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2

칼럼 | 난 워드 쓸 줄 몰라~

정철환 | CIO KR
지난 2월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공공기관 한글(HWP) 독점을 금지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게시되어 언론에 기사화된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미 작년에 ‘정부, 공문서에 HWP 대신 ODT 쓴다’라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한때 대한민국의 자존심으로까지 여겨졌던 순수 국내 소프트웨어 제품인 아래아 한글은, 지금은 한컴오피스 한글로 불리지만, 오늘날 공공기관의 표준 워드프로세서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한컴오피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1990년대의 시선과는 많이 달라져 있는 듯하다.

1990년 소수의 개발자가 아래아 한글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HWP 확장자는 대한민국의 한글 파일을 의미하는 고유의 상징이었다. 한글은 전세계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를 막아내고 국내 공공기관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지키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국산 SW 제품으로 1998년 한때 경영악화로 마이크로소프트로의 매각설이 나돌 때 한글지키기운동본부까지 만들며 국민적인 성원을 받았다. 그러나 오늘의 상황에서 앞서 청와대 청원이 나올 만큼 한글이 긍정적인 역할만 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한글을 개발한 한글과컴퓨터는 2000년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에게 인수된 이후 2010년까지 8번이나 주인이 바뀌는 시련을 겪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외국계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국내 기업에 행했던 무작위적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 공문을 이용한 영업방식을 따라 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한 치열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경쟁력 향상을 포기한 채 공공기관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생존방식으로 인해 MS오피스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여 기업에서는 오로지 공공기관 관련 업무용으로만 구입해서 일부 사용자만 사용하고 있다. 더구나 공공기관에서조차 한컴오피스에서 한글만 문서작성용으로 사용하고 스프레드시트나 프레젠테이션 작성은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고 있는 이중적 오피스 소프트웨어 체계를 가지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의 시장 수호 측면에서도 반쪽짜리인 셈이다. 그리고 국가의 문서정보가 수시로 매각되는 중소기업의 소프트웨어 제품에 종속적인 상황이라는 점 역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는 공공기관에서 한글 독점 상황을 바꿔야 할까? 이 문제는 소프트웨어와 문서 형식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분리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선 문서 형식이라는 관점에서 HWP 형식의 문서는 한컴오피스 고유 형식으로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지도 않을뿐더러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되는 MS 워드와도 호환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전자문서 호환성 확보 및 향후 먼 미래의 정보 가용성을 고려하면 HWP 형식의 사용은 지양되어야 하며 표준 문서형식으로의 전환은 필요하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이미 발표된 ODT 형식을 공문서에 적용한다는 방향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보면 어떤가? 수십 년간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한글에 익숙해져 있다. 또한 한글은 공공기관의 문서양식에 특화된 기능을 꾸준히 개발하여 (어차피 유일한 고객이자 시장이기에 여기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었겠지만) MS워드가 따라올 수 없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원래 사용자가 익숙해져 있는 워드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례로 MS오피스가 2003에서 2007로 바뀌면서 리본 인터페이스를 추가하였는데 사용자들이 기존 2003에 익숙한 상황에서 많은 혼란이 있었다. 그래서 MS에서는 별도로 애니메이션 방법을 이용한 2003-2007 기능 비교 설명을 제작 배포했었다. 일부 인터페이스만 바꿔도 이 정도인데 한글에 익숙한 사용자를, 그것도 백만 명이 넘는, 전혀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ODT를 지원하는 리브레오피스나 오픈오피스의 경우 오픈소스이므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아직 MS워드나 한글보다 기능이나 안정성 면에서 열세이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미 공공기관에서는 스프레드시트나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MS오피스를 구매하고 있다. 즉 MS워드는 사용하지 않지만 라이선스는 가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향후 공공기관의 문서는 오픈다큐먼트 ODT형식을 표준으로 채택하되 소프트웨어의 사용은 사용자가 익숙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대외 기관과 공유되거나 접수되는 문서의 형식부터 먼저 오픈다큐먼트 형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민간기업에서 공공기관 대응만을 목적으로 한글을 구입하는 것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한글과컴퓨터는 향후 지속해서 HWP 형식이 아닌 ODT 형식의 문서 저장을 기본으로 하도록 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키면 사용자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국산 소프트웨어 시장도 지키고 향후 공공기관의 문서 표준 준수에 따른 활용성 향상도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공공기관에서는 ODT 포맷을 지원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함으로써 소프트웨어 벤더 종속성을 탈피할 수도 있다.


