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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아마존·구글·애플의 가상 비서 경쟁, 진짜 목적은?

2018.02.21 JR Raphael  |  Computerworld
이번 달 애플까지 늦게나마 스마트 스피커를 내놓게 되면서, 스마트 어시스턴트의 현 상황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이들 기업이 무엇을 위해 이처럼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가에 대한 다양한 분석도 포함된다. 

시리,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그리고 빅스비까지 이 모든 가상 비서들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위한 기술 세계의 첨병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공 지능 기기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두 단어로 딱 정리해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생태계 구축’이다.

애플, 아마존, 구글은 물론이고 이들보다 더 작은 규모의 기업들마저 가상 비서 기술 경쟁에 발 빠르게 뛰어들고 있다. 소비자들을 자사의 기술 생태계에 편입시키고 그 안에 묶어 놓기 위한 가장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번 생태계에 발을 들인 소비자는 그 기업의 다른 관련 제품들도 계속해서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즉 구글 홈, 아마존 에코, 애플 홈팟과 같은 스마트 스피커들은 보다 더 넓은 생태계로 소비자를 인도하는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너무 과장된 이야기 같은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이야기가 얼마나 정곡을 찌르는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술 생태계 조성과 가상 어시스턴트의 역할
아마존을 예로 들어보자. 처음엔 시험 삼아 1대의 에고 디바이스만을 구입한 당신. 아마존이 매우 저렴하게 판매 중인 에코 닷(Echo Dot)을 구입햇다고 해 보자. 거실에 기기를 설치하고, 궁금한 마음에 에코를 가지고 이것 저것 실험을 해 본다.

점점 재미가 붙는다. 게다가 거실에서 이렇게 유용하게 쓰인다면, 주방에도 하나 더 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네트워크에 연결된 조명을 에코로 끄고 켜고 있지 않은가? 추운 겨울 보글보글 스프가 끓는 가운데 무드 등을 켜고 싶어질 지 누가 알겠는가? 게다가 필요한 물건들도 말만 하면 척척 주문이 되니, 스프를 끓이다 말고 새 국자가 필요해 지면 이만한 물건이 없을 것 같다. 하긴 누가 요즘도 일일이 웹사이트에 들어가 국자를 검색하고 쇼핑 목록을 일일이 적어 내려가겠는가.

요리할 때 손을 쓰지 않고 음성만으로 음악 재생을 컨트롤 하는 것이 이렇게 편리한 것인지 에코를 들이기 전까지는 몰랐을 것이다. 게다가 프라임까지 포함된 아마존 뮤직 서비스가 있으니 더욱 그렇다. 그러고보니 안방에 있으면 더 편리한 기능일 것 같다. 게다가 이제는 전화 걸기 기능까지 추가가 되었으니 서재에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다면 80달러짜리 기기를 몇 대 더 구매하는 것이 대수겠는가?

잠깐,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하면 알렉사로 문자 메시지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맞다. 몇 주 전부터 그게 가능해졌다. 여러 IT 기기 중에서도 가장 개인적이고 나와 밀접한 기기인 스마트폰에 알렉사 앱을 설치하기만 하면 이제 음성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된다.

또한,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고 나면, 안드로이드 폰에서 곧장 알렉사에게 말을 걸고 조작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 역시 추가된 지 얼마 안 된 기능이다. 이쯤되면 알렉사는 사실상 사용자의 ‘베스트 프렌드’다. 그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안다. 알렉사는 사용자의 홈 스피커를 조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장 좋아하는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타 모든 스마트 디바이스 조작에도 관여하게 된다. 머지 않아 가정용 컴퓨터에도 알렉사 앱이 설치될 것이다. 어쩌면 자동차에도 말이다.

알렉사는 사용자가 가는 모든 곳을 따라 다니게 된다. 알렉사야 말로 사용자의 가장 가깝고 친밀한 비서가 될 것이다. 퇴근길에 잊지 말고 빨래 세제를 사라고 말해 주는 것도 알렉사이다. 사용자가 좋아하는 세제 종류까지 알고 있다. 사용자는 그저 알렉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얘기하기만 하면 된다. 맨 처음 별 생각 없이 거실에 들였던 그 에코 닷에게 얘기해도 되고, 아니면 주방이나 침실, 스마트폰 등 어느 기기에다 대고 말해도 상관 없다.

공공연히 드러나는 구글의 생태계 조성 야망
여기서는 예시를 들기 위해 알렉사의 경우만 이야기 했지만, 사실상 모든 가상 어시스턴트 기술과 그 기술 뒤에 있는 기업들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적용할 수 있다. 각 기업마다 구체적인 목표는 조김씩 다를 수 있지만, 소비자를 자사의 기술 생태계 더 깊숙한 곳으로 끌어들이려는, 그리하여 조금이라도 더 그들의 삶에 관여하려는 동기를 가졌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제 포스트 운영체제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어떤 운영체제를 쓰는가는 지금까지처럼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보다는 어떤 가상 어시스턴트를 생활 속 파트너를 맞이했는가가 더 중요해 질 것이다.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주요 기술들을 재편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드로이드, 크롬 OS의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구글’ 그 자체를 기술 생태계로 받아들이고, 일상 생활을 촘촘히 이어주는 실로써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는 공공현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와이어드(Wired)에 실린 릭 오스터로의 인터뷰에 기반한 프로필 발췌문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스터로는 구글의 하드웨어 개발사업 부대표다. 그는 처음 이 직무를 맡았던 때부터 제품 출시 행사에 이르기까지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하드웨어 팀의 과업은 자명했다.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구글 어시스턴트를 소개할 것, 그리고 이 기술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것. 또한, 시리와 알렉사가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 깊게 인식된 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러한 과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오스터로는 픽셀 폰에 자원을 쏟아 부었다. 픽셀은 몇몇 구글러들과 HTC간의 프로젝트로 구글이 최초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모두를 전담하였으며 HTC는 그저 제조사 역할만 했다. 픽셀 폰을 통해 마침내 구글의 소프트웨어가 육신을 가지고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드로이드는 아주 훌륭하게 생태계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구글 경험을 완전하게 전달하지는 못했다.”

