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3

칼럼 | 어떤 기술을 바라보고 달려가야 하는가

정철환 | CIO KR
IT분야는 어떤 다른 산업분야보다 기술의 발전이 빠르다. 이는 다른 산업분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역사를 지닌 IT 분야가 그동안 이토록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왔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거의 해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마치 곧 세상에 널리 퍼질 것처럼 회자되곤 한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기술이 그 예상에 따라 세상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PC와 인터넷, 그리고 디지털카메라가 그랬으며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등이 그 뒤를 이어 나갔다.

혹시 IT분야에서 역사적인 인물 중 한명인 스티브 잡스가 한때 ‘PC 이후 최고의 발명’이라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 발명품에 매료된 스티브 잡스는 그 발명가에게 어마어마한 거액의 지분 일부를 지불하는 제안을 하기도 했고 스스로 자문을 자처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그 발명품은 세상에서 더는 주목받고 있지 않다. (아류작들이 최근에 다시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리 놀라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지는 못하다) 그 발명품은 바로 딘 카멘이 발명한 ‘세그웨이’이다.

IT분야에도 이렇듯 새롭게 등장해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확산속도를 보여주는 기술들이 많았다. 어떤 기술은 급속히 확산되는데 왜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할까?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인 호드 립슨은 그의 저서에서 ‘제로 원칙(zero principle)’이라는 것을 이야기했다. 즉, ‘기존 산업계를 뒤흔든 혁신적인 기술은 그 기술의 적용을 통해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관련 비용을 거의 0원에 가깝게 절감할 수 있게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이다. 제로 원칙을 이용하여 IT 신기술의 미래 적용 여부를 가늠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선 요즘 주목받고 있는 자율주행차를 생각해보자. 자율주행차가 현실화되면 운송 및 물류 분야에서 운전과 관련된 인건비가 거의 0원이 될 수 있다. 그런 견지에서라면 자율주행차의 미래는 밝다.

인공지능은 어떤가? 인공지능이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면 해당 분야의 인건비는 물론 실수 또는 오판에 따른 비용을 거의 0원에 가깝게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미래도 밝다고 할 수 있다.

전기차는 어떤가? 자동차의 연료비가 획기적으로 절감될 수 있고 (물론 충전을 위한 전기는 필요하지만) 자동차의 구조가 단순해짐에 따라 유지 정비 비용이 대폭 절감될 수 있다. 역시 제법 미래가 밝아 보인다.

스마트폰 역시 휴대폰에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내비게이션, 게임기 등 기존에 별도 구입이 필요했던 것을 내장하면서 더는 추가적인 구매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덕분에 당시 주목받던 많은 관련 산업이 사양산업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에 대해 제로 원칙을 적용하면 해당 기술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어느 정도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에 확산되기가 쉽지 않은 기술은 무엇이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자. 우선 IT 분야에 최대 화두 중의 하나인 클라우드 기술은 어떤가? 클라우드는 적용 분야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일반 기업의 IT 운영 인프라로서의 클라우드는 수년이 지난 현재도 확산 속도가 매우 더디다. 클라우드 도입을 통해 기업에서 어떤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어떤가? 초기 오픈소스는 무료라는 이미지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에 적용할 때 절대 무료가 아니다. 때로는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도입을 통해 어떤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될 수 있을까?

이러한 양상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 디바이스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태블릿의 상황은 어떤가? 태블릿 PC가 스마트폰처럼 어떤 비용을 0원에 가깝게 해 줄 수 있을까?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덧붙이자면 클라우드 또는 오픈소스, 태블릿이 향후 없어질 기술이란 뜻은 아니다. 다만 급격히 확산될 기술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VR 기술은 어떤가? VR을 통해 어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줄 수 있는 분야가 존재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빅데이터 영역에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신기술에 대해 비용 절감의 측면만으로 미래 확산 여부를 예측하는 것이 늘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에 대해 IT 전문 잡지인 와이어드 매거진의 창립자 켈빈 켈리는 다음과 같은 말은 남겼다. "믿음직한 예측은 틀린다. 올바른 예측은 믿음직하지 않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지적한 이야기다. 하지만 어김없이 기술의 미래에 대한 예측은 어디선가 또 나올 것이다. 그때 제로 원칙을 한번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필자의 예측이 그럴듯하다면 틀린 예측일 가능성이 높겠다. 켈빈 켈리의 주장에 따르자면 말이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17.04.03

칼럼 | 어떤 기술을 바라보고 달려가야 하는가

정철환 | CIO KR
IT분야는 어떤 다른 산업분야보다 기술의 발전이 빠르다. 이는 다른 산업분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역사를 지닌 IT 분야가 그동안 이토록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왔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거의 해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마치 곧 세상에 널리 퍼질 것처럼 회자되곤 한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기술이 그 예상에 따라 세상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PC와 인터넷, 그리고 디지털카메라가 그랬으며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등이 그 뒤를 이어 나갔다.

