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Perspective 인터뷰 | "호텔·스타벅스·집에서도 사무실같은 IT서비스" 필립스전자 김경석 상무

CIO KR

필립스전자의 CIO 김경석 상무가 오는 6월 5일 열리는 한국IDG의 ‘CIO Perspective’에서 연사로 나서 ‘One IT 시스템 : IT기술을 활용한 고객 만족과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 구현’이라는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필립스전자는 본사가 몇 년 전부터 원 IT 시스템을 구현했으며 글로벌 IT인프라를 통합하고 표준화했다.

1993년 필립스전자에 합류해 10여년 동안 CIO를 역임한 김 상무는 현재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의 IT를 총괄하고 있다. 다음은 김 상무와의 일문일답이다.

CIO KR : 먼저, 오는 6월 5일 CIO Perspective에서 발표할 내용에 대해 소개해 달라.

김경석 상무 :
사실은 원 IT시스템은 특별한 시스템이라기 보다는 회사 구조, IT조직을 원 IT OPIO(One Philips IT Organization)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IT부서는 각 나라의 독립 조직이었다. 나라별로 서비스, 비즈니스 제공, 서비스 품질, 종류 등이 다르고 복잡했다. 그에 따라 비용이 투명하지 않았고 중복 투자도 많았다. 글로벌에서 볼 때 이를 통합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2007년 하반기부터 IT조직을 하나의 조직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 결과 IT는 글로벌 CIO 아래 중복된 것을 통합하고 표준화된 서비스 체계 만들어 최종 사용자들이 서비스 데스크나, IT에 직접 접촉할 접점 만들게 됐다. 글로벌하게 하나의 조직을 만들고 그에 따라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유 서비스, 백 오피스 기능이 있다. 프론트단에는 세일즈가, 백오피스에는 HR, 재무, IT가 있는데, 이를 글로벌하게 공유 서비스 체제로 간다는 것이다. IT는 기능 면에서 독립된 조직으로 보고 원 IT로 가기로 결정했다.

2007년부터 필립스전자는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중복 조직을 없앴다. 아시아를 예로 들면, 한국에도 앱 프로그래머 있고 네트워크 담당자가 있고 데스크톱 담당자 있다. 일본에도 똑같이 있다. 한국의 네트워크 담당자와 같은 시간대에 있는 나라들은 서비스를 똑같이 제공할 수 있다. 인력과 조직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일하는 방법에 대한 표준화와 단순화다. 나라별로 복잡하면, 프로세스 조금만 달라져도 어려워지니 단순화, 표준화, 인력 최적화를 추구하게 됐다. 그 결과 사용자 만족도가 크게 향상됐다.

CIO : 원 IT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김 상무 :
나라별로 중복 투자가 많았고 절차가 다 달랐다. 관습에 따라 다를 수도 있는데 문제는 서비스 품질이 차이 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환경은 모발리티와 유연성을 강조한 근무 환경으로 가고 있다. 이제는 호텔, 공공장소서도 일할 수 있어야 하고 한국 사람이 싱가포르에 가서 일할 수도 있고, 유럽 사람도 한국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서비스 품질이 다르다면, 다른 나라에 갈 때, 그 나라의 IT서비스 절차를 모르면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

내가 앉은 자리가 내 사무실인 시대다. 어디서나 플러그앤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마치 필립스전자의 제품을 산 후, 세계 어디를 가서도 서비스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근무 환경도 그렇게 바뀌었다.

CIO : 원 IT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김 상무 :
현업의 저항은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최종 사용자들을 교육하고 경영진들을 만나 앞으로 이렇게 진행되니 협조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중복 서비스들을 찾아서 제거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 사람들을 수평이동시켜 우선 배치했으나 떠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성과는 대단했다. 특히 모든 나라의 비용이 투명해졌다. 그전까지 IT비용이 얼마인지 모르다가 수면으로 떠오르게 됐다. 그에 따른 시너지도 컸다. 어느 지역에서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게 되면,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킬 수도 있으며 그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특히 베스트 프렉티스의 도입 비용 측면에서 많은 이익을 얻었다.

CIO : 원 IT시스템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김 상무 :
원 IT시스템을 위한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5가지를 추진했다.

첫째 One WAN(Wide and network)이다. 과거에는 MPLS라는 전용선과 인터넷 접속하는 인터넷 스프릿 터널이라는 2가지 방식을 썼다. 예를 들어 MPLS는 ERP 등을 사용했고 아웃룩과 콜래보레이션은 스프릿 터널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것들을 모두 스프릿 터널 방식으로 통합했다. 이 프로젝트를 글로벌로 추진하는데 1년이 걸렸다. 과거 같았으면 몇 년짜리 프로젝트였다.

