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0

프랑스의 '퇴근 후 연락 거부권' 법제화···약일까 독일까

Patrick Thibodeau | Computerworld
최근 프랑스에서 통과된 한 법안이 화제다. 퇴근 시간 이후 이메일, 메시지 및 전화 수신 거부권리를 인정한, 소위 ‘근무시간 외 수신거부 권리(right to disconnect)’ 법이 그 주인공이다. 실행 이후 프랑스 현지의 노동자들이 개의치 않을 수 있고 미국에서는 아예 비웃음을 살 수도 있는 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직장인들이 고심하는 문제를 법제화 했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

밤이고, 주말이고, 휴가 동안이고 할 것 없이 자꾸 오는 메시지는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 아니라 가정 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직원을 업무에 얽매이게 하는 이런 업무 문화는 장기적으로 보면 재충전에 꼭 필요한 휴식시간까지 빼앗아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인지하는 기업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미국 자동차기업 다임러 AG(Daimler AG)에서는 아예 사내 이메일에 ‘업무시간 외 이메일’이라는 기능을 따로 두고 있다. 말 그대로 업무시간 외에 수신된 이메일을 자동으로 분류해 삭제하는 기능이다. 발신자에게는 다른 연락처나 나중에 다시 연락 달라는 메시지가 자동 답장으로 보내진다. 독일에서는 약 10만 명의 노동자들에게 이 기능이 적용되고 있다.

다임러는 자사의 근로환경 가이드를 통해 “수신함에 이메일이 쌓이는 것도 방지하고, 휴가 중에까지 계속해서 이메일 확인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준다. 또 다시 업무로 복귀했을 때 깔끔하게 비워져 있는 인박스를 확인하며 업무를 재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발효한 프랑스의 새 법률에 따르면, 50인 이상의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업무 외 시간과 휴가 기간 업무관련 연락을 하는 행위와 관련해 회사와 피고용인이 협상해 사내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에는 이면이 있다. 해고 및 임금 삭감 과정을 더 용이하게 하는 다른 노동개혁법들과 함께 묶여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작년 여름 수천 명의 프랑스 노동자들이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다른 법안들 중 반발을 살만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일종의 유화책 및 당근 역할로 몇몇 법안들이 함께 통과되었는데 근무시간 외 수신거부 권리 법안도 그들 중 하나였다”고 OpenVMS 컨설턴트 제라드 깔리에(Gerard Calliet)는 말했다.

그는 이어 컨설턴트인 자신의 경우 클라이언트 업무와 관련한 연락을 수신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선택 옵션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이번 노동 관련법 개혁은 10%에 달하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고안됐다. 이 법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뉴욕의 페이스대학교 정보시스템 교수이자 학과장인 제임스 W. 개버티(James W. Gabberty)는 근무시간 외 수신거부 권리 법안이 생산성을 오히려 저하시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혁신을 이끌고 R&D의 원동력이 되는 영감은 9~5시 업무시간 사이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저녁식사 직후에도, 한밤중에도 불현듯 떠오르는 ‘번득이는 아이디어들’은 즉흥적으로 찾아오며 그 때 그때 움켜잡아야 한다”라고 개버티는 말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근무시간 외 수신거부 권리 법안은 업무 외 시간 연락의 장점이 아니라 단점으로 인해 만들어진 법이다.

버지니아테크 주립대학교 매니지먼트 부교수 윌리엄 베커는 주말에 이메일로 업무와 관련한 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단순히 그 다음 월요일에 잠깐 영향을 미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는 매니저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행위는 “장기적으로 모든 이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베커는 다른 두 명의 연구원과 함께 작년 여름 300명의 성인 직장인을 대상으로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퇴근 후에까지 일에 얽매어 있을 경우 절대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베커는 전했다.

그는 이어 과도한 업무의 연장으로 지칠수록 가정 불화도 잦아지고 직원의 생활 만족도도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런 걸 알면서도, 직장에서 오는 연락에 눈 감고 귀를 닫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IT 분야에서 일한다면 더욱 그렇다.

뉴헤이븐 대학교 교육 테크놀로지 디렉터 앨런 맥두걸은 “개인적으로, 이번 법안은 직장인들에게 개인 시간을 돌려주는 훌륭한 정책이라 생각한다”라고 평했다. 그러나 그 역시 이러한 정책을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한 번은 겨울 방학 중에 12시간 동안 이메일 확인을 안 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들어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이메일에 질려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자고 결심했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특히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지칭해 “미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쉬는 날도 없이 트윗을 올려 대는”상황에서 ‘휴일 없이 일하는 문화’가 자리잡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연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부정적 영향력에 대한 글을 기고하기도 한 생산성 컨설턴트 모라 토마스는 대부분 관리자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연락의 부정적 영향력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밤이고 주말이고 할 것 없이 항상 이메일을 끼고 사는 직원들은 결국 “이 일이 원래 그런 것인가 보다”하며 체념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토마스는 말했다. ciokr@idg.co.kr
 
