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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의 How-to-Big Data | 빅데이터 수집에 관한 생각 (2)

2017.04.20 김진철  |  CIO KR
CERN과 LHC 실험 프로그램의 비즈니스 모델
빅데이터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라고 지난 연재(세 번째 연재)에서 강조한 바 있다. 빅데이터가 끊임없이 조직의 시스템으로 흘러들어와야 이를 기반으로 안정된 빅데이터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CERN의 LHC 가속기와 입자 검출기의 관계, 입자 검출기에서 어떻게 데이터 수집이 이루어지는지 살펴보면서 그 의미를 살펴보았다.

과연 어떻게 해야 데이터가 조직의 비즈니스 시스템으로 끊임없이 흘러들어오게 할 수 있을까? 단순히 하둡 기반의 빅데이터 처리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서 데이터가 자동으로 조직의 비즈니스 시스템으로 흘러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그렇다고 모두 빅데이터 비즈니스를 위해 적합한 데이터가 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빅데이터 수집 과정과 비즈니스 모델과의 관계를 생각해보기 위해 CERN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CERN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이 있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CERN도 비영리 조직으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CERN은 국제기구기 때문에 비정부기구(NGO)나 비영리단체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른다고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CERN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요 고객들로부터 CERN의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설득하고 매년 예산을 받아야 한다.

CERN의 주요 고객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CERN 운영의 근거를 만들고 국제법에 따라 예산을 분담금의 형태로 제공하는 정회원국인 유럽 회원국과 미국, 일본 등 준회원국 정부이다. 이들 회원국들은 재정 기여도 면에서 제일 큰 고객이라고 할 수 있다. CERN은 분담금을 내는 것이 국가에 이익이라는 것을 회원국의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각 회원국 정부가 CERN 분담금을 내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게끔 좋은 과학적인 성과와 지식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내야 한다.

두 번째 중요한 고객은 CERN의 국제 협력 연구에 참여하고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과학자들이다. CERN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은 LHC와 같은 실험 장비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측면에서는 CERN 조직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이 CERN의 실험 장치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이용해 얻은 중요한 과학적인 발견과 통찰을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는다면 CERN의 실험 장치 건설과 연구개발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 CERN 외부의 공동 연구자들은 CERN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소비하여 더 의미 있는 물리학적, 과학적인 통찰을 만들어내고 CERN이 회원국으로부터 분담금을 받도록 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기 때문에 역시 중요한 고객이다.

세 번째는 과학에 관심이 많은 일반 대중들도 CERN의 고객이다. CERN 운영의 주요 재원인 분담금은 결국 각 회원국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부터 나온다. CERN에서 이룩한 업적과 성과들이 과학계에서 의미 있는 성과일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새로운 과학 지식의 추구가 사회 및 인류 발전에 기여한다는 믿음을 CERN이 대중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 때, 각 회원국들이 분담금을 부담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게 된다. 이를 위해 CERN은 CERN의 주요 실험 시설과 연구 성과물들을 일반 대중들에게 홍보하고 그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중요한 임무로 생각한다.

그림 1. 다자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서 CERN의 LHC 공동 연구 프로그램


그림 출처: 김진철, “LHC에서 배우는 빅데이터와 machine learning 활용 방안”, 2016년 9월 28일, A CIO Conversation for Technology Leadership – Breakfast Roundtable 발표 자료

LHC 실험 장치를 이런 비즈니스 모델의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LHC 가속기의 양성자빔이 양성자원으로부터 잘 생성되어 주 가속기내에 잘 가둬져 있지 않으면 힉스 입자와 같은 중요한 입자 물리학 현상이 제대로 재연되지 않아 CERN 조직을 지탱해줄 분담금과 예산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을 각 회원국들에게 제공할 수 없을 것이다. CERN의 조직 체계와 비즈니스 시스템, 그리고 비즈니스 시스템을 지원하는 전사적 정보 체계가 LHC와 같이 큰 실험 장치를 건설, 유지 보수하고 운영하는 일과 전세계 연구 기관과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데에 적합하게 디자인되고 운영되지 않으면 LHC 가속기와 검출기 시스템, LHC 컴퓨팅 그리드와 같은 전지구적 정보기술 인프라를 적절하게 운영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LHC 가속기는 CERN의 조직 체계와 경영 지원 시스템과 함께 CERN의 국제기구로서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운영 지원 시스템의 개념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CERN 내부에서는 LHC 실험 외에도 AD(Antiproton Decelerator; 반양성자 감속기), ISOLDE(The Isotope mass Separator On-Line facility for radioactive ion beam experiments; 방사성 동위원소 질량 분석기), CLIC(Compact Linear Collider; 소형 선형 충돌 가속기)등의 다양한 실험과 실험 장치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실험 규모나 투입되는 예산 측면에서 LHC 실험이 CERN 운영 방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LHC 실험 계획은 LHC를 건설하는 20년 동안 전 세계 물리학자들이 이론, 시뮬레이션과 계산을 통해 예측하고 준비한 시나리오에 따라 2035년까지 실험 계획과 내용이 준비되어 있다. 매년 LHC 가속기와 검출기 운영 상태에 따라, 또는 미리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르지 않는 중요한 데이터가 나왔을 경우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실험 계획과 내용이 연 단위로 LHC 국제 협력 연구 공동체의 협의와 의논을 거쳐 조정된다.

LHC의 실험 결과를 직접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ATLAS, CMS, ALICE, LHCb 등의 주요 입자 검출기들의 데이터들은 LHC 가속기의 연간 실험 계획과 운영 방향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LHC를 통한 CERN의 입자 물리학 실험 비즈니스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LHC 검출기들은 LHC 공동 연구의 방향 설정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인프라로 생각할 수 있다.