완전한 구글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는 다름 아닌 구글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이야 말로 현재 구글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이자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이다. 미래 인류는 더 이상 네모난 스크린을 들여다 보며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지 않을 것이다. 주변 모든 사물과 소통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만일 이러한 사물 속에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지니’를 심어 놓을 수 있다면 결국 그 사물과 소통하는 모든 사람을 구글의 고객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다
그러나 구글이 과연 이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 낼 것인가는 아직 불명확하다. 그러나 이는 당연한 것이라고 CEO 순다 피차이는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시스턴트를 통해 우리의 모든 디지털 경험의 중심에 구글이 위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하다 못해 구글이 오래도록 계속해 온 고객 데이터 수집에라도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쉽게 말해, 구글이 사용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수록 인터넷이나 기타 다양한 서비스 이용 시 사용자의 소비 심리를 자극할 효과적인 광고를 게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 삶 곳곳에 어시스턴트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면(머지 않아 네스트(Nest) 제품들에서도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우리에 대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도 더 풍부해 질 것이다.

한편 아마존이 구축하는 생태계는 지극히 소비 중심이며 언제, 어디서건 원하는 상품을 최대한 쉽고 빠르게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연 99달러 프라임(Prime) 멤버십에 가입되어 있다면 더욱 쉽게 이를 이용할 수 있다. 프라임 멤버십은 사용자를 충성 고객으로 묶어두기 위한 아마존의 비밀 무기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는 최근 글에서 때로는 99달러라는 가격이 너무 비싸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멤버십 이용에 익숙해 질 수록 멤버십 이용을 중단할 확률은 줄어든다고도 말했다. 만약 알렉사를 통해 음성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기능과, 아마존의 이러한 서비스가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애플에게 있어서 소비자를 애플 생태계에 붙잡아 둔다는 것은 곧 애플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하고, 무엇보다도 애플 제품을 장기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설령 때때로 애플 하드웨어가 실망스럽거나 지겨워 질 때에도 말이다. 시리, 아이메시지(iMessage), 애플 뮤직 같은 것들에 의존도가 높아 질수록 이들을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구글 역시 갈수록 이러한 모델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보다 큰 목표를 위한 하나의 수단인지, 아니면 수익 창출을 위한 제2의 소스가 될 지는 지켜 보면 알 것이다.)

삼성과 같이 비교적 변방에 위치한 가상 비서 플레이어들 조차도 유사한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자 노력한 삼성의 2017년 4/4분기 보고서는 이러한 목표를 아주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굵은 글씨는 필자가 강조를 위해 임의로 편집한 것이다.)

삼성은... 빅스비에 기반한 생태계를 강화하여 AI / IoT 관련 신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삼성은 또한 빅스비 사용을 확장하여 가전 기기의 유용성과 연결성을 개선할 것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대체 수요의 증가로 인해 2018년 스마트폰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 확대를 위하여 삼성은 카메라나 빅스비와 같은 핵심 피쳐 및 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2018년 TV 시장에서는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 등으로 인하여 초대형 스크린 및 프리미엄 TV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리미엄 TV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삼성은 신제품 라인업을 강화할 것이며... 빅스비 및 스마트씽즈(SmartThings) 기술을 TV에 적용하여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기서도 핵심은 ‘생태계 조성’이다. 삼성 역시 빅스비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폰 뿐만 아니라 가전 기기, TV, 그리고 아직 출시되지 않은 AI 중심 디바이스 등) 삼성 제품을 사게 만드는 매개체로 기능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와 마찬가지로, 삼성 역시 미래 소비자들이 가상 어시스턴트 기술에 익숙해지고 의존하게 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삼성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빅스비는 놀림거리에 가까운 대접을 받고 있다. 유용한 정보를 찾아 제공하는 데 있어서 구글과 같은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정도의 생태계 및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빅스비는 구글 어시스턴트보다 뒤쳐지고, 한 단계 낮은 솔루션이라는 인상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는 최소한 단기간 내로 바뀌지는 못할 것 같다.)

생태계 확장 전쟁, 만족하는 기업은 도태된다
이 글을 읽고 마치 스스로가 기업들에게 이용당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것을 기억하라. 정말로 뛰어난 기술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만이 소비자의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의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가상 비서 시장은 아직까지 초기 단계이며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성장과 발전 가능성이 아주 크다.

지난 몇 년간 스마트폰 플랫폼에 그러했듯, 가상비서 시장의 1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피 튀기는 경쟁이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유지하기 위하여 기업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더 나은 상품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기술 생태계를 넓혀 가는 영토 전쟁에서 자기 만족에 안주하는 기업이 설 자리는 없다. 그리고 이것이 왜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황인가는 알파고가 아니어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편한 마음으로 우리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해 줄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등장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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