혹시 IT분야에서 역사적인 인물 중 한명인 스티브 잡스가 한때 ‘PC 이후 최고의 발명’이라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이 발명품에 매료된 스티브 잡스는 그 발명가에게 어마어마한 거액의 지분 일부를 지불하는 제안을 하기도 했고 스스로 자문을 자처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그 발명품은 세상에서 더는 주목받고 있지 않다. (아류작들이 최근에 다시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리 놀라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지는 못하다) 그 발명품은 바로 딘 카멘이 발명한 ‘세그웨이’이다.

IT분야에도 이렇듯 새롭게 등장해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확산속도를 보여주는 기술들이 많았다. 어떤 기술은 급속히 확산되는데 왜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할까?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인 호드 립슨은 그의 저서에서 ‘제로 원칙(zero principle)’이라는 것을 이야기했다. 즉, ‘기존 산업계를 뒤흔든 혁신적인 기술은 그 기술의 적용을 통해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관련 비용을 거의 0원에 가깝게 절감할 수 있게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이다. 제로 원칙을 이용하여 IT 신기술의 미래 적용 여부를 가늠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선 요즘 주목받고 있는 자율주행차를 생각해보자. 자율주행차가 현실화되면 운송 및 물류 분야에서 운전과 관련된 인건비가 거의 0원이 될 수 있다. 그런 견지에서라면 자율주행차의 미래는 밝다.

인공지능은 어떤가? 인공지능이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면 해당 분야의 인건비는 물론 실수 또는 오판에 따른 비용을 거의 0원에 가깝게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미래도 밝다고 할 수 있다.

전기차는 어떤가? 자동차의 연료비가 획기적으로 절감될 수 있고 (물론 충전을 위한 전기는 필요하지만) 자동차의 구조가 단순해짐에 따라 유지 정비 비용이 대폭 절감될 수 있다. 역시 제법 미래가 밝아 보인다.

스마트폰 역시 휴대폰에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내비게이션, 게임기 등 기존에 별도 구입이 필요했던 것을 내장하면서 더는 추가적인 구매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덕분에 당시 주목받던 많은 관련 산업이 사양산업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에 대해 제로 원칙을 적용하면 해당 기술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어느 정도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에 확산되기가 쉽지 않은 기술은 무엇이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자. 우선 IT 분야에 최대 화두 중의 하나인 클라우드 기술은 어떤가? 클라우드는 적용 분야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일반 기업의 IT 운영 인프라로서의 클라우드는 수년이 지난 현재도 확산 속도가 매우 더디다. 클라우드 도입을 통해 기업에서 어떤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어떤가? 초기 오픈소스는 무료라는 이미지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에 적용할 때 절대 무료가 아니다. 때로는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도입을 통해 어떤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될 수 있을까?

이러한 양상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 디바이스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태블릿의 상황은 어떤가? 태블릿 PC가 스마트폰처럼 어떤 비용을 0원에 가깝게 해 줄 수 있을까?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덧붙이자면 클라우드 또는 오픈소스, 태블릿이 향후 없어질 기술이란 뜻은 아니다. 다만 급격히 확산될 기술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VR 기술은 어떤가? VR을 통해 어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줄 수 있는 분야가 존재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빅데이터 영역에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신기술에 대해 비용 절감의 측면만으로 미래 확산 여부를 예측하는 것이 늘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에 대해 IT 전문 잡지인 와이어드 매거진의 창립자 켈빈 켈리는 다음과 같은 말은 남겼다. "믿음직한 예측은 틀린다. 올바른 예측은 믿음직하지 않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지적한 이야기다. 하지만 어김없이 기술의 미래에 대한 예측은 어디선가 또 나올 것이다. 그때 제로 원칙을 한번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필자의 예측이 그럴듯하다면 틀린 예측일 가능성이 높겠다. 켈빈 켈리의 주장에 따르자면 말이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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