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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다시 맥북을 설레게 하라' 애플 커스텀 프로세서가 몰고올 변화

2018.04.06 Michael Simon  |  Macworld
맥 사용자로서 새 칩 소식에 흥분한 것은 꽤 오랜만이다. 6코어에 5GHz 속도를 자랑하는 인텔의 새 노트북용 칩 '커피 레이크(Coffee Lake)' 이야기가 아니다. 애플이 x86 프로세서로 칩을 변경한 이후 코어와 클록 속도는 맥 사용자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대신 필자가 반가운 것은 애플이 칩을 자체 설계해 사용하는 '커스텀 프로세서' 소식이다.

잠시 맥이 RISC 프로세서를 사용했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이때는 속도 만이 유일하게 중요했다. PC 시장을 인텔이 장악했다고 해도, 애플은 자체 칩을 사용해 인텔에 아쉬운 소리할 필요가 없었다. 맥 사용자가 윈도우 사용자와 논쟁을 벌일 때도 맥이 윈도우 최고 사양 제품보다 더 빠르고 전원 관리가 뛰어나다고 반박할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점을 맥 사용자에게 잘 어필했다. 맥 사용자는 다음 맥 신제품이 기존의 한계를 얼마나 뛰어넘을 지 반가운 마음으로 목을 빼고 기다리곤했다.

애플 자체 제작 칩은 맥북을 다시 '설레게 하는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이런 기다림은 없다. 최신 인텔 칩이 맥북 프로 최고사양 제품에 탑재되면서 이런 흥분과 기대는 대부분 사라졌다. 사람들은 다음 세대 칩을 기대하는 대신 이미 시장에 나온 (맥이 아닌) 다른 제품으로 미리 알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맥북 프로 업데이트 제품에는 최신 카비 레이크(Kaby Lake) 프로세서가 들어갔지만 속도나 그래픽 성능 향상은 크지 않았다. 이제 내년까지 맥북에 신형 코어 i9s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놀랄 사람은 거의 없을 만큼 기대치도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해진 것이 애플 커스텀 프로세서 소식이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이 데스크톱과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자체 제작하고 있다는 강력한 정황이 발견됐다. 애플 자체 칩이 탑재된 제품은 2020년부터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커스텀 프로세서의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는 애플이 애플 컴퓨터 전 제품을 시장의 먹이사슬 최정상에 올려 놓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줄의 맨 끝에 서다
인텔의 최신 칩 발표 소식에 시샘이 난 맥 사용자도 있을 것이다. 인텔은 신형 코어 i7 고성능 모바일 H시리즈 칩을 탑재한 첫 노트북 소식 외에 차세대 코어 i9 칩 소식도 일부 함께 공개했다. 이를 이용하면 노트북에서 데스크톱용 게임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최신 인텔 프로세서는 당분간 맥에서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맥 사용자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인텔의 프리미엄 및 게이밍 노트북 제품 담당 페드릭 햄버거의 발언이었다. 그는 "우리는 OEM 파트너들과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여'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성능 개선을 위해 발열을 조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맥 사용자가 불쾌한 대목은 이 '상당히 많은 시간을 들인' 파트너가 애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때는 애플이 이런 파트너였다. 인텔 칩으로 전환하던 때였다. 당시 인텔 버전 칩에 대한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결과물은 너무나 평범했고 대부분 기성품의 업그레이드에 불과했다. 일부는 새 인텔 칩이 이전 세대 G4와 G5 칩보다 성능이 떨어졌다. 인텔 칩으로의 전환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것은 맥 업그레이드를 예측 가능하게 한 것 뿐인데, 이는 결국 맥을 지루하게 만든 요인이기도 했다.

인텔-애플간 파트너십은 한번도 맥 사용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 10년 이상 계속됐고 이제 맥은 다른 PC와 비슷비슷한 제품이 됐다. 주요 기준에서 경쟁 제품을 전혀 압도하지 못했다.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애플이 맥의 미래를 인텔 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은 이유라고 본다. 실제로 자체 칩을 사용한 아이폰이 성공하면서 애플이 맥용 커스텀 프로세서를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가 됐다.

속도를 높이다
인하우스 맥 칩이 어떤 발전을 이뤄나갈지는 아이폰을 통해 엿볼수 있다. 최신 인텔 커피 레이크 프로세서가 여전히 14nm 공정을 사용하고 있고, 첫 10nm 캐논 레이크(Cannon Lake) 모바일 칩은 올해 내 양산이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애플은 10nm A11 바이오닉(Bionic) 칩을 이미 지난해 가을 양산해 신형 아이폰에 탑재했다.

