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공존하는 일상'··· 첫 장기연구 시작됐다

CIO Australia
공상 과학 영화처럼 언젠가는 가정과 직장에 실제 로봇이 배치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과 기계 간의 장기적인 상호 작용에 대한 실제 연구는 현재까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로봇에 대한 인간의 태도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 로봇이 영화 '아이 로봇(I, Robot)'처럼 굴종하는 최하층 계급의 노예로 전락(한 후 항거)하게 될까? 인간과 로봇이 함께 오래 지내다 보면 영화 '엑스 마키나(Ex Machina)'처럼 사람이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Prof Mari Velonaki and humanoid robot Geminoid F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연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중 한 연구는 인간의 얼굴과 닮은 로봇 머리(EMYS(EMotive headY System))와 함께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었다. 이 로봇 머리는 '감정'이 프로그래밍됐고 최근 날씨 정보를 알려준다거나 음악을 재생하는 것과 같은 간단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 연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실제 합숙 기간은 10일에 불과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참가자가 1년 이상 로봇과 상호 작용 했다. 그러나 주로 주중에 매일 1시간 정도에 불과했거나 그 대상이 진공 청소기 '룸바(Roomba)'와 같은 기초적인 로봇이었다. UNSW의 창조 로봇 공학 연구소 책임자이자 교수인 마리 벨로나키는 "작업 환경은 물론 그 어떤 환경 내에서도 사회적 로봇이 제대로 구현된 사례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장기적인 연구 자료도 전무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현재 벨로나키 교수와 그 동료들, 그리고 후지 제록스(Fuji Xerox) 연구 기술 그룹 연구원들은 새로운 로봇의 시제품 개발에 분주하다. 인간과 사회적 로봇 간의 일상적인 상호 작용에 대한 '최장 기간' 연구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UNSW 연구소에서는 현재 로봇의 설계와 '심리학적 프로그래밍' 작업이 진행 중이다. 로보-내비게이션(robo-navigation)과 대학교 컴퓨터과학 대학에서 개발한 인공 지능 기술이 활용된다. 1년 이내에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제품 로봇은 3개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후지 제록스 연구 개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15명의 직원 사이에 배치될 예정이다.

과연 이 로봇은 팀의 귀중한 일원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싫증난 장난감이나 성가신 존재로 전락할 것인가? 후지 제록스 연구 기술 그룹의 선임 연구 담당자 로샨 타플리야는 "목표는 인간의 동반자를 만드는 것이다. 이 로봇의 특징은 사람이 감정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이해해 물리적인 방식이 아닌, 긍정적인 자극을 가능하게 하는 미묘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진정성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Velonaki's robotic art installation창조적 중재자
타플리야는 이 로봇이 요코하마에 자리 잡게 되면 여러 가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현재 일반적인 사무직 노동자는 업무 시간 중 70~80%를 업무 이외의 일에 소비한다. 이를테면 서류를 찾거나 특정 문제에 대해 문의할 적절한 사람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우리가 원하는 로봇은 작업장에 꼭 들어맞는 특수한 로봇, 즉, 사람에게 지장을 주지 않는 동시에 작업에 도움을 주는 로봇이다"라고 말했다.

양방향 예술과 특수 로봇 설계 및 개발에 20년 가까이 보낸 벨로나키에 따르면, 로봇이 적절한 순간에 개입할 뿐만 아니라 협력할 사람들을 짝지어주는 '창조적인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는 "'인간의 소통을 강화시켜 주는 기계'라고 하면 모순 같지만 단조로움을 벗어나게 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이 협업하고자 할 때 로봇이 이를 가능하게 해 준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로봇이 '지금이 개입해도 좋은 때'인지, 개입이 '환영 받았는지'를 사람의 몸짓을 보고 파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로봇 훈련을 전담할 직원 15명의 도움으로 로봇의 동작과 움직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개선될 예정이다. 벨로나키는 "학습과 적응을 통해 사람을 알아보고 작업장의 기본적인 것을 배워야 한다. 예를 들면 사람들의 움직임, 움직임의 속도, 언제 속도를 늦춰야 하는지, 적절한 몸짓은 무엇인지, 얼마나 가까이 가는지, 어디서 멈추는지 등이다"라고 말했다.

이 로봇에는 직원 복지 기능도 추가된다. 직원의 긴장 상태가 심해지면 휴식을 취하도록 유도한다. 벨로나키는 "휴식은 매우 중요하다. 너무 정신 없이 바쁠 때는 오히려 그 상황에서 잠시 떠나는 것이 좋다. 이 로봇은 긴장을 풀 수 있는 일종의 압력 밸브를 갖추고 있다. 물론 우리는 위협이 되지 않는 시스템을 원한다. 직원의 '생산성'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전체의 '복지'를 감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깜짝 놀랐지!
기간을 감안했을 때 이 연구의 핵심 과제는 로봇이 인간 동료의 관심과 인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벨로나키는
"사람이 관심을 갖게 하려면 학습, 발전,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질 것이다. 직장에 등장한 로봇이 조금 신기하기만 할 뿐 가르쳐도 아무런 발전이 없고 새로운 패턴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로봇을 가르치는 일에 시간을 쓸 이유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이 로봇에 깜짝 놀랄만한 요소를 추가할 예정이다. 벨로나키는 "사람들은 깜짝 놀랄만한 요소를 원한다. 전적으로 복종하고 불만이 없는 로봇을 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깜짝 놀랄 만한 행동 요소를 언제 도입하는가 하는 것이다. 정신을 산란하게 해서도 안되고 결함처럼 보이거나 부적절한 것도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그 성공 여부를 떠나 (벨로나키는 로봇과의 공존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배울 것은 여전히 있다고 본다) 그 결과는 향후 로봇 설계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벨로나키는 "다양한 사회 체계와 기관에서 쓰이려면 훈련과 공존이 가능해야 하며 흥미로운 방식으로 공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로봇의 설계는 벨로나키의 표현에 따르면 '지금까지 설계했던 그 어떤 것과도 매우 다르다'. 과거에 있었던 매우 기괴한 로봇과도 다른 것이다. 타플리야는 "이 로봇의 그 형태와 기능은 아직 비밀이지만 혁신적일 것이 될 것이다. 기왕 무언가를 만들려면 최첨단의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 최첨단의 영역으로 가서 어떤 것인지 확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