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나가도 돼?' 더 직관적인 무인 자동차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

Computerworld
우리는 어릴 때부터 길을 건너기 전에 양쪽 모두 살피고, 차가 멈추어 서면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도록 교육을 받는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퀸즐랜드 정부가 배포한 가이드에도 “운전자가 나를 봤다고 단정하지 말고, 가능하면 눈을 마주쳐야 한다”는 문구가 나온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함께 0으로(Towards Zero Together)’ 교통 안전 캠페인도 “운전자와 눈을 마주칠 것”을 당부한다.
 
그러나 운전자가 없는 자율 차량에는 이 조언이 통하지 않는다. 연결된 자율 자동차(Connected Automotive Vehicles, CAV)의 탑승자는 전방을 주시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내장된 엔터테인먼트 기능에 정신이 팔려 주변을 잘 살피지 않을 수도 있다. 심지어 창문이 아예 없는 차량도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보행자는 CAV의 센서가 자신을 봤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다른 도로 이용자는 CAV 차량의 의도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자율 운전 차량 자동차 기술을 연구하는 주요 업체는 이런 질문에 몇 가지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다.
 
메시지를 표시하는 방법, 빛을 투사하는 방법, 만화처럼 큰 눈을 달아 의사 표현을 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논의되는 중이다.
 
재규어 랜드로버(JLR)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 관리자인 피트 베넷은 “도로를 건너기 전에 다가오는 차량의 운전자를 쳐다보는 것은 제 2의 천성이다. 더 자동화된 미래 세계에서는 이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형될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나갑니다”

현재 텍사스에서 2개의 무인 차량 호출 서비스(차량 운행에는 간섭하지 않는 안내원 탑승)를 운영 중인 Drive.ai 측은 보행자와의 상호작용에 대해 “심사숙고했다”고 말했다.
 
Drive.ai의 차량은 밝은 주황색이며, 사방에 ‘Self-Driving Vehicle’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다. 또한 회사 측은 차량 앞뒤, 양쪽 모두 “보행자에게 차량이 의도하는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외부 커뮤니케이션 패널”도 장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패널에는 예를 들어 건널목을 건너는 사람 모양의 기호와 함께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 동안 기다리는 중’과 같은 메시지가 표시된다.
 


구글은(자매 회사인 웨이모(Waymo)가 이 분야의 선두 기업임) 2015년 이와 비슷한 해결책에 대해 미국 특허권을 취득했다. 전자 디스플레이를 통해 정지 신호 또는 텍스트를 표시하거나 스피커로 “지나갑니다(coming through)”와 같은 주의 문구를 말하는 방식이다.
 


닛산도 디스플레이 메시지를 실험 중이다. 닛산의 2015년 IDS 컨셉트 차량에는 “먼저 가세요(After you)”와 같은 메시지를 표시할 수 있는, 외부를 향한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다.
 
그러나 노스캐롤라이나 듀크 대학 연구진은 2017년 연구를 통해 이러한 디스플레이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진은 닷지 밴 차량의 전면에 대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다음 참가자들에게 이 차량이 자율 운전 차량임을 밝히고 실험을 실시했다. 그런데 실험의 보행자 중에서 길을 건널지 여부를 결정할 때 이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횡단 가능 신호와 횡단 금지 신호를 참고한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참가자가 차량의 접근 속도를 살피는 등의 “전통적인 행동”에 의존해서 길을 건넜다고 밝혔다.
 
또한 ‘건너도 안전하다’는 메시지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듀크 대학 연구원 마이클 클래맨은 “4차선 도로를 건널 때 ‘건너도 안전하다’는 메시지는 옆차선에서도 접근하는 차량이 없다는 뜻인가? 여러 명의 보행자가 길 양쪽에서 동시에 길을 건널 때 ‘건너도 안전하다’는 메시지는 어느 쪽을 향한 메시지인가?”라고 물었다.
 

