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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애플은 돈다발에 취할 때가 아니다

2018.02.21 Steven J. Vaughan-Nichols  |  Computerworld
애플은 아이폰을 초당 10대씩 팔아치우고 있다. 절대 위기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실적을 보면, 분기 매출이 883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 늘어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분기 수익은 무려 201억 달러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애플이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돈 잔치를 끝낼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일단, 애플의 최고가 스마트폰인 아이폰 X의 매출이 줄고 있다. 애플 관련 소식에 있어 가장 정확성이 높은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KGI 시큐리티의 애플 담당 애널리스트 밍치 궈는 애플이 기대보다 낮은 매출을 기록한 아이폰 X를 단종시킬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로 애플이 아이폰 X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징후는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110달러 짜리 아이폰 X용 멋진 스크린을 생산하는 삼성 디스플레이는 OLED 생산량을 줄였다. 아이폰 X의 수요가 예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1분기 아이폰 X 생산량을 절반까지 줄였다. 지난해 11월 아이폰 X를 처음 내놓았을 때 예상했던 생산량에서 40만대 이상 줄어든 것이다. 궈는 애플이 아이폰 X를 계속 판매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낮게 봤다. 결국은 단종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왜 단종일까? 많은 애널리스트가 그 이유로 2가지를 꼽는다. 먼저 궈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X가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센서 노치가 화면의 상당 부분을 가려 중국 고객이 구매를 꺼린다는 분석이다. 또다른 이유는 고객층이다. 아이폰에 기꺼이 거금을 쓰는 사용자가 여전히 많지만, 애플이 기대하는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다른 이유 몇 가지를 덧붙일 수 있다. 첫째, '아이폰 속도 제한' 사태 이후 휴대폰에 1000달러를 쓰는 사람들이 깨달은 것이 있다. 애플이 자신들에게 바가지를 씌웠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애플이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고 고의로 구형 아이폰의 속도를 떨어뜨린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기 당했다고 느끼는 애플 골수팬에게 배터리 교체 비용 할인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둘째, 가장 충성스러운 애플 팬조차 인정하는 것이 있다. iOS가 엉망진창이라는 점이다. iOS 11.x 버전은 끊임 없이 오류를 수정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새 버그가 등장하고 있다.

최신 버그는 말그대로 '걸작'이다. 아이폰 사용자 중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괴롭히고 싶다면, 그냥 남부 인디언 언어인 텔루구어 심볼을 몇개 넣어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내보라. 이를 받은 사람의 아이폰이 오류를 일으킬 것이다. 그냥 오류가 아니라 무한 부팅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설정 > 일반 > 재설정을 선택한 후 '모든 콘텐츠와 설정 지우기'를 해야 한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테스트하고 싶다면 반드시 백업하기 바란다.

애플도 내부적으로는 iOS와 개발 계획이 엉망이라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신기능을 내놓는 대신 기존 코드에서 오류를 잡는 작업에 먼저 주력하기로 했다. 이른바 '품질 보증(quality assurance)' 작업이다. 꼭 알려진 대로 실행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애플 소프트웨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일까? 익명의 전직 iOS 개발자가 레딧(Reddit)에 쓴 글에서 근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애플 내부에서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프로젝트 매니저가 iOS 개발을 주도하며 업무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P0은 즉시 수정해야 하는 버그를, P4는 그대로 둬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프로젝트 매니저가 임의로 이를 정하다보니 소프트웨어 품질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특정 기능을 언제 배포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 버그가 여전한 채로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에 배포되고, 버그를 수정하는 후속 조치가 계속 지연되는 이유다. 그는 "iOS 소프트웨어 품질의 구멍이 발생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전지전능한' 프로젝트 매니저와 그 조직의 권한을 줄이지 않으면 애플 엔지니어링에 근본적인 변화는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애플이 여전히 워터폴(waterfall) 개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방법론은 소프트웨어를 유연하게 수정하기 쉽지 않다. 특히 수많은 악성 버그가 포함된 소프트웨어라면 더 그렇다. 워터폴은 소프트웨어 버그를 찾아내는 데도 효과적이지 않다. 거의 개발이 끝나는 단계까지 테스팅 작업이 계속 지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애플 소프트웨어를 보면 충분한 테스팅이 진행되지 않은 채 배포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면 '잘 하겠다'는 선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애플이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근본적인 관리와 개발 방식의 변화를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애플이 비틀거리는 사이 외부의 적들은 손놓고 지켜보지 않는다. 글로벌 스마트폰 선두주자인 삼성을 비롯해, 샤오미, 화웨이, 오포 같은 중국 스마트폰 OEM들은 매년 두 자릿수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애플의 생사는 아이폰에 달려 있다. 2018년 1분기 기준으로 아이폰 매출은 애플 총매출의 69.74%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매출이 줄면 애플은 큰 위기에 처할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스마트폰 매출은 줄고 있고,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성장세가 정체돼 있다.

물론 이 문제는 단지 애플만의 것이 아니다. 필자는 현재 휴대폰 시장이 최대치에 도달했다고 믿는다. 2년에 한번씩 새 휴대폰을 사는 사람이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휴대폰 업체는 최신 제품이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실은 계속해서 새 휴대폰을 사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신 휴대폰이 18개월 전에 나온 아이폰 7과 비교했을 때 수백 달러를 추가로 낼 만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애플은 올해 새 아이폰 모델 3종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휴대폰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애플이 더 중요한 일, 즉 소프트웨어를 다듬는 데 집중하는 현명함을 보일 시점이라고 본다. 애플의 럭셔리 브랜드가 결국 2류가 됐다는 것을 고객이 깨닫기 전에 말이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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