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누가 멀티벤더 환경을 대변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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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필자가 좋아한 TV 프로그램 중 하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였는데, 마지막 편의 제목은 “누가 지구를 대변해 줄까?”였다. 당시는 핵 전쟁 가능성이 상존하던 냉전 시대였다. 칼 세이건은 만약 세상이 변하지 않으면 인류와 지구에 곧 닥칠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대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누가 지구를 대변해 이런 변화를 불러올 행동이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큰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 이 질문은 오늘날 데이터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다르지 않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데이터센터 분야는 현재 혼란 상태이다. 데이터센터는 재사용할 수 있는 빌딩 블록을 기반으로 구축되지만, 환경 설정은 여전히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코스모스 시리즈에서 칼 세이건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지구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기업은 점점 더 디지털화되고 속도가 모든 것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방법을 바꾸어야만 한다.

주요 데이터센터 업체의 대부분은 자사만의 특정 환경을 위한 더 나은 자동화 툴을 만들어 왔다. 물론 이것은 나쁘지 않고, 오랫동안 필요로 했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툴로는 더 큰 데이터센터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대기업 대부분은 자사의 데이터센터 내에 하나 이상의 네트워크 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화이트박스 제품이 ToR 스위치로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으며,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필자는 시스코나 아리스타, 주니퍼, 브로케이드, 어바이어 등이 자사 환경 내에서 좀 더 쉽게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묻고 싶다. “멀티벤더 환경을 누가 대변해줄까?”

기업은 힘든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일 업체로 표준화해 동종 제품 중 최고를 사용하거나 저렴한 대안 제품을 사용하는 옵션을 포기하거나 여러 업체의 솔루션을 도입해 다음과 같은 과제를 스스로 극복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 멀티벤더 기술의 부재. 새로운 업체의 솔루션을 도입할 때마다 기업은 해당 업체의 제품과 운영체제 관련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를 채용해야만 한다. 이는 엄두가 안 날 정도로 비싼 방법이며, 오늘날 대부분 기업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 화이트박스 문제. 화이트박스라는 용어는 매우 광범위한 정의를 가지고 있다. 일부 화이트박스는 베어본 운영체제와 제한적이 지원을 갖춘 기본형 스위치이지만, 어떤 화이트박스는 풍부한 기능과 더 개선된 지원 모델을 제공한다. 따라서 화이트박스의 과제는 경험이 업체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화이트박스를 사용하려면 호환성 테스트가 필요하며, 일반적으로 맞춤형 기능을 화이트박스에 구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페이스북이나 아마존이라면 아무 문제도 없다. 하지만 그외의 모든 기업은 커다란 문제가 된다.

- 단일 뷰의 부재.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부분 업체가 자사 제품을 위한 대시보드를 만들지만, 멀티벤더 환경은 수많은 대시보드와 수많은 수작업 통합을 필요로 한다. 담당 엔지니어가 천재가 아닌 이상, 대시보드의 무분별한 확산은 장기적인 관리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는 이런 모든 문제의 만병통치약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멀티벤더 SDN 환경은 단일 업체 환경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으며, 따라서 고객은 자연히 턴키 모델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물론 필자도 턴키 모델을 좋아한다. 그리고 일부 기업에게는 적합한 솔루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멀티벤더 SDN 역시 이를 원하는 기업을 위해 구현되어야만 한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IT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문제이다. 현재의 데이터센터 운영은 일이 느리게, 디지털 시대에는 너무나 느리게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90%의 IT 프로젝트가 늦게 구현되거나 예산을 초과하거나 취소된다. 디지털 기업의 정의를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네트워크 운영 때문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멀티벤더 데이터센터 관리 툴의 부재, 즉 하드웨어 선택권과 운영의 단순화, 엔드 투 엔드 가시성을 제공하는 관리 환경의 부재는 기업을 정체시키고 있다.

필자는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과연 누가 멀티벤더 환경을 대변해 줄 것인가? 칼 세이건의 예언처럼 되기 전에 해답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