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유예했지만…' 사용자∙시장∙무역 관점으로 본 구글-화웨이 분쟁

Techworld
구글이 화웨이 핸드폰에 대해 향후 안드로이드 업데이트와 구글 서비스(예: 유튜브, 지도)를 제한한다고 했다가 90일간 제재를 유예한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구글 측에 따르면 이는 중국과 무역 전쟁 중인 미국의 정책을 따르려는 조치다.



2018년 물량 면에서 애플을 제치고 세계 제2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등극한 화웨이에 관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보안 문제를 지적했다. 미국은 화웨이의 인프라 하드웨어 및 소비자 제품이 연방 차원에서 거래를 제한하게 된 것은 국가 보안상의 이유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영국과 유럽에서 화웨이의 소스 코드에 접근 가능한 감시단체, 규제 당국, 정보국 등이 화웨이 장비를 해체해 본 결과 불필요하게 덩치가 큰 코드 말고는 보안 위협이라 할 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처럼 화웨이는 세계 다른 어떤 업체보다 더 철저하게 감시받고 있다.   

화웨이 측은 CFO 멍완저우가 전례 없는 당국의 조치로 구속된 이래 미 행정부에 대한 전반적인 반감을 이용했다. 이는 특히 미국이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Five eyes : 정보 수집 활동 동맹을 맺은 5개 국가)와 함께 대양의 주요 해저 케이블까지 활용한 거대한 감시 수사망으로 세계의 많은 부분을 무차별적으로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해 왔다는 사실이 스노든의 폭로로 알려진 이후에 심해졌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은 출고량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판매된 전체 스마트폰 중 17%를 차지한 것이다. 현재까지 구글의 결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구글 측은 “명령에 준수하고 있으며 그 영향을 검토 중”이라는 것 이외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구글의 결정이 미칠 영향은 광범위하다. 화웨이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전세계 소비자 기술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례로, 애플의 아이폰은 대부분 중국 선전에서 제조되고 있다. 전세계 공급망의 많은 부분 역시 중국을 거친다. 따라서, 맞대응 보복으로 인해 주요 제조사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촉발되고 있다.

화웨이 사용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현재 화웨이 폰 소유자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안드로이드를 쓸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제품은 안드로이드가 탑재되지 않은 채 출고되고 화웨이 폰 사용자들도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업데이트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화웨이 핸드폰은 자체 이모션 UI(Emotion UI: EMUI, 안드로이드 위에 구축된 커스텀 운영체제)로 구동된다. 만일 구글의 결정이 지속되면 화웨이는 펌웨어와 OS를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일련의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화웨이는 전체 개발자 생태계 밖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구글의 결정은 미국과 중국 간에 고조되는 긴장감으로 인해 강요된 감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화웨이 핸드폰으로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는 수백만 명의 사용자에게 타격이 될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구글의 앱들은 현재 어차피 차단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중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지역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다.

화웨이가 쓸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온라인 방식의 완전한 오픈소스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무료이고 오픈소스이자 커뮤니티에서 유지보수가 이루어지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인 에프드로이드(F-Droid)와 같은 대안 시장을 사용하면 될 것이다.

구글의 거래 제한 결정 소식에 화웨이는 전세계적으로 자체 제품에 대한 보안 업데이트는 계속 제공할 것이라는 말로 대응했다.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당사는 전세계 모든 사용자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계속해서 구축해 나갈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CCS 인사이트의 조사 책임자 벤 우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구글이 화웨이 측에 어떤 말을 했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중 어떤 요소가 제한될 것인지 아직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이로 인해 생길 파문도 확실하지 않다. 단, 소프트웨어나 관련 애플리케이션의 업데이트에 지장이 생긴다면 화웨이 소비자 기기 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 내 시장 성장 가능성
중국 기업 ZTE는 화웨이보다 훨씬 앞서 미국의 통상 금지령에 따라 타격을 입었다. 거대 모바일 칩셋 업체 퀄컴의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실리콘 금지 조치로 인해 사업이 급격한 하락세를 탔다. 그러나 한때 ZTE와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화웨이는 규모가 훨씬 크다. 또한 회사 지도부는 적어도 3개월분의 제조 부품을 비축한 것은 물론, 구글의 거래 제한 조치 등과 같은 사태에 대비해 왔다고 거듭 밝혀 왔다. 

우드는 “현재 화웨이 스마트폰 소유자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 상황에서는 그 어떤 조치도 향후 기기와 향후 업데이트에만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앱 스토어, 구글 플레이, 구글 플레이의 보안 업데이트 등은 앞으로도 기존 화웨이 기기에서 계속 작동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드에 따르면, 구글이 정확히 어떤 조처를 하기로 했는지 명확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향후 기기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지난 몇십 년 동안 중국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네트워크 인프라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AI 연구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이다. 

2018년 중국 제조사의 반도체 매출액은 973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세계 반도체 매출액의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도체는 미국과 대만 제조사들이 철저하게 지배하고 있었다. 또한, 꽤 많은 물량이 중동에서 글로벌파운드리에 의해 제작되었다.

중국 내수 시장은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전체 물량 중 절반 이상을 소비한다. 단, 중국 내 생산업체들이 내수의 30%를 담당한다. 더 레지스터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이 점을 강조하고 싶어 한다.

중국은 전반적으로 과학 기술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중요한 핵심 AI 기술을 우리 손에 확실히 확보해야 한다”라고 2018년 후반기에 말한 바 있다.

무역 전쟁
상황은 아직 불투명하지만, 구글은 현재 전세계적인 운영체제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 흔들리는 것을 반길 리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구글은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재진입을 시도한 것을 두고 맹비난을 받아 왔다. 중국 내에는 흔히 ‘만리장성’이라고 하는 규제와 제한이 있는데 이에 맞춰 구글의 서비스를 수정하려는’ 이른바 ‘프로젝트 드래곤플라이(구글이 중국 검열에 맞춰 개발 중인 검색엔진)’가 직원들의 항의에 부딪힌 것이다.

만일 구글이 이 무역 전쟁에 끌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라면 다른 미국 제조업체들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추측도 무리가 아니다. 이번 소식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친미 성향의 5개의 눈 국가들의 정보국과 긴밀하게 연결된 이들을 비롯해 미국 외의 많은 평론가는 전면 금지를 근시안적인 조치로 보고 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