명확한 의도

보행자에게 안내하는 방법 외에, 단순히 다른 도로 이용자에게 차량이 그 이용자를 인지했음을 알리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JLR은 작년 8월 영국 연구실에서 개발 중인 오리고(Aurrigo) 무인 팟에 ‘가상 눈’을 탑재했다.
 
JLR의 베넷은 “팟은 보행자를 확인하고(보행자를 직접 ‘보는’ 눈 모양으로 표현됨) 도로 사용자에게 보행자를 인식했으며 충돌 방지 동작을 취할 의도임을 신호로 알린다”고 설명했다.
 
재규어 랜드 로버도 가상의 눈을 실험하고 있다.

연구에서 팟은 ‘눈 마주침’ 전후 보행자의 신뢰 수준을 기록해서 이 방법이 차량이 멈출 것이라는 충분한 확신을 보행자에게 제공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베넷은 “사람에게 차량의 의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유익한지, 또는 단순히 차량이 보행자를 인식했음을 알리기만 해도 보행자의 확신을 유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닛산 IDS 컨셉트 차량에는 이와 비슷하면서 모양도 더 나은 ‘눈’이 탑재됐다. 닛산에서 ‘의도 표시기(Intention Indicator)’라고 부르는 이 LED 전등은 보행자 또는 자전거 이용자가 가까이 있을 때 “차량이 이들을 인식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흰색으로 점등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무인 차량이 보행자에게 차량의 이동 계획과 속도를 더 명확히 알리도록 하는 대안도 개발 중이다.
 
JLR과 미쯔비시는 보행자와 다른 도로 이용자에게 차량의 이동 예상 경로를 알리기 위해 도로에 빛을 투사하는 솔루션을 공개했다.
 
재규어 랜드 로버의 시험 차량에 빛을 투사하는 기술이 탑재됐다.

이번 주에 공개된 JLR의 경우 투사되는 빛은 일련의 흰색 막대로 구성된다.
 


JLR 뉴질랜드의 총괄 관리자인 스티브 켄싱턴은 “팟이 감속을 시작하면서 막대의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정지 상태에서 완전히 압축된다. 팟이 다시 움직여 가속하면 선 간격이 멀어진다. 회전 구간에 접근하면 막대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펼쳐져 방향을 알린다”고 설명했다.
 

커뮤니케이션 실패와 안전

주요 CAV 업체들은 보행자와의 정확하고 신속한 커뮤니케이션 구현에 주력한다. 현재 자율 운전 차량에 대한 신뢰는 취약하다. 대부분의 연구는 자율 운전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데 대한 사람들의 신뢰감을 주제로 하지만, 2018년 미국자동차협회는 우버의 자율 운전 차량 사망 사고 이후 실시한 연구에서 미국인의 3분의 2가 보행 또는 자전거를 타면서 자율 운전 차량과 도로를 공유하는 데 불안함을 느끼고 있음을 확인했다.
 
보험사인 AIG가 2017년에 실시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약 41%가 무인 차량과는 도로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유럽 무인 셔틀 프로그램인 시티모빌2(CityMobil2)에서 실시한 2016년 설문에 따르면 보행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CAV가 자신을 인지했는지 여부를 아는 것이다.
 
리즈 대학 연구원인 나타샤 머랫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사항은 차량과 사람들 간에 아무런 정보도, 커뮤니케이션도 없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보행자는 차량의 의도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보행자에게 양보한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데 사용하는 통일된 신호가 없듯이(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을 흔들거나 헤드라이트를 깜박이는 등 사람마다 다름) 자율 운전 차량 역시 아직 이에 대해 협의된 신호가 없다.
 
오스트레일리아 최고 과학자인 앨런 핀켈은 정부에서 이러한 신호를 규정화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핀켈은 지난 7월 “규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안전하게 혁신할 수 있다는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썼다.
 
2035년까지 오스트레일리아 도로에 100만 대의 자율 운전 차량이 운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NRMA의 예상 수치) 조만간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 협의해야 한다.
 
켄싱턴은 “이 기술이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사람들이 수신호와 방향 지시등을 사용해 커뮤니케이션해온 것과 같은 방식으로 도로 이용자 간의 직관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