모두가 바라던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 액티브엑스의 퇴출이 선언된 것처럼 공공기관 문서의 HWP 형식 종속 탈피 역시 장기적으로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HWP야, 그동안 수고했다’

*참고: 본 칼럼은 리브레오피스를 사용하여 작성되었고 ODT 형식에서 DOC 형식으로 변환하여 제출되었습니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18.04.02

칼럼 | 난 워드 쓸 줄 몰라~

정철환 | CIO KR
지난 2월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공공기관 한글(HWP) 독점을 금지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게시되어 언론에 기사화된 적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미 작년에 ‘정부, 공문서에 HWP 대신 ODT 쓴다’라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한때 대한민국의 자존심으로까지 여겨졌던 순수 국내 소프트웨어 제품인 아래아 한글은, 지금은 한컴오피스 한글로 불리지만, 오늘날 공공기관의 표준 워드프로세서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한컴오피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1990년대의 시선과는 많이 달라져 있는 듯하다.

1990년 소수의 개발자가 아래아 한글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HWP 확장자는 대한민국의 한글 파일을 의미하는 고유의 상징이었다. 한글은 전세계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를 막아내고 국내 공공기관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지키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국산 SW 제품으로 1998년 한때 경영악화로 마이크로소프트로의 매각설이 나돌 때 한글지키기운동본부까지 만들며 국민적인 성원을 받았다. 그러나 오늘의 상황에서 앞서 청와대 청원이 나올 만큼 한글이 긍정적인 역할만 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한글을 개발한 한글과컴퓨터는 2000년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에게 인수된 이후 2010년까지 8번이나 주인이 바뀌는 시련을 겪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외국계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국내 기업에 행했던 무작위적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 공문을 이용한 영업방식을 따라 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한 치열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경쟁력 향상을 포기한 채 공공기관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생존방식으로 인해 MS오피스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여 기업에서는 오로지 공공기관 관련 업무용으로만 구입해서 일부 사용자만 사용하고 있다. 더구나 공공기관에서조차 한컴오피스에서 한글만 문서작성용으로 사용하고 스프레드시트나 프레젠테이션 작성은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고 있는 이중적 오피스 소프트웨어 체계를 가지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의 시장 수호 측면에서도 반쪽짜리인 셈이다. 그리고 국가의 문서정보가 수시로 매각되는 중소기업의 소프트웨어 제품에 종속적인 상황이라는 점 역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는 공공기관에서 한글 독점 상황을 바꿔야 할까? 이 문제는 소프트웨어와 문서 형식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분리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선 문서 형식이라는 관점에서 HWP 형식의 문서는 한컴오피스 고유 형식으로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지도 않을뿐더러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되는 MS 워드와도 호환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전자문서 호환성 확보 및 향후 먼 미래의 정보 가용성을 고려하면 HWP 형식의 사용은 지양되어야 하며 표준 문서형식으로의 전환은 필요하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이미 발표된 ODT 형식을 공문서에 적용한다는 방향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보면 어떤가? 수십 년간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한글에 익숙해져 있다. 또한 한글은 공공기관의 문서양식에 특화된 기능을 꾸준히 개발하여 (어차피 유일한 고객이자 시장이기에 여기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었겠지만) MS워드가 따라올 수 없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원래 사용자가 익숙해져 있는 워드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례로 MS오피스가 2003에서 2007로 바뀌면서 리본 인터페이스를 추가하였는데 사용자들이 기존 2003에 익숙한 상황에서 많은 혼란이 있었다. 그래서 MS에서는 별도로 애니메이션 방법을 이용한 2003-2007 기능 비교 설명을 제작 배포했었다. 일부 인터페이스만 바꿔도 이 정도인데 한글에 익숙한 사용자를, 그것도 백만 명이 넘는, 전혀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ODT를 지원하는 리브레오피스나 오픈오피스의 경우 오픈소스이므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아직 MS워드나 한글보다 기능이나 안정성 면에서 열세이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미 공공기관에서는 스프레드시트나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MS오피스를 구매하고 있다. 즉 MS워드는 사용하지 않지만 라이선스는 가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향후 공공기관의 문서는 오픈다큐먼트 ODT형식을 표준으로 채택하되 소프트웨어의 사용은 사용자가 익숙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대외 기관과 공유되거나 접수되는 문서의 형식부터 먼저 오픈다큐먼트 형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민간기업에서 공공기관 대응만을 목적으로 한글을 구입하는 것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한글과컴퓨터는 향후 지속해서 HWP 형식이 아닌 ODT 형식의 문서 저장을 기본으로 하도록 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키면 사용자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국산 소프트웨어 시장도 지키고 향후 공공기관의 문서 표준 준수에 따른 활용성 향상도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공공기관에서는 ODT 포맷을 지원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함으로써 소프트웨어 벤더 종속성을 탈피할 수도 있다.


모두가 바라던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 액티브엑스의 퇴출이 선언된 것처럼 공공기관 문서의 HWP 형식 종속 탈피 역시 장기적으로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HWP야, 그동안 수고했다’

*참고: 본 칼럼은 리브레오피스를 사용하여 작성되었고 ODT 형식에서 DOC 형식으로 변환하여 제출되었습니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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