애플의 A11 바이오닉 칩은 10nm 공정을 사용해 전력 효율을 크게 높였다.

인텔의 신형칩 양산 일정이 이처럼 늦어진 것은 스펙터(Spectre)와 멜트다운(Meltdown) 보안 취약점 때문이다. 이를 수정하기 위해 인텔은 자사 칩 설계를 뜯어 고쳐야 했다. 이는 그동안 인텔이 기존 방식에 안주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고성능 노트북 칩 시장에서 실제적인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인텔은 칩 설계에 있어 실제적인 발전을 거의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영향은 고스란히 '심심한 맥북'으로 이어졌다.

애플이 커스텀 프로세서를 사용하면 우리는 iOS에서 봤던 혁신을 맥북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AI와 고효율, 놀라운 배터리 성능 등의 특징이 고스란히 맥북에 이식될 수 있다. 이러한 성능 향상 외에도 자체 설계 칩은 핸드오프(Handoff)와 연속성(Continuity) 등 기존의 맥과 iOS 간 연동을 더 강화할 수 있다. 그동안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iOS 맥북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전반적으로 장점이 많다
블룸버그는 이 신형 칩의 출시가 순조롭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필자는 커스텀 프로세서를 사용한 첫 맥은 저가 맥북과 (제품명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맥북 에어가 될 것으로 본다. 맥북 프로는 너무 비싸고 맥 노트북 구매자 대부분이 필요로 하는 작업보다 스펙이 높기 때문이다.

애플이 더 저렴한 맥북 에어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커스텀 애플 프로세서는 이런 제품에 안성맞춤이다.

벤치마크 결과를 보면 아이폰에 사용된 A11 칩은 1299달러짜리 12인치 맥북의 코어 m3 프로세서와 13인치 맥북프로의 코어 i5 프로세서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물론 이것이 아이폰 칩을 노트북에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애플이 'ARM 데스크톱 프로세서'를 만드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WWDC 2020 행사에서 이런 칩이 새로운 휴대용 맥 모델과 함께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애플이 더 저렴한 신형 맥북 에어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커스텀 칩은 이런 계획에 안성맞춤이다.

애플이 자체 설계한 칩을 사용한 저가 맥과 iOS 앱을 실행할 수 있는 맥OS 버전은 시장 전체를 흔들 '게임 체인저(game-changer)'가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을 위한 보편적 제품은 아니지만 넓은 호환성을 제공하면서도 속도와 전력 효율에서 현재 인텔 제품을 넘어서는 상당한 장점을 가질 것이다. 이는 애플의 저가 맥북과 아이폰의 A시리즈 칩, 스냅드레곤(Snapdragon) 스마트폰 같은 PC 대용 제품 간의 진정한 구분점을 만드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애플이 자체 칩을 사용하면 전체 큰그림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이제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맥 제품을 만들어 발표할 수 있게 된다.

인텔에 의존하지 않는 혁신
만약 애플이 아이폰에 스냅드레곤 프로세서를 사용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최신 고사양 칩이라고 해도 아이폰은 지금처럼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페이스 ID, 애니모지, 사진 조명(Portrait Lighting) 같은 기능도 현재 아이폰X처럼 빠릿빠릿하게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능 자체를 넣지 못했을 수도 있다.

A11 바이오닉 칩은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하지 못하는 기능을 아이폰에서 구현한다.

실제로 A시리즈 칩은 애플 아이폰 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을 가능하게 했다. 애플은 핵심 시스템온칩(SoC)을 이용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체가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확장했다. 이는 애플이 코어 프로세서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애플은 삼성이나 LG가 퀄컴 칩에 하는 것보다 훨씬 정교하게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개선할 수 있다.

커스텀 프로세서를 사용하면 애플이 맥에도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T1, T2 칩에서 맛보기로 확인하기도 했다. 이들 칩을 이용해 맥북 프로에 터치바 기능을 지원했고, 아이맥프로에 페이스타임 카메라 성능을 높이고 보안을 강화했다. 그러나 맥북 메인 프로세스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애플은 앞으로도 인텔의 자비에 기대야 한다. 그동안 맥북이 경쟁 제품을 따라잡는 데 급급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애플은 그동안 맥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텔의 '혁신 정체'와 애플의 'iOS 올인'이 결합해 그렇게 보이기도 했다. 커스텀 맥 칩의 파급효과는 단순히 맥의 성능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애플이 자신의 리듬에 따라 혁신하고 이를 계속해 나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맥이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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