불명예스러운 사건과 소동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법정 싸움으로 이어진 굵직한 ERP 흑역사 15건을 소개한다. 
 

ⓒGetty Images Bank


조직에서 ERP 구축의 중요성은 ERP 및 CRM 구현 실패로 인한 소송 금액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5년간 대형 프로젝트 관리 업무에 종사했던 내비건트 컨설팅(Navigant Consulting)의 매니징 디렉터 그렉 크라우스는 전문 법정 증인 또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면서 이러한 대형 소송을 다수 목격했다고 회고했다.

2015년도 파노라마 컨설팅 솔루션(Panorama Consulting Solutions)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회사 중 21%는 가장 최근의 ERP 실패로 규정했다. 참사가 생각 이상으로 많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사실 소송으로 비화되는 사연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또 소송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소송이 알려진다고 할지라도 법적 절차의 특성상, 분쟁의 상세 내용이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크라우스는 “관련자들이 입을 다물기 일쑤며, 소송은 끝없이 계속되거나 합의 후 봉인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발생했던 극적인 ERP 실패 사례를 한데 모아 보았다. 실패 사례를 통해 지혜를 얻고자 한다. 참고로 크라우스의 모든 의견은 이러한 종류의 사건에 대한 그의 견해다. 이 글에 소개된 프로젝트에 그가 실제로 참여한 적은 없다.

1. 밀러쿠어스: 공개적인 분쟁 후 원만한 합의 
2014년, 맥주 제조사인 밀러쿠어스(MillerCoors)는 SAP의 ERP소프트웨어의 7가지 인스턴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여러 해에 걸친 주류 업계 인수합병의 결과였다. 이 거대 합병 회사는 인도의 IT서비스업체인 HCL에게 전사적으로 사용할 통일된 SAP 시스템을 구현하는 업무를 위탁했다. 일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첫 번째 릴리즈는 오랜 기간에 걸친 ‘실무 투입 후 하이퍼케어’의 와중에 8가지 ‘치명적인 심각도’ 결함, 47가지 ‘중대한 심각도’ 결함을 포함해 수천 가지 문제를 드러냈다. 2017년 3월 프로젝트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었고, 밀러쿠어스는 프로젝트 수행 직원을 부적절하게 유지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HCL을 상대로 1억 달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HCL도 가만있지 않았다. 2017년 6월, HCL은 밀러쿠어스가 자체적인 관리 기능 장애에 대한 책임을 HCL에게 전가하려 한다면서 맞소송을 제기했고, 문제의 진짜 원인은 이 관리 기능의 장애였다고 주장했다. 외부 소식통들은 소송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계약 문구가 보편적 서비스 계약서에 기반하기 때문에 오류의 가능성이 컸다고 지적했다. 그 후, 2018년 12월, 두 회사는 분쟁을 우호적으로 타결했다. 이들은 위험스러운 공개적 교섭을 위한 장소로 법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2. 레블론: 투자자를 크게 분노케 한 실책 
화장품 대기업인 레블론(Revlon)은 2016년 엘리자베스 아덴의 인수/합병 후 전사적으로 프로세스를 통일할 필요를 느꼈다. 두 회사는 과거 ERP시스템의 운영에서 긍정적인 경험이 있었다. 엘리자베스 아덴은 오라클 퓨전 애플리케이션이었고, 레블론은 마이크로소프트 다이내믹스 AX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합병 회사는 2016년 12월 SAP HANA라는 새 공급업체를 선택했고, 이는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졌다. 

HANA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미완성 제품이었나? 그럴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HANA가 레블론의 노스캐롤라이나 제조 설비를 망가뜨릴 정도로 파괴적이었고, 레블론은 수백만 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는 점이다. 레블론은 2019년 3월 참사에 대해 HANA 시스템의 효과적인 제어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데 문제가 있음이 원인이었다고 분석했고, 아울러 이 ERP 장애로 고객 서비스 수준의 저하를 막기 위한 조치들 때문에 운송 수수료와 여타 예상치 않은 비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비용은 ERP 시스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레블론의 주식은 폭락했고, 회사의 주주들은 소송을 제기하였다. 