둘째 커넥트 백업이다. 과거에는 개인 PC에 데이터를 모두 저장했는데 이것을 중앙에 큰 저장장치로 연결하는 것이다. PC 분실, 손상, 도난 시 새로운 하드웨어만 갖다 끼워 단추 하나 누르면 재저장되고 PC에 암호가 걸려 있어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정보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

셋째, BPOS다. 과거에는 MS 오피스, 애플리케이션 등을 구매해 커스터마이징 해서 사용했는데, 여기에는 버전 업그레이드 시 버전 관리 어려움이 따랐다. 가령 오피스 2010이 나오면 필립스전자는 몇 개월이 지나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자체로 사용하자, 업그레이드 되면 바로 그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구매하자는 취지로 BPOS를 추진하게 됐다.

넷째, 원프린팅(One printing)이다. 보통 관리자들은 프린터를 책상에 올려 놓고 사용하는데 이 프린터들을 1년에 한 두 번 쓴다. 대형 사무실의 경우 멀티펑션 프린터를 설치해 출력 버튼을 누르고 개인 토큰을 프린터에 갖다 대면 내가 요청한 것만 출력돼 나온다. 그 결과 프린트 대수와 불필요한 종이 사용을 줄였다. 임직원들이 출장을 떠나기 전 사무실에 출력을 걸어 놓고 현지에 도착해 개인 토큰을 대면 해당 문서가 인쇄된다. 네덜란드 본사에 가서 프린터 드라이브를 찾고 연결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매우 혁신적인 사례인 원 IT서비스 데스크다. 이제는 업무가 사무실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스타벅스, 영업 현장, 집 등 유연한 근무 환경이 필요한 시대다. 언제 어디서건 워킹 테이블을 놓고 꽂으면 그곳이 곧 자리가 된다. 그런데, 만약 내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누군가가 와서 도와줘야 하는데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올 수 없게 됐다. 근무 시간과 장소 모두 유연해진 시대에는 IT서비스 데스크도 그에 맞춰 유연해야 한다. 내 PC에 문제가 생기면 스타벅스에서도, 공항에서도 전화할 수 있다. 필립스전자는 말레이시아에 24시간 365일 일하는 글로벌 서비스 데스크를 아웃소싱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메일, 전화, 웹포털 등으로 문제가 생기면 티켓을 발행하고 서비스 데스크 담당자는 티켓을 확인한 후 핸드폰을 연락해 몇 가지를 지시한 다음 네트워크 접속해 원격으로 PC에 들어가 해결해 준다. 이렇게 했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내 위치를 파악해 디스패칭 엔지니어가 방문해 필요한 하드웨어 부품을 교체해 주고 해결해 준다.

CIO : 필립스전자의 글로벌 전략에 월 IT시스템이 어떻게 기여했다고 보는가?

김 상무 : “IT가 비즈니스 전략에 맞춰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어떻게 IT서비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는 항상 고민하는 것이다. 현업도 마찬가지다. 현업 쪽에서도 이러한 IT서비스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한다.

필립스전자의 모든 사업은 글로벌로 소속돼 있다. 회사가 글로벌 원(One) 정책, 원 미션(One mission), 원 비즈니스(One business)를 지향하다 보니, IT도 당연히 여기에 맞춰 IT 미션을 수립하는 것이다.

IT는 비즈니스 이네이블러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수익을 만들 수도 있다. 필립스전자 IT조직에는 컴퓨텐스 센터가 있고, 아키텍처, 포트폴리오, 서비스 제공, INO(Infra and operation) 등이 있다. 조직이 매우 다양해 보이지만 글로벌하게는 한 조직이다.

CIO : 국내에 이미 많은 대기업들이 글로벌 전략에 시동을 걸었고 다른 기업들도 글로벌 전략 꿈꾸고 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김 상무 : 몇 년 전에 글로벌 싱글 인스턴스에 대한 붐이 있었다. 과거 필립스전자도 싱글 인스턴스를 고민한 적 있었다. 파라과이에서 새로운 요구사항이 생기면, 이를 SAP ERP에 매핑해 넣어야 할 지 말지를 고했다. 넣지 않으면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고, 넣자니 글로벌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2002년 SAP ERP를 구축할 때, 컨설턴트들이 표준 매핑을 강요했지만, 우리는 못한다고 반박했다. 당시에도 CIO였는데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표준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ERP 모듈을 가져와 똑같이 맞춰야 한다고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내부 프로세스는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나라마다 다른 법률, 세금, 규제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의 부가세와 네덜란드의 부가세다 다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표준 애플리케이션은 그대로 두고, 국가별로 특수한 모듈들을 애드온으로 붙이기로 결정했다.

싱글 인스턴스로 가려는 이유는 리포팅 때문이다. 경영진들은 그날 그날의 집계 현황을 보고 싶어 한다. 글로벌로 하나로 묶는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하자니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이 크다. 글로벌 싱글 인스턴스를 추진하려던 CIO들에게 “지역별로 커널을 하나씩 두고 리스크를 분산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필립스전자의 경우 글로벌 싱글 인스턴스로 가긴 가되, 애플리케이션 인력을 아웃소싱 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김경석 상무는 93년 필립스전자에 합류했고 그 전에는 반도체회사인 시그네틱스에서 근무하면서 SCM, MRP, MES 등 애플리케이션을 담당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