CERN의 주요 고객인 각 회원국 정부, 전 세계 공동 연구 과학자,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비즈니스를 수행하기 위해 LHC 가속기나 검출기, CERN의 조직 시스템과 경영 정보 시스템, LHC 실험 데이터 분석을 위한 LHC 컴퓨팅 그리드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LHC 국제 공동 연구는 제대로 수행될 수 없으며 CERN의 존립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CERN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위의 모든 시스템들이 잘 맞물려 유기적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 빅데이터 비즈니스의 '자전거 모델'
CERN도 결국 고객을 가진 비즈니스 조직으로 생각할 수 있음을 위에서 보았다. 구글과 같은 검색 플랫폼처럼 눈에 띄는 플랫폼이 없는 것 같지만, CERN의 실험 장치와 이 실험 장치를 이용한 과학 연구 프로그램들은 엄연한 다자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multi-sided platform business model)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

빅데이터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하게 유지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흘러드는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데이터가 끊임없이 흘러들게 하려면 데이터를 주는 대상이 사람이든 기계든 간에 데이터를 꾸준히 주거나 생성하게끔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먼저 잘 설계되어야 한다.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때 필자가 강연할 때 자주 사용하는 모델인 빅데이터 비즈니스의 ‘자전거 모델(Bicycle model of big data business)’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림 2.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 설계를 위한 자전거 모델(bicycle model)


그림 출처: 김진철, “LHC에서 배우는 빅데이터와 machine learning 활용 방안”, 2016년 9월 28일, A CIO Conversation for Technology Leadership – Breakfast Roundtable 발표 자료

빅데이터 비즈니스의 자전거 모델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우선 사이클리스트는 빅데이터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운영하는 사람들과 조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빅데이터 비즈니스 조직이 고객과 시장을 올바르게 보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떠받치는 것이 자전거 본체라고 볼 수 있다. 자전거 본체는 자전거가 동력을 전달받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뒷바퀴와 자전거가 나아가는 방향을 정하는 앞바퀴가 있다. 사이클리스트가 동력을 주는 페달을 통해 뒷바퀴는 동력을 전달받아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앞바퀴를 적절하게 운전함으로써 장애물을 피하고 원래 가려고 했던 방향으로 자전거가 잘 나아가게 할 수 있다.

고객 및 시장을 통해 끊임없이 유입되는 데이터는 빅데이터 비즈니스의 동력을 주는 페달과 같다. 동력을 받아 돌아가는 뒷바퀴는 데이터의 유입을 통해 빅데이터 비즈니스가 속도와 힘을 내게 해주는 비즈니스 운영 지원 시스템, 즉 흔히 얘기하는 OSS(Operation Support System)로 볼 수 있다. 뒷바퀴가 돌아가면서 같이 돌아가는 앞바퀴는 뒷바퀴와 같이 직접적인 동력이 전달되지는 않지만, 뒷바퀴에 전달된 동력을 땅을 통해 간접적으로 받으면서 조직이 고객과 시장의 관찰과 분석을 통해 설정한 방향에 따라 자전거가 나아가게끔 하는 빅데이터 비즈니스의 비즈니스 지원 시스템, 즉 흔히 얘기하는 BSS(Business Support System)로 비유할 수 있다.

위의 사이클리스트가 페달을 제대로 밟지 않으면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만약 페달과 뒷바퀴를 이어주는 체인이 없다면 동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뒷바퀴가 굴러가지 않을 테니 역시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다. 고객과 시장을 제대로 보지 않고 사이클리스트가 자전거 핸들을 조작한다면 자전거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사이클리스트의 고객과 시장을 향한 끊임없는 관찰과 방향 설정, 쉬지 않고 밟는 페달과 같이 지속적인 데이터 유입이 되게 하는 비즈니스 조직과 시스템, 데이터를 끊임없이 받아 속도를 내는 적절한 OSS, 방향 설정을 하게 하는 BSS가 모두 잘 맞물려야 빅데이터 비즈니스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을 자전거 모델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LHC 가속기, CERN 조직 체계와 정보 시스템은 위 자전거 모델의 뒷바퀴에 해당하는 OSS라고 볼 수 있다. LHC 검출기와 데이터 분석을 위한 LHC 컴퓨팅 그리드는 CERN과 LHC 운영의 방향을 결정하는 통찰과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자전거 모델의 앞바퀴에 해당하는 BSS라고 볼 수 있다. LHC 가속기에서 재연되는 입자물리학 현상들은 LHC 시스템으로 끊임없는 데이터 흐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사이클리스트의 페달 밟기에 비유될 수 있다.

이 자전거 모델을 통해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과 시스템을 어떤 관점에서 설계하고 구성해야 할 것인가? 이번 연재가 이미 너무 길어져서 좀더 구체적인 설명은 다음 연재로 미루기로 한다. 다음 연재에서는 위의 자전거 모델을 통해서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과 시스템을 설계할 때 생각해봐야 할 점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하자.

*김진철 박사는 1997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물리학 학사, 1999년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인공신경망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2005년 레이저-플라즈마 가속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LHC 데이터 그리드 구축, 개발에 참여, LHC 빅데이터 인프라를 위한 미들웨어 및 데이터 분석 기술을 연구하였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포항공과대학교, 삼성SDS를 거쳐 2013년부터 SK텔레콤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기업 활용 방안에 대해 최근 다수의 초청 강연 및 컨설팅을 수행하였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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