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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프로젝트의 해결사 “임시직 CIO가 뜬다” ②

2008.09.03 John Lamb  |  CIO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 어떤 마을에 흘러 들어와 해가 저물기도 전에 그 마을의 악당들을 물리쳐 내쫓는 무뚝뚝한 주인공 총잡이가 곧잘 등장하곤 했다. 헌데 요사이 영국의 IT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서부영화 캐릭터의 전형이 목격되고 있다. 즉 영국의 많은 유명 기업들이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 그때그때 일시적으로 해결사를 고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즉각적인 성과를 보여라
닉 디어든은 현재 미디어업계의 거물급인 뉴스인터내셔널에서 IT 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과거 또 다른 미디어업체인 트리니티 미러그룹에서도 일한 바 있으며, 금융, 보험, 유통, 이동통신 등 여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디어든은 “꼭 특정 업계에만 정통할 필요는 없다. 이는 어차피 IT 기술상의 문제이며,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의 문제이다”라고 주장했다.
 
닉 디어든은 민간 투자업계에서 여러 차례 임시직 CIO직을 역임하면서 이러한 임시직 경영자라는 직종에 대해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디어든은 “나는 이목의 집중이나 중압감을 즐긴다. 임시 경영자로서 거둘 수 있는 최상의 성과 중 하나는 바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이를 또 다른 준비된 팀에게 넘길 수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닉 디어든이 가장 흡족하게 여기는 프로젝트는 보험, 생명 및 자동차 상담업체 ‘the AA’에서 수행했던 것인데, 당시 the AA는 에너지업체 센트리카에서 분사된 상태였으며 사가와 다시 합병되기 전의 시기였다. 닉 디어든은 “그때 나는 인프라 개선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아야만 했고 이를 잘 조율해야 했다. 즉 이 프로젝트를 당시 여건에 맞추어 진행해야 했고, 일을 끝까지 도와줄 계약업체도 찾아야 했다”라고 회상했다.
 
닉 디어든은 임시직 CIO의 고용이 즉각적인 성과 덕분에 향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디어든은 “대개 상황은 이렇다. 기존 경영진은 난관에 봉착하지만 항상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있다. 여기에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 이를 다시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고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항상 어느 정도의 성과는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임시직 CIO의 길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콜린 베버리지는 BACS, 브리티시텔레콤, DHL, 켈로그, 앵글리안워터, 파워젠 등 여러 업체에서 16년간이나 프리랜서로 일했고 임시직 CIO를 위한 자체 협회까지 설립했다. 하지만 베버리지는 결국 단념하고 말았는데, 이는 임시직 CIO 자리를 노리는 인적 자원이 과잉공급 상태인 관계로 결국 상위 몇 %만 살아 남기 때문이다.
 
또한 임시직 CIO들은 경영 컨설턴트들과의 경쟁도 치러야 한다. 컨설턴트들은 종종 자신들이 고안한 IT 프로그램을 기업에 제시하기 때문이다. 기업 조직의 뒷받침을 받고, 경영정상화 작업 지원을 위한 인하우스 툴 및 방법론만 있다면 컨설턴트들도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컨설턴트들을 고용하면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데다가 이들은 근본적으로 자신이 속한 컨설팅업체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이라는 한계가 있다.
 
