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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칼럼 | 회사 채무를 보증했다가 퇴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18.04.10 김현철 변호사  |  CIO KR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반도체제어시스템 개발회사의 이사가 최근에 개인적인 상담을 의뢰했다. 이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 이사라는 지위 때문에 부득이하게 회사 채무를 연대보증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퇴사한 지 한참 되었는데, 지금에 와서 채권자가 소송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그 회사의 대표이사와 또 다른 연대보증인이었던 대표이사의 부인은 모두 개인파산을 한 상황이었다. 결국 채권자에게 돈을 갚아도 어디서 돌려받을 방법이 없어, 꼼짝없이 자기 혼자 독박(?)을 쓰게 되었다고 그는 억울해 했다.

비슷한 사건에 대한 과거에 있었다. 어떤 회사가 국민은행으로부터 기업당좌대출을 받았고 이에 대해 신용보증기금과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했다. 이 회사의 이사가 그 신용보증약정에 연대보증을 했다. 당연히 회사가 요구해서 연대보증을 한 것이다.

여하튼 이사의 연대보증은 그 회사가 당좌부도가 날 경우 신용보증기금이 국민은행에 보증채무를 이행하고 나서, 신용보증기금이 그 회사와 연대보증인인 이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몇 개월 후 그 이사는 회사를 사직했고 신용보증약정에 대한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하여 그 통지가 도달했다. 그런데 해지통지를 한 때로부터 두 달이 지나 당좌부도가 발생했다.

신용보증기금은 그 이사를 피고로 하여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채권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것이 주장의 요체였다.

하지만 법원은 "회사의 이사의 지위에서 부득이 회사와 제3자 사이의 계속적 거래로 인한 회사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인이 된 자가 그 후 퇴사하여 이사의 지위를 떠난 때에는 보증계약 성립 당시의 사정에 현저한 변경이 생긴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를 이유로 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1998. 6. 26. 선고 98다11826 판결 [구상금]).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사건이 있었다. 어떤 회사가 동화은행으로부터 당좌대출을 받아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고, 그 회사의 이사가 연대보증을 했다. 그 후 그 이사가 퇴사를 하고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했는데,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무가 그 이전에 확정됐다고 인정된 사건이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보증계약이 해지되기 전에 계속적 거래가 종료되거나 그 밖의 사유로 주채무 내지 구상금채무가 확정된 경우라면 보증인으로서는 더 이상 사정변경을 이유로 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2다1673 판결 [구상금등]).

회사의 이사라는 지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 채무를 연대보증 했다고 하더라도, 퇴사를 했다면 신속히 그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또한 민 · 상법 상 모든 통지는 도달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고, 그러한 통지를 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입증할 수 있어야 하므로, 반드시 내용증명 우편의 방식으로 통지를 해야 한다.

어쨌든 위와 같은 판례에 따른다면 의뢰된 사건은 이길 수 없는 사건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포기하고 회사 대신 돈을 갚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퇴사한 다음,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하기 전에 구상금채무가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재직 중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종전에 해지권을 인정한 법리에 근거하여 일부 책임의 감경을 주장해 봐야 할 것이다.

* 김현철 변호사는 1994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33기)했다. 엔지니어링 분쟁 자문 및 소송 분야를 전담하고 있으며 대한변협심의등록 전문분야는 [민사법] 및 [회사법]이다. 최근 도서출판 르네상스를 통해 '지배당한 민주주의'를 발간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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