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에 보는' 태블릿, 그 굴곡의 역사

PCWorld

태블릿 컴퓨터는 길고 고통스러운 진화의 과정을 거쳐왔다. 그 고난의 시작은 191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는 미국 특허청이 필기인식 기술에 대한 특허를 최초로 인정한 해다. 그리고 40년 후 1956년에는 필기인식 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컴퓨터가 등장했다.

태블릿이 오늘날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아이패드가 공개되기 훨씬 이전의, 애플의 ‘뉴턴 메시지패드(Newton MessagePad)’부터였다.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던 태블릿의 진화과정을 12개의 핵심 제품을 통해 살펴보자. editor@itworld.co.kr

애플, ‘태블릿’의 개념을 실험하다 애플은 1983년에 태블릿 프로토타입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1987년, ‘놀리지 내비게이터(Knowledge Navigator)’라고 불리는 태블릿 컴퓨터의 개념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애플은 사용자와 기기가 음성 명령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이는 오늘날 ‘시리(Siri)’의 슈퍼 컴퓨터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1993년, 애플은 ‘뉴턴 메시지패드(Newton MessagePad)’을 공개하며 태블릿 역사의 첫 장을 장식했다. 태블릿이라기보다는 PDA에 가까운 형태지만 뉴턴 메시지패드는 펜과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태블릿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애플은 너무 앞서나갔고, 뉴턴 메시지패드는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도 전에 1998년에 이르러 단종돼 버렸다.

태블릿 펜 마이크로소프트는 1992년, ‘펜 컴퓨팅 윈도우(Windows for Pen Computing)’를 공개했다. 이는 스타일러스 펜을 입력 매체로 한 필기인식 소프트웨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 패키지에는 오늘날 윈도우 태블릿에서 볼 수 있는 온스크린 키보드와 노트패드 앱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탑재돼 있었다.

빌게이츠의 태블릿 PC 선언 2000년 11월, 빌게이츠는 컴덱스(Comdex) 전시회에서 ‘태블릿PC(TabletPC)’라는 태블릿 PC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기존의 태블릿-겸-노트북 스타일의 키보드와 트랙패드를 스타일러스 펜과 터치스크린으로 대체한 이 제품은 ‘종이처럼 쓸 수 있는 컴퓨터’를 추구한 것이었으나 필기 및 음성인식 기술이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않아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용자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윈도우 XP 태블릿 PC 에디션 초기 태블릿 PC 모델 가운데 하나인 윈도우 XP 태블릿 PC 에디션(Windows XP Tablet PC Edition)은 터치 인터페이스를 중심으로 디자인된 기존의 태블릿 운영체제와는 달리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시작 화면’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러나 시작 버튼은 있었지만 필기인식 기능이라든지 온스크린 키보드와 같은 기능들은 여전히 어색했다.

‘수륙양용’…노트북 겸 태블릿 결국, 태블릿 기능만 지원하는 기기는 노트북 겸 태블릿, 2가지 기능을 지원하는 다용도 기기에게 점유율을 내주게 되었다. 이들 기기는 ‘태블릿’이라기 보다는 터치 스크린이 탑재된 ‘노트북’에 가까웠는데, 화면을 360도 회전시킬 수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비록 마이크로소프트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인기는 얻지 못했지만, 컨버터블 태블릿의 흔적은 오늘날 윈도우 태블릿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윈도우 7의 터치 인터페이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9년, 윈도우 비스타의 참담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윈도우 7을 출시했다. 윈도우 7는 PC의 전반적인 성능 향상에 더해 멀티터치 제스처 기능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기존의 터치스크린 PC 제조업체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훗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윈도우 8의 “모던 UI(Modern UI)”와는 달리, 윈도우 7의 주 목적은 어디까지나 데스크톱 마우스 환경이었을 뿐, 터치 인터페이스를 특별히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프로젝트 쿠리에 중단 2009년,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로젝트 쿠리에(Project Courier)’라는, 좌우로 펼쳐지는 전자책 형태의 태블릿 컨셉트를 공개했다. 스타일러스 펜 중심의 인터페이스와 손가락을 이용한 다양한 멀티터치 입력방식을 지원하는 쿠리에는 엄밀히 말해 ‘태블릿 PC’는 아니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통해 태블릿을 뛰어넘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쿠리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듬해 프로젝트를 중단함에 따라 ‘컨셉트’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HP 윈도우 7 슬레이트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는 CES 2010에서 HP 윈도우 7 슬레이트(HP Windows 7 Slate)를 선보였다. 깔끔한 디자인과 무난한 기능으로 CES 2010에서 발표된 이후 상당히 주목받았던 제품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같은 해 애플이 아이패드를 선보이는 바람에 HP 슬레이트는 ‘그저 그런’ 윈도우 태블릿으로 전락했다.

아이패드의 등장 그리고 대망의 2010년, 애플은 아이패드를 공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태블릿 시장을 평정했다. 아이패드의 운영체제는 OS X가 아니라 iOS를 기반으로 구축됐기 때문에 축소된 ‘맥’보다는 ‘거대한 아이폰’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아이패드는 출시 직후부터 4년동안 태블릿 시장의 골리앗으로 군림해왔으며, IT업계에서 애플의 신화를 구축하는데 일조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홍수 처음에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전용이었던 안드로이드를 태블릿에 적용해보는 실험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실험에 점차 불이 붙기 시작했고,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나 OEM같은 영세한 규모의 제조업체들까지 안드로이드 태블릿 생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초기 안드로이드 태블릿 대부분은 ‘성공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2011년에는 구글도 안드로이드 3.0 허니콤(Honeycomb)라는 태블릿 친화적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내놓는 것으로 안드로이드 태블릿 열풍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윈도우 8의 등장 아이패드에 이어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하자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보인 것이 바로 윈도우 8이다. 윈도우 8은 위도우 95이래 마이크로소프트가 단행한 최대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시작 화면을 터치 인터페이스에 적합한 타일 형식으로 대체한 윈도우 8은 태블릿과 데스크톱 환경 모두 지원한다. 그러나 애초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윈도우 8은 마우스와 터치 인터페이스가 어지럽게 뒤섞여 사용자들로부터 잇따른 혹평을 받아야 했다. 시작 버튼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은 기존의 행동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윈도우 8에 분노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는 수 없이 윈도우 8.1에서 시작버튼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그리고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Surface)’라는 독자적인 태블릿 제품을 공개했다. 1세대 서피스는 ARM 기반의 윈도우 RT 버전, 그리고 윈도우 8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x86 기반의 ‘프로(Pro)’버전의 두 가지가 있었다. 서피스에는 킥스탠드(kickstand)라는 받침대와 더불어 커버로도 쓰일 수 있는 얇은 키보드인 타입 커버(Type Cover)라는 독특한 하드웨어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2년 이후에도 꾸준히 후속작을 선보였고, 올해에는 서피스 프로 2에 이어 서피스 3를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