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2

김현철 칼럼 | 경업금지 조항을 작성할 때에 유의해야 할 점

김현철 | CIO KR
퇴직한 직원이 경쟁회사로 전직한 경우에, 그 근로자를 상대로 경업금지(競業禁止)약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이나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러한 경우 기업과 퇴직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한지 여부가 주로 쟁점이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경업금지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입장이다. ①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 ②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③ 경업 제한의 기간 ․ 지역 및 대상 직종, ④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유무, ⑤근로자의 퇴직 경위, ⑥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한지를 판단하고 있다.

근로자 ‘갑’이 ‘을’ 회사를 퇴사한 후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개무역회사를 설립 · 운영하자 ‘을’ 회사 측이 경업금지약정 위반을 원인으로 ‘갑’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갑’이 고용기간 중에 습득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등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는 이미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설령 일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수하는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을’ 회사가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고 거래를 독점할 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그러한 거래처와의 신뢰관계는 무역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측면이 강하므로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경업금지약정이 ‘갑’의 이러한 영업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근로자인 ‘갑’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손해배상(기)]).

한편 A전자회사의 협력업체인 P회사가 산학협력지원 사업을 통해 D라는 직원을 채용하고 고용계약서에 전직금지약정을 집어넣었는데, D가 전직금지약정을 어기고 A전자회사에 입사하자 P회사가 D를 상대로 전직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① 반도체 설계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에서 시행착오 등이 많은 회로배치 공정에서 얻어지는 특정 결과물을 취급하였던 근로자가 보유한 지식과 정보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라는 점, ② 보호할 사용자의 이익을 해할 가능성이 있는 지위와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③ 사용자가 산학협력지원 사업을 통해 자금을 지원한 기간, 직원이 다른 반도체 업체에 취업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볼 때 퇴직 후 1년이라는 전직금지약정기간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는 점, ④ 산학협력지원 사업을 통해 직원에게 상당한 액수의 금원(약 3,000만원)이 전달되고, 고용보장약속에 따라 실제 고용하였다는 점에서 전직금지기간에 대한 대가가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⑤ 사용자 측의 귀책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이 아니라, 근로자 스스로 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하여 근로계약을 위반하고 퇴직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경업금지약정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위와 같은 판례에 비추어 경업금지약정을 작성할 때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전직금지약정은 대부분 기업의 요구에 따라 작성되고, 직원이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하여 일방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내용으로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오히려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판례에서 제시된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판단기준을 참고하여 합리적인 내용으로 경업금지약정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

가장 주요한 핵심은 경업금지기간을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경업금지기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판단되는 경우,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경업금지기간을 합리적인 범위 내로 제한하여 그 초과하는 기간에 대해서만 무효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경업금지기간 전부를 무효로 인정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① 중요한 기업정보를 영업비밀 또는 비밀정보로 분류하여 기업정보 취급방침을 제정하거나, 접근 가능한 직원의 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이러한 정보의 누설을 금지하는 ‘누설금지약정’ 혹은 ‘정보보호약정’을 함께 체결해 두는 방안, ② 경업금지기간을 일률적으로 설정하기 보다는 영업비밀 또는 비밀정보의 접근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직종별 또는 직군별로 경업금지기간에 차등을 두는 방안, 그리고 ③ 경업금지기간 등을 고려하여 경업금지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 김현철 변호사는 1994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33기)했다. 엔지니어링 분쟁 자문 및 소송 분야를 전담하고 있으며 대한변협심의등록 전문분야는 [민사법] 및 [회사법]이다. 최근 도서출판 르네상스를 통해 '지배당한 민주주의'를 발간했다. ciokr@idg.co.kr
 



2018.06.22

김현철 칼럼 | 경업금지 조항을 작성할 때에 유의해야 할 점

김현철 | CIO KR
퇴직한 직원이 경쟁회사로 전직한 경우에, 그 근로자를 상대로 경업금지(競業禁止)약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이나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러한 경우 기업과 퇴직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한지 여부가 주로 쟁점이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경업금지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입장이다. ①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 ②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③ 경업 제한의 기간 ․ 지역 및 대상 직종, ④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유무, ⑤근로자의 퇴직 경위, ⑥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한지를 판단하고 있다.

근로자 ‘갑’이 ‘을’ 회사를 퇴사한 후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개무역회사를 설립 · 운영하자 ‘을’ 회사 측이 경업금지약정 위반을 원인으로 ‘갑’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갑’이 고용기간 중에 습득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등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는 이미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설령 일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수하는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을’ 회사가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고 거래를 독점할 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그러한 거래처와의 신뢰관계는 무역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측면이 강하므로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경업금지약정이 ‘갑’의 이러한 영업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근로자인 ‘갑’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경업금지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손해배상(기)]).

한편 A전자회사의 협력업체인 P회사가 산학협력지원 사업을 통해 D라는 직원을 채용하고 고용계약서에 전직금지약정을 집어넣었는데, D가 전직금지약정을 어기고 A전자회사에 입사하자 P회사가 D를 상대로 전직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① 반도체 설계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에서 시행착오 등이 많은 회로배치 공정에서 얻어지는 특정 결과물을 취급하였던 근로자가 보유한 지식과 정보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라는 점, ② 보호할 사용자의 이익을 해할 가능성이 있는 지위와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③ 사용자가 산학협력지원 사업을 통해 자금을 지원한 기간, 직원이 다른 반도체 업체에 취업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볼 때 퇴직 후 1년이라는 전직금지약정기간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는 점, ④ 산학협력지원 사업을 통해 직원에게 상당한 액수의 금원(약 3,000만원)이 전달되고, 고용보장약속에 따라 실제 고용하였다는 점에서 전직금지기간에 대한 대가가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⑤ 사용자 측의 귀책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이 아니라, 근로자 스스로 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하여 근로계약을 위반하고 퇴직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경업금지약정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위와 같은 판례에 비추어 경업금지약정을 작성할 때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전직금지약정은 대부분 기업의 요구에 따라 작성되고, 직원이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하여 일방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내용으로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오히려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판례에서 제시된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판단기준을 참고하여 합리적인 내용으로 경업금지약정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

가장 주요한 핵심은 경업금지기간을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경업금지기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판단되는 경우,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경업금지기간을 합리적인 범위 내로 제한하여 그 초과하는 기간에 대해서만 무효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경업금지기간 전부를 무효로 인정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① 중요한 기업정보를 영업비밀 또는 비밀정보로 분류하여 기업정보 취급방침을 제정하거나, 접근 가능한 직원의 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이러한 정보의 누설을 금지하는 ‘누설금지약정’ 혹은 ‘정보보호약정’을 함께 체결해 두는 방안, ② 경업금지기간을 일률적으로 설정하기 보다는 영업비밀 또는 비밀정보의 접근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직종별 또는 직군별로 경업금지기간에 차등을 두는 방안, 그리고 ③ 경업금지기간 등을 고려하여 경업금지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 김현철 변호사는 1994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33기)했다. 엔지니어링 분쟁 자문 및 소송 분야를 전담하고 있으며 대한변협심의등록 전문분야는 [민사법] 및 [회사법]이다. 최근 도서출판 르네상스를 통해 '지배당한 민주주의'를 발간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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