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2

칼럼 | 차세대 프로젝트는 원래 다 그렇다?

정철환 | CIO KR
이번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필자의 주거래 은행인 W은행으로부터 여러 차례 메시지를 받았다. 설 연휴 기간에 모든 시스템이 비가동되니 미리미리 필요한 금융거래를 하라는 것이었다. 설 연휴가 다가오자 라디오에서 관련 홍보 광고까지 들었다. 하지만 정작 설 연휴 바로 전에 기사를 통해 연휴 내 비가동은 없다는 내용을 봤다. 신시스템 오픈이 연기되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해당 은행의 신시스템 개발 관련 사항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필자였지만 그 기사 하나만으로도 여러 장면이 상상되었다. 아울러 떠오른 생각 “해당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팀 분위기… 안 봐도 비디오네...”

금융권에서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 추진은 꽤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과거 IBM의 메인프레임을 중심으로 구축된 금융 정보 시스템을 오픈 시스템 기반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간다. 하지만 최근 차세대 시스템 구축 같은 초대형 SI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오죽하면 ‘차세대 프로젝트는 원래 다 그렇다’라는 이야기도 할까? 사실 필자가 소속되었었던 그룹의 모 보험사의 차세대 프로젝트도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이런 초대형 프로젝트는 대체로 꽤 긴 기간을 준비하고 엄청난 규모의 금액을 투입하며 대규모의 인력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또한 경영진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순탄치 않은 사례들이 많은 것일까?

앞서 이야기한 은행의 오픈 연기 기사를 본 뒤 궁금해졌다. 과연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구글 검색을 해 봤더니 관련 글이 몇 개 검색되었다. 그중에 눈길을 끈 것이 작년 8월의 기사였는데, 제목이 ‘W은행 “차세대시스템 내년 2월 오픈”…가동 연기설 ‘일축’’ 이었다. 이미 작년 8월경부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시 기사에서는 정상추진 중이라고 하며 일축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결과는 우려가 맞았던 셈이다. 그래서 비교적 최근의 다른 기사를 보니 인터넷 IT 미디어에 매우 상세한 관련 글이 실려 있었다. 제목은 ‘<초점>W은행 차세대, 가동 연기 원인과 향후 일정은’ 이였다.

그 기사가 언급한 내용이 100%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 또한 세상 모든 일이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있기에 그 기사 하나만으로 모든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필자가 앞서 이야기한 ‘안 봐도 비디오’인 상황이 자연스레 눈에 그려졌다. 그리고 그것은 최근 15년 이상 우리의 SI 환경이 갖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한편의 시범 케이스였다.

요약해 보면 해당 프로젝트의 문제점은 핵심 인력의 이탈, 무리한 일정 추진에 따른 피로감, 납기 단축의 방법으로 추가 인력투입 단행, 계약 시 금액 절감을 위한 운영인력의 개발 투입 약속 및 실제 개발 시 투입 미흡 등 사실 별로 특이하다고 할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이미 여러 SI 프로젝트에서 문제점이 되어 왔던 것들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흔한 이유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픈 연기 결정 후 많은 관련 기사들이 나왔다. 그리고 여러 분석들이 있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가지다. ‘사람이다’.

최근 SI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인력 대부분이 계약직 프리랜서 또는 협력업체의 인력들이다. 정작 고객사와 계약한 SI 대기업의 인력은 PM을 비롯한 극히 일부 관리직에 불과하다. 그러니 개발자들의 이탈을 막기가 쉽지 않다. 또한 소속감이 없으니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동기부여가 안 된다. 더구나 야근 및 주말 근무가 지속되면 개발자가 해당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도 쉽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SI 기업 입장에서도 프로젝트 수행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으니 노하우가 쌓여 발휘되기도 어렵다.


SI 프로젝트가 쉬웠던 적은 없다. 항상 SI 프로젝트는 힘들었다. 납기는 지켜야 하고, 고객은 막판에 의사결정이 바뀌기도 하고, 시스템은 늘 테스트 단계에서 문제점을 노출했으며 프로젝트의 후반은 야근과 주말 근무로 점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I 프로젝트는 많은 IT 분야 신입사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유능한 인재들이 꾸준히 SI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중반부터 노가다 막장 사업분야가 된 것이다. 바로 그 무렵부터 SI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인력의 구성이 변화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울러 2012년 결정된 공공분야 SI 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제한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따라서 근본 원인이 개선되지 않는 한 SI 프로젝트의 문제점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 관련 이슈로 다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IT 이슈가 사회의 관심을 받고 미래의 먹거리로 회자되나 유능한 인재들이 IT 분야에 들어오길 꺼리고 설령 IT 분야에 입문을 한다고 해도 SI 분야로는 가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최근 정부가 바뀌고 비정규직에 대한 이슈가 주목받고 각 분야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연일 기사화되고 있음에도 SI 분야의 인력구조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하지만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은 SI 분야에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SI 분야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차세대가 되어서나 잘 진행될 것이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18.03.02

칼럼 | 차세대 프로젝트는 원래 다 그렇다?

