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구글의 결정이 우려스러운 이유

CIO KR
미-중간 무역전쟁의 양상이 IT 업계로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 5월 15일 미 상무부가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 후, 구글은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여러 언론에서 화웨이의 스마트폰에 구글 안드로이드의 탑재가 안 되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논조의 기사들이 실렸다. 한편 IDG의 ITworld에서는 ‘구글이 화웨이의 안드로이드 라이선스를 취소해도 걱정할 필요 없는 이유 5가지’라는 기사를 통해 이번 미국의 조치가 현실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싣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 더 공격적인 미국의 정책과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졌다. "화웨이 죽이는 것이 무역협상보다 더 중요" <5월 23일자 뉴스1>하다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의 발언은 이 사태의 본질이 결국 무역 분쟁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의심해 볼 수 있게 했다. 더 나아가 “英 반도체 설계업체 화웨이와 거래중단, 치명타 될 듯” <5월 23일자 뉴스1>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CPU의 주력을 차지하고 있는 영국의 ARM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다고 보도되었다. 이는 화웨이에게 구글의 안드로이드 거래 중단보다 더 치명적인 쟁점이 될 수 있다.

대체로 이번 미국의 조치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의 여론은 미국편인 것 같다. 그동안 싸드 보복조치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로 중국에 대해 쌓인 감정이 많았나 보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행정조치가 미국과 패권을 다투고 있는 중국의 기업에 대한 조치이긴 하나 우려가 되는 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산업 역시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의존하고 있고 CPU도 ARM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을 제외하면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 정책을 표방하며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의 74.85%를 점유하고 있다. (2019년 4월 기준, 소스: http://gs.statcounter.com/os-market-share/mobile/worldwide) 그리고 애플의 iOS가 22.94%를 차지하고 있다. 두 운영체제의 비율이 97.79%에 이른다. 가히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미국의 손아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미-중 간의 무역전쟁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안드로이드를 무기로 사용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없지만 만약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운영체제를 미국이 통상 전쟁의 무기로 삼아 어느 순간 공급을 중단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7의 기술 지원을 내년 초에 중단하기로 한 사실 만으로도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술 지원만 중단하는 것인데도 그 영향력이 적지 않은데, 윈도우 운영체제 공급 자체를 중단한다면 PC를 사용하는 기업이나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이번 조치에도 구글은 기존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를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벌써 많은 여파를 미치고 있다. 필자는 국가 간의 통상 마찰에서 상대국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공급 중단 카드를 꺼내 든 것에 대해 수긍하기가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내비게이션, 스마트폰은 물론 항공기, 선박 그리고 군사장비가 사용하는 GPS는 미국의 시스템이다. 그리고 미국의 GPS 시스템은 전세계에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의 GPS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하여 위성을 지속해서 발사하고 있다. 이번 미국 행정부의 조치와 구글의 정책은 향후 중국과 러시아에서 GPS처럼 IT 분야에서도 미국의 지배력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까? 대한민국도 GPS에 대해 독자적인 시스템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IT 분야에서도 유사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미국과 군사적 마찰을 빚을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무역 분야라면 그 가능성이 전혀 없을까?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지금과 같이 국가적으로 IT 분야에서 거의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해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문제는 없는 것일까? 얽히고설킨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서 한 국가의 독립적인 위치 확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구글의 결정은 그동안 잊고 지내던 힘의 논리에 따른 냉혹한 현실의 모습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이번 구글의 결정으로 스마트폰 업계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개선하려고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어느 순간 기업 또는 국가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더 나아가 스마트폰 및 PC 운영체제와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우리나라 자체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서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기반은 어느 국가도 함부로 통제할 수 없는 오픈소스 형태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ARM CPU나 퀄컴과 같이 원천기술이 오픈소스처럼 공개되어 있지 않은 분야에서 미국의 IT 패권이 전략화, 무기화될 경우 과연 어떤 나라가 이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리고 미국 역시 상대방이 이런 우려를 하게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로운 행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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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