3. 리들: 독인 슈퍼마켓 대기업의 중대한 문제 
이 ERP 프로젝트는 독일의 두 거대 기업, 즉 ERP/CRM의 유명 회사인 SAP와 연간 매출이 1,000억 유로에 이르는 전국적 식료품 체인인 리들(Lidl)의 환상적인 합작품으로 여겨졌다. 2011년부터 두 회사는 걸핏하면 고장나는 리들의 자체 인벤토리 시스템에서 탈피하고자 협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2018년, 거의 5억 유로를 허비한 끝에 리들은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문제는 리들의 유별난 문서 보존 방식에 있었다. 회사는 자신의 물품 매수 가격을 자체 인벤토리 시스템의 기반으로 한 반면, 대다수 다른 회사의 시스템은 자신의 물품 판매 가격을 기반으로 했다. 리들은 이 방식을 변화시키고 싶지 않았고, 따라서 SAP 제품은 커스터마이징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구현에서 문제가 나타났다. 게다가 리들의 IT부서 임원급 인사의 이직이 너무 잦았고 구현을 이끌 책임이 있는 컨설팅 업체를 비난했던 이 ERP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돼 있었다. 

4. 내셔널 그리드: ‘퍼펙트 스톰’ 
뉴욕, 로드아일랜드, 매사추세츠에서 가스와 전기를 공급하는 유틸리티 회사인 내셔널 그리드(National Grid)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새로운 SAP 시스템의 실무 투입은 3년이 되도록 진행형이었고, 이미 시한이 지난 상태였다. 실무 투입 일자를 놓치면 수천만 달러의 초과 비용이 발생한다. 게다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요율을 인상하려면 정부 승인을 받아야 했다. 새 SAP 시스템을 성급히 가동한다면 회사 업무가 훼손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들의 실무 투입 일자는 2012년 11월 5일이었다. 거대 태풍인 샌디가 내셔널 그리드의 서비스 구역을 강타하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전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내셔널 그리드는 혼란의 와중에 무리하게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치명적인 결정을 내렸고, 이는 예상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었다. 월급을 너무 많이 받은 직원이 있는가 하면, 월급을 더 적게 받은 직원도 있었다. 또한 1만 5,000개의 하청업체 청구서를 처리할 수 없었다. 재무보고도 붕괴되어 현금 흐름을 위해 으레 의존했던 단기 금융 지원조차 받을 수 없었다. 내셔널 그리드는 시스템 통합을 담당한 업체인 위프로에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은 결국 법원 밖에서 7,500만 달러에 타결되었지만, 손실을 감당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5. 워스앤코: 끝없는 지연, 소송으로 이어지다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제조사인 워스앤코(Worth & Co.)는 새 ERP 시스템을 원했다. 2014년 여러 IT업체와 협상 끝에 오라클의 E-비즈니스 스위트의 구현을 EDREi 솔루션즈에게 위탁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시스템 개통일은 2015년 11월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스템 개통일은 2016년 2월로 연기되었다. 그리고 그 때 오라클은 워스앤코에게 교육과정 및 지원계약을 이유로 26만 달러를 지불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2016년이 지났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실무에 쓰이지 않았다. 2017년 워스앤코는 EDREi를 버리고 다른 통합 업체인 모뉴멘트 데이터 솔루션즈(Monument Data Solutions)와 새로 계약을 맺었다. 다시 1년을 소비했지만, 워스앤코의 목적에 맞게 오라클의 스위트를 커스터마이징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폐기되었고, 워스앤코는 2019년 2월 뜻밖의 행보를 보였다. IT통합 업체가 아닌 오라클을 고소한 것이다. 그러면서 라이선스, 전문 서비스, 교육을 위해 450만 달러를 오라클에 지급했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했다.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6. 보다폰 : 규제 당국의 벌금 선고
영국 통신사 보다폰이 CRM 시스템을 시벨(Siebel) 플랫폼으로 통합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고객 계정 중 일부가 제대로 이전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업체 측에서는 이 사실을 쉬쉬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결제 비용이 자신의 계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자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 결과 보다폰은 영국 통신 규제 당국으로부터 460만 파운드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벌금 납부만으로 일단락되었지만, 크라우스의 지적에 따르면 향후 비공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전에는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 업체 측은 일체 입을 다물고자 했겠지만 이제는 규제 당국이 실패 사실을 공개하기 때문에 차라리 소송을 통해 타인에게 비난을 떠넘기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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