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앙은행 "CBDC 발행 가능성 검토 중"··· 입장 바꾼 이유?

Computerworld
디지털 화폐와 관련해 지금까지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왔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태도가 상당히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연방준비제도 이사 레이널 브레이너드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가치안정화폐)을 기반으로 한 실시간 결제 인프라가 많은 이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준비제도가 실시간 지급 및 결제 시스템의 중추로써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발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레이널 브레이너드는 2월 5일 스탠포드 대학에서 열린 ‘미래 결제에 관한 심포지엄(Symposium on the Future of Payments)’ 기조연설에서 위와 같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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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금 가치를 보장하는 디지털 토큰을 이미 테스트 중이거나 테스트를 계획 중인 핀테크 회사와 금융업계를 언급하면서, 바로 이들이 CBDC로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이너드는 “오늘날에도 자신의 자금에 접근하는 데 며칠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실시간 소액결제 인프라를 갖춘다면 전기나 수도 요금을 내거나 룸메이트와 월세를 나눌 때 혹은 소규모 업체들이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불할 때 자금을 즉시 쓸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CBCD가 잠재적 위험 또한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이 급속도로 도입될 전망이다. 그 때문에 중앙은행이 국가 통화를 국가 결제 시스템의 축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모아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브레이너드의 이번 연설 내용은 2018년의 태도와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18 디지털 화폐 컨퍼런스(Decoding Digital Currency Conference)’에서 그는 대규모 지급결제에 사용하는 디지털 토큰과 분산원장기술의 일부 측면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 및 시장을 강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극복해야 할 심각한 기술 및 운영적 난제들이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브레이너드는 당시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CBDC는 사이버 공격을 위한 타깃이 되거나 돈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 CBDC는 얼핏 보기에 각종 가상화폐와 연관된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철저히 검토해본다면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다.” 

또한 그는 “결제는 전통적으로 ‘은행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였다. 그러나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핀테크 회사들은 연방준비제도의 관할이나 규제 감독 하에 있지 않다. 반면 은행은 소비자를 보호하는 여러 장치를 가지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명했었다. 

미 중앙은행이 2년 전과 다르게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는 민간 기업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규모의 급속한 성장에 의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를테면 페이스북의 리브라, JP 모건의 JPM 코인 등이다. 

브레이너드는 이번 연설에서 “페이스북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이르는 활성 사용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화폐가 어떤 형태를 취할 수 있는지, 누가 또는 무엇이 이를 발행할 수 있는지, 결제가 어떻게 기록되고 이행되는지에 관한 논의가 시급함을 알려줬다”라고 말했다. “단, 일부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는 중대한 법적 및 규제적 난제에 직면해 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중국 상황을 인용하기도 했다. 대다수의 중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라는 2가지 모바일 결제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평가에 따르면 해당 모바일 결제 네트워크들은 2018년에만 거래액이 37조 달러 이상을 넘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브레이너드는 “이러한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엄청난 파급력에 입각해 중국은 디지털 화폐 발행 계획에 신속히 착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테라폼 캐피탈(Terraform Capital) CEO 마이크 포트르는 마크 저커버그의 리브라 출시와 관련해 이는 전 세계 정부와 대기업에 대한 일종의 경고이자 협상의 제스쳐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중앙은행들이 2009년 이전처럼 통화를 지배할 순 없지만, 현재 변화 흐름에 신속하고 현명하게 대응한다면 일정 수준의 지배권 및 가시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밝혔다. 

법률회사 페퍼 해밀턴 LLP(Pepper Hamilton LLP)의 변호사 토드 콘펠드는 연방준비제도가 실제로 토큰 개발을 검토했을 수 있으며, 적정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표준화된 CBDC 발행에 이점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콘펠드는 CBDC로 인해 은행들이 일반화폐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사용자와 자금을 연결시킬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를테면 암호화 해시 키(cryptographic hash keys)를 통해 미국 달러와 소유자가 연결된 디지털 코인을 발행함으로써 개인과 기업은 전자원장에서 토큰을 추적할 있을 것이고, 심지어 이체 후 오류가 발생하면 이를 회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부기관도 토큰을 추적하거나, 은행이 고객신원확인(KYC)이나 자금세탁방지 법률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중앙은행은 CBDC에 대해 많이 고려했을 것이고, 아마도 미국 통화를 공식적으로 토큰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말이다”라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이 66개 중앙은행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0% 이상의 중앙은행이 CBCD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레이너드는 BIS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중앙은행들이 1년 전보다 CBDC 발행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일부 중앙은행은 CBDC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1월,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ommodity Future Trading Commission, CFTC)의 전임 의장은 액센츄어와 제휴해 비영리 디지털 달러 프로젝트를 준비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의 CBDC 발행을 연구할 계획이다. 

빠르고 신속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이미 존재하기는 한다. 이를테면 P2P 결제 서비스인 벤모(Venmo), 젤르(Zelle) 등이다. 사용자는 P2P 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한 계정에 카드와 계좌를 연동시키고, 해당 계정 하나로 간편하고 즉각적으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 역시 페드나우(FedNow)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인과 기업의 거래를 실시간 처리하는 실시간총액결제(RTGS) 방식의 소액결제 시스템이다. 

콘펠드는 “페드나우나 이와 유사한 제품을 보면, 서로 비슷한 기술이나 앱을 사용해 미국 달러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은행은 현행 송금 시스템이 느리기 때문에 제약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브레이너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과 달리 결제 시스템에 대해 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소매 금융에서는 특히 그렇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연설을 통해 밝혔다. 그는 비은행 결제업체가 늘어나는 상황이므로 국가의 관리감독 체계를 재검토하고, 다른 나라처럼 연방준비제도가 소액 결제 전반을 감독할 수 있는 권한 부여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미국인이 접근할 수 있는 소액결제 인프라로 돌아가보자. 개인과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예금계좌 제공 기관을 이용해 안전하면서도 빠른 속도와 효율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전국적인 규모의 실시간 소액 결제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스위스의 블록체인 밸리 벤처스(Blockchain Valley Ventures)의 설립자 하인리히 제틀메이어는 CBDC가 여러 혜택, 특히 비용 절감과 효율 개선에서 이점을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혁신에 내재돼 있는 금융계와 소비자를 위한 혜택이다”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반 CBDC는 지급 및 결제를 처리하는 중개자로 인해 발생하는 수수료와 속도 지연을 근본적으로 없앨 것이다. 

또한 CBDC가 다른 디지털 화폐의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제틀메이어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그는 “개인적인 견해로 볼 때 CBDC가 페이스북 리브라의 가치를 훼손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라면 시장성을 평가할 때 새로운 CBDC를 감안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포트르는 리브라가 출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리브라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CBDC로 귀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차세대 법정화폐가 모든 종이화폐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포트르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가상화폐는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이 가진 문제를 명확히 드러냈다. 24시간 365일 내내 돌아가는 세계에서 고작 8시간의 은행 영업 시간으로 어떻게 비즈니스를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이 실질적인 화폐로 등장하면서 글로벌 금융업계는 자신들이 여전히 수백 년 된 낡은 인프라 속에서 일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