2017.01.10

프랑스의 '퇴근 후 연락 거부권' 법제화···약일까 독일까

Patrick Thibodeau | Computerworld
최근 프랑스에서 통과된 한 법안이 화제다. 퇴근 시간 이후 이메일, 메시지 및 전화 수신 거부권리를 인정한, 소위 ‘근무시간 외 수신거부 권리(right to disconnect)’ 법이 그 주인공이다. 실행 이후 프랑스 현지의 노동자들이 개의치 않을 수 있고 미국에서는 아예 비웃음을 살 수도 있는 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직장인들이 고심하는 문제를 법제화 했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

밤이고, 주말이고, 휴가 동안이고 할 것 없이 자꾸 오는 메시지는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 아니라 가정 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직원을 업무에 얽매이게 하는 이런 업무 문화는 장기적으로 보면 재충전에 꼭 필요한 휴식시간까지 빼앗아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인지하는 기업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미국 자동차기업 다임러 AG(Daimler AG)에서는 아예 사내 이메일에 ‘업무시간 외 이메일’이라는 기능을 따로 두고 있다. 말 그대로 업무시간 외에 수신된 이메일을 자동으로 분류해 삭제하는 기능이다. 발신자에게는 다른 연락처나 나중에 다시 연락 달라는 메시지가 자동 답장으로 보내진다. 독일에서는 약 10만 명의 노동자들에게 이 기능이 적용되고 있다.

다임러는 자사의 근로환경 가이드를 통해 “수신함에 이메일이 쌓이는 것도 방지하고, 휴가 중에까지 계속해서 이메일 확인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준다. 또 다시 업무로 복귀했을 때 깔끔하게 비워져 있는 인박스를 확인하며 업무를 재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일 발효한 프랑스의 새 법률에 따르면, 50인 이상의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업무 외 시간과 휴가 기간 업무관련 연락을 하는 행위와 관련해 회사와 피고용인이 협상해 사내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에는 이면이 있다. 해고 및 임금 삭감 과정을 더 용이하게 하는 다른 노동개혁법들과 함께 묶여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작년 여름 수천 명의 프랑스 노동자들이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다른 법안들 중 반발을 살만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일종의 유화책 및 당근 역할로 몇몇 법안들이 함께 통과되었는데 근무시간 외 수신거부 권리 법안도 그들 중 하나였다”고 OpenVMS 컨설턴트 제라드 깔리에(Gerard Calliet)는 말했다.

그는 이어 컨설턴트인 자신의 경우 클라이언트 업무와 관련한 연락을 수신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선택 옵션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이번 노동 관련법 개혁은 10%에 달하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고안됐다. 이 법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뉴욕의 페이스대학교 정보시스템 교수이자 학과장인 제임스 W. 개버티(James W. Gabberty)는 근무시간 외 수신거부 권리 법안이 생산성을 오히려 저하시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혁신을 이끌고 R&D의 원동력이 되는 영감은 9~5시 업무시간 사이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저녁식사 직후에도, 한밤중에도 불현듯 떠오르는 ‘번득이는 아이디어들’은 즉흥적으로 찾아오며 그 때 그때 움켜잡아야 한다”라고 개버티는 말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근무시간 외 수신거부 권리 법안은 업무 외 시간 연락의 장점이 아니라 단점으로 인해 만들어진 법이다.

버지니아테크 주립대학교 매니지먼트 부교수 윌리엄 베커는 주말에 이메일로 업무와 관련한 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단순히 그 다음 월요일에 잠깐 영향을 미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는 매니저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행위는 “장기적으로 모든 이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베커는 다른 두 명의 연구원과 함께 작년 여름 300명의 성인 직장인을 대상으로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퇴근 후에까지 일에 얽매어 있을 경우 절대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베커는 전했다.

그는 이어 과도한 업무의 연장으로 지칠수록 가정 불화도 잦아지고 직원의 생활 만족도도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런 걸 알면서도, 직장에서 오는 연락에 눈 감고 귀를 닫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IT 분야에서 일한다면 더욱 그렇다.

뉴헤이븐 대학교 교육 테크놀로지 디렉터 앨런 맥두걸은 “개인적으로, 이번 법안은 직장인들에게 개인 시간을 돌려주는 훌륭한 정책이라 생각한다”라고 평했다. 그러나 그 역시 이러한 정책을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한 번은 겨울 방학 중에 12시간 동안 이메일 확인을 안 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들어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이메일에 질려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자고 결심했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특히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지칭해 “미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쉬는 날도 없이 트윗을 올려 대는”상황에서 ‘휴일 없이 일하는 문화’가 자리잡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연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부정적 영향력에 대한 글을 기고하기도 한 생산성 컨설턴트 모라 토마스는 대부분 관리자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연락의 부정적 영향력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밤이고 주말이고 할 것 없이 항상 이메일을 끼고 사는 직원들은 결국 “이 일이 원래 그런 것인가 보다”하며 체념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토마스는 말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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