정철환 | CIO KR
이번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필자의 주거래 은행인 W은행으로부터 여러 차례 메시지를 받았다. 설 연휴 기간에 모든 시스템이 비가동되니 미리미리 필요한 금융거래를 하라는 것이었다. 설 연휴가 다가오자 라디오에서 관련 홍보 광고까지 들었다. 하지만 정작 설 연휴 바로 전에 기사를 통해 연휴 내 비가동은 없다는 내용을 봤다. 신시스템 오픈이 연기되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해당 은행의 신시스템 개발 관련 사항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필자였지만 그 기사 하나만으로도 여러 장면이 상상되었다. 아울러 떠오른 생각 “해당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팀 분위기… 안 봐도 비디오네...”

금융권에서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 추진은 꽤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과거 IBM의 메인프레임을 중심으로 구축된 금융 정보 시스템을 오픈 시스템 기반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간다. 하지만 최근 차세대 시스템 구축 같은 초대형 SI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오죽하면 ‘차세대 프로젝트는 원래 다 그렇다’라는 이야기도 할까? 사실 필자가 소속되었었던 그룹의 모 보험사의 차세대 프로젝트도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이런 초대형 프로젝트는 대체로 꽤 긴 기간을 준비하고 엄청난 규모의 금액을 투입하며 대규모의 인력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또한 경영진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순탄치 않은 사례들이 많은 것일까?

앞서 이야기한 은행의 오픈 연기 기사를 본 뒤 궁금해졌다. 과연 해당 프로젝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구글 검색을 해 봤더니 관련 글이 몇 개 검색되었다. 그중에 눈길을 끈 것이 작년 8월의 기사였는데, 제목이 ‘W은행 “차세대시스템 내년 2월 오픈”…가동 연기설 ‘일축’’ 이었다. 이미 작년 8월경부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시 기사에서는 정상추진 중이라고 하며 일축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결과는 우려가 맞았던 셈이다. 그래서 비교적 최근의 다른 기사를 보니 인터넷 IT 미디어에 매우 상세한 관련 글이 실려 있었다. 제목은 ‘<초점>W은행 차세대, 가동 연기 원인과 향후 일정은’ 이였다.

그 기사가 언급한 내용이 100%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 또한 세상 모든 일이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있기에 그 기사 하나만으로 모든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필자가 앞서 이야기한 ‘안 봐도 비디오’인 상황이 자연스레 눈에 그려졌다. 그리고 그것은 최근 15년 이상 우리의 SI 환경이 갖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한편의 시범 케이스였다.

요약해 보면 해당 프로젝트의 문제점은 핵심 인력의 이탈, 무리한 일정 추진에 따른 피로감, 납기 단축의 방법으로 추가 인력투입 단행, 계약 시 금액 절감을 위한 운영인력의 개발 투입 약속 및 실제 개발 시 투입 미흡 등 사실 별로 특이하다고 할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이미 여러 SI 프로젝트에서 문제점이 되어 왔던 것들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흔한 이유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픈 연기 결정 후 많은 관련 기사들이 나왔다. 그리고 여러 분석들이 있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가지다. ‘사람이다’.

최근 SI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인력 대부분이 계약직 프리랜서 또는 협력업체의 인력들이다. 정작 고객사와 계약한 SI 대기업의 인력은 PM을 비롯한 극히 일부 관리직에 불과하다. 그러니 개발자들의 이탈을 막기가 쉽지 않다. 또한 소속감이 없으니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동기부여가 안 된다. 더구나 야근 및 주말 근무가 지속되면 개발자가 해당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도 쉽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SI 기업 입장에서도 프로젝트 수행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으니 노하우가 쌓여 발휘되기도 어렵다.


SI 프로젝트가 쉬웠던 적은 없다. 항상 SI 프로젝트는 힘들었다. 납기는 지켜야 하고, 고객은 막판에 의사결정이 바뀌기도 하고, 시스템은 늘 테스트 단계에서 문제점을 노출했으며 프로젝트의 후반은 야근과 주말 근무로 점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I 프로젝트는 많은 IT 분야 신입사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유능한 인재들이 꾸준히 SI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중반부터 노가다 막장 사업분야가 된 것이다. 바로 그 무렵부터 SI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인력의 구성이 변화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울러 2012년 결정된 공공분야 SI 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제한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따라서 근본 원인이 개선되지 않는 한 SI 프로젝트의 문제점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 관련 이슈로 다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IT 이슈가 사회의 관심을 받고 미래의 먹거리로 회자되나 유능한 인재들이 IT 분야에 들어오길 꺼리고 설령 IT 분야에 입문을 한다고 해도 SI 분야로는 가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최근 정부가 바뀌고 비정규직에 대한 이슈가 주목받고 각 분야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연일 기사화되고 있음에도 SI 분야의 인력구조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하지만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은 SI 분야에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SI 분야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차세대가 되어서나 잘 진행될 것이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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