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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사기업답지 않은' 애플의 면모, 정말 도움이 안 될까?

2018.06.14 Dan Moren  |  Macworld
필자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영화 ‘34번가의 기적(Miracle on 34th Street)’에는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나온다. 산타 클로스 분장을 한 직원이 자녀에게 선물할 장난감을 구하지 못하는 바람에 난처해하는 엄마를 경쟁 업체에 가보라고 안내하는 것이다. 마침 영업 담당자가 이 대화를 엿듣고는 크게 놀란다. 그 자리에서 해고를 당할 수도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행동은 아주 훌륭한 마케팅 전략으로 밝혀지고, 주인공은 직관에 반하는 이런 행동을 통해 눈앞의 이익보다 고객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회사로 비춰지게 되어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애플은 이런 철학을 터득해 깊이 실천하고 있는 회사로 여겨졌다. 항상 이익보다 고객을 놀라게 하고 기쁘게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때로는 이익이 되는 일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자본주의적 직관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올해 WWDC에서 발표한 내용도 예외가 아니다. 애플은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맞지 않는 것 같은 기능과 특징을 여럿 공개했다. 그러나 애플이기 때문에 ‘미친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계획이자 방식이 있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기기의 사용 시간을 줄이도록 유도한다?
올해 기조연설에서 가장 큰 발표 중 하나는 기기의 사용 시간을 줄이도록 만들었다는 발표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iOS 12에는 기기 사용 시간은 물론 앱 사용 시간, 심지어 특정 한도에 도달하면 앱을 잠가서 사용할 수 없게 설정하는 스크린 타임(Screen Time)이라는 기능이 도입됐다. 이와 유사하게 알림을 숨기거나, 더 다양한 상황에서(밤 시간을 포함) ‘방해 금지(Do Not Disturb)’를 세부 설정할 수 있는 기능도 생겼다.


Ios 12의 새 기능, 스크린 타임


언뜻 보기에는 비즈니스 모델에 반하는 기능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 자사 제품 사용량이 줄어들도록 유도할 이유가 있을까?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자. 애플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더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제품을 구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애플 제품에 손을 뻗고, 구입을 결정하고, 애플 제품을 선택하도록 만들면 그만이다.

또 앞선 영화에서처럼 고객의 ‘복지'까지 걱정하는 회사로 비춰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충성도 구축에 큰 도움이 된다. 더구나 꽤 오래 전부터 애플을 비롯한 전자 기기 제조 업체는 사람들의 기기 ‘중독’을 유도하고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실 개인이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특별히 힘들게 애를 쓸 필요는 없다. 고객 스스로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면 된다. 이 정도 노력으로도 착한 기업, 좋은 기업으로 비춰질 것이다.

구형 제품의 성능 문제 해결
팀 쿡이 가장 먼저 말한 내용 중 하나가 iOS 성능 문제였다. 구형 아이폰은 최신 OS에서 성능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악명 높다. 쿡은 애플이 iOS 12에서는 여러 다양한 제품에서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또한 반직관적으로 보인다. 사용자가 오래된 아이폰을 계속 사용하는 것을 원하다니? 애플에 돈을 내고 최신 스마트폰으로 업그레이드할 동기 부여 요소가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애플이 구형 하드웨어를 일부러 느리게 만든다는 ‘음모론’이 떠돌았다. 최근에는 배터리 수명을 위해 성능을 하락시킨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구형 기기의 성능을 계속 유지한다는 생각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고객이 최신 제품의 ‘쿨’한 신기능에 매혹되어 새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되는 것을 원하는가? 아니면 구형 스마트폰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하락해 화가 잔뜩 난 상태에서 새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되는 것을 원하는가? 구형 기기가 계속 작동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고객이 자신의 투자에서 최대한을 뽑아내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향후 애플 제품을 다시 구입하도록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개인정보 보호
팀 쿡과 애플은 다시 한 번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사실 어떻게 보면 사기업이 목소리를 높일 그런 내용이 아니다. 그러나 데이터 마이닝과 온라인 추적이 만연한 시대에 애플은 사용자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면서 경쟁력을 과시하는 것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기업은 사용자의 일상을 더 깊이 파고들 때,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모든 종류의 유용한 정보를 마이닝해서 수익화하고, 다른 회사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은 이런 일을 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고객의 보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경우를 옳은 일을 하면서 수익에도 도움이 되는 드문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사용자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한다. 따라서 자신만큼이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기업에 ‘존경’을 표시할 것이다. 충성도가 더 높아진다는 의미다.

필자는 애플의 의도를 냉소적으로 보지도, 순진하게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애플은 고객 존중과 이익 창출이 상호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는 개념을 터득해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34번가의 기적’의 주인공처럼, 이익보다 공익을 앞에 내세우는 것이 수익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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