허드슨글로벌리소스의 컨설턴트인 게리 페이는 “임시직 CIO는 전략을 짜는 사람이 아닌 실제 행위자이다. 때문에 임시직 CIO는 컨설턴트가 자신이 속한 업체에 충성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을 고용한 기업의 비즈니스 목적에 더 충실한 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치밀하고 수완 좋은 임시직 CIO
한편 보험업계 또한 임시직 CIO를 많이 고용하는 분야이다. 보험 및 금융 클라이언트 전문 업체인 하이엄즈 시스템즈 서비스 그룹의 CEO 데이브 파이는 “과거에는 보험업이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머니수퍼마켓 및 고컴패어 등과 같은 새로운 업체들이 온라인 상에서 경쟁을 벌이면서 보험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그 덕분에 오는 2012년이면 보험업계의 90%가 온라인 상에서 사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리버풀 빅토리아 인슈어런스 그룹에 고용된 조나단 바버의 경우 이미 25개 클라이언트를 위해 6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전력이 있다. 바버는 “나는 리버풀 빅토리아 그룹의 IT 시스템 개편을 맡아 산더미 같은 IT 업무를 담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리버풀 빅토리아 그룹은 자사의 IT 시스템을 기술업체 EDS에 외주로 맡기긴 했지만, 실은 대대적인 비즈니스상의 변화를 원했고, 어떤 방식의 IT 시스템 구축이 자사의 비즈니스를 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 알고자 했다. 바버에 의하면 그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는 납품업체와의 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하는 것이었는데, 즉 인하우스 방식이 자사에 적합한지 아니면 써드파티 방식이 적합한지에 대한 고민에 부딪쳤던 것이다. 바버는 “결국 비즈니스 엔지니어링, 디자인 전략, 관리 및 통제에 대해서는 인하우스 전략을, 사업운영 및 개발 활동에는 써드파티 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바버는 임시 경영자들이 치밀하고 수완이 좋아야 함을 강조한다. 바버는 과거 스웨덴의 보험 및 재무서비스 업체인 스칸디아에 선임 IT 디렉터로 영입된 적도 있었지만, 몇 달 만에 조용히 떠난 바 있다.
 
바버는 “임시직 CIO는 절대적으로 신중해야 한다. 뭔가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 지적을 할 때 듣는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임시직 CIO는 회사를 일보 전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즉 회사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임시직 CIO로서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뭔가 회사에 즉각적인 파급효과를 일으켰을 때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 곳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임시직 CIO들은 결국 근무했던 업체에 다시 돌아가거나 한 가지 특정 산업분야에만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어쨌거나 임시직 CIO를 고용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지식정보의 전달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은 적어도 자신의 유산을 남겼다는 만족감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IT다이내믹스라는 컨설팅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데이비드 밀러는 그 동안 비영리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밀러는 최근 범죄자들의 사회생활 적응을 돕는 영국의 수용시설 내크로에서 IT 기술이전 관리자로 일했는데, 밀러의 임무는 내크로 전체의 IT 부서를 교체하고 직원도 모두 다시 뽑는 것이었다.
 
밀러는 “어떠한 상황이든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란 사람들에게 동기를 유발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내크로에서 새로운 IT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고, 그곳을 떠날 예정인 사람들과 함께 일했다. 이는 만일 내가 직위를 남용한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라는 강조했다.
 
영원한 떠돌이 해결사
BT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톰 그랜햄은 영국의 금융감독원(Financial Service Authority)같은 공공부문에서도 임시직 CIO로 일했었다. 그는 탄소 배출 거래 민영화를 관장하는 영국 정부기구인 카본트러스트(Carbon Trust)에서도 CIO로 역임한 바 있는데, 이후 현재까지 4년 반 동안 IT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톰 그랜햄은 “내가 근무했던 곳의 일은 연속성이 매우 부족했다. 때문에 IT 시스템을 올바르게 구축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고 IT운영위원회까지 설립했다. 나는 언제나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뭔가 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물론 회사 측으로부터 상임직을 제시받기도 했지만, 그냥 내가 하는 임시직 경영자의 일이 좋기 때문에 거절했다”라고 밝혔다.
 
비록 많은 임시직 CIO들이 영국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가 큰 회사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아드리안 베스트의 경우 제약회사인 GSK에서 10년 간이나 근무했지만 현재는 중소기업을 돕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베스트는 “기업은 성장할수록 더욱 복잡다단해진다. 내가 할 일은 성장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기업들이 업무의 일원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드리안 베스트는 자신이 포스트(POST)라고 부르고 있는 공식을 따르고 있는데, 이 공식은 프로세스(P), 조직(O), 시스템(S), 기술(T)를 지칭한다. 베스트는 “어차피 조직은 고립된 영역 안에서 일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프로세스를 올바르게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며 기술은 맨 마지막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임시직 CIO들은 서부영화에 나오는 총잡이들처럼 계속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업계의 수요는 앞으로도 감소하지 않을 것 같다. IT와 관련해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한 기업들은 이를 정상화시켜줄 ‘해결사’를 찾아 나설 것이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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