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2

칼럼 | 액센츄어의 한국 철수를 바라보며···

정철환 | CIO KR
작년 11월에 액센츄어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액센츄어의 한국 법인을 국내 SI 기업인 메타넷이 인수한다는 것이었다. 향후 사업영역이나 조직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 그것도 국내에서 시장 점유율 1위였던 기업이 철수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 생각된다. 필자의 페이스북에 많은 분들의 의견이 올라왔다. 국내 IT 컨설팅 시장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글부터 기형적인 국내 IT 업계 상황을 지적하는 글까지 다양했다. 필자도 언젠가 국내 SI 산업에 대해 칼럼에서 언급한 바가 있다. 하지만 액센츄어의 시장 철수는 국내의 IT 서비스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변화되는 시장 환경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때 국내에서 IT 컨설팅이 급성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클라이언트/서버의 등장하고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던 시기이다. 이 무렵 대부분의 기업은 IT를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수단으로 인지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IT 컨설팅 기업의 각종 보고서와 사례 발표 등을 통한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IT를 적용하는 영역이 단순 회계, 관리업무에서 일선의 고객서비스, 영업, 판매 등 비즈니스의 핵심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기업에 IT 도입을 통한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이 붐을 이루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은 앞다투어 선진 IT 도입 사례를 연구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해 컨설팅 프로젝트를 발주하였다. 그리고 후속으로 다양한 정보시스템을 신규로 구축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형성하였다. 이는 기업 내에서 IT의 활용영역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던 시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기업의 IT 패러다임의 변화는 점차 원동력을 잃어갔다. 또한 기업의 IT 활용범위도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IT를 통한 기업 경쟁력의 제고라는 이슈가 경영진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다. 더구나 구글 검색엔진 및 인터넷 정보 활용이 확산, 보편화되면서 첨단 이슈에 대한 IT 컨설팅 조직의 가치 제공능력에 대한 차별화가 그 빛을 잃어갔다. 웬만한 이슈는 검색을 통해 쉽게 정보를 수집,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 자체적인 정보기획능력이 확장되어 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으로 IT 컨설턴트가 기업의 고유 비즈니스 영역에 대한 이해 및 통찰력을 확보하지 못함으로 인해 컨설팅 보고서의 품질에 대한 경영진의 의구심이 높아져 IT 컨설팅을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결국 시장 1위의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근의 한국 경제의 침체도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지난 IT 컨설팅의 전성기와 같은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에는 보다 전문적인 IT 기술에 대한 이해를 가진 전문가를 통한 순수 IT 기술 영역 중심으로 일부 컨설팅 수요가 있을 수 있겠지만 국내 IT 서비스 시장과 전문인력의 활용 현황을 볼 때 그러한 전문가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본다. 최근 대기업에서는 IT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거의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시장은 최신 트렌드를 좇는 스타트업 기업의 수요가 더 있을 수 있겠지만 국내에서 스타트업 기업을 이끌어 줄 만한 전문 능력을 갖춘 컨설턴트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한 비관적인 상황은 사실 IT 컨설팅 업계가 스스로 만든 결과일지도 모른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능력에 대한 확보를 등한시한 결과는 아닐까? 어쩌면 IT 분야의 전문가를 키워내지 못하는 국내 IT 서비스 시장의 인력 활용 체계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공지능, 로봇, IoT, 클라우드 및 모바일로 대표되는 미래의 IT 시장에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기업의 아우성은 있지만 정작 전문가를 키우기 위한 노력은 매우 부족한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IT 컨설팅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 아닌가 생각한다. 2017년 새해에는 대한민국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산업화 시기에 형성되어 그동안 고착되었던 사회 각 분야의 오래된 문제들을 미래를 위해 이젠 바꿔야 할 때라는 분위기가 그것이다. 질적인 성장보다 양적인 성장에 치우쳤던 IT 분야에도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IT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문가 육성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작되는 한 해가 될 수 있을까? 새해를 맞으며 기대해본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17.01.02

칼럼 | 액센츄어의 한국 철수를 바라보며···

정철환 | CIO KR
작년 11월에 액센츄어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액센츄어의 한국 법인을 국내 SI 기업인 메타넷이 인수한다는 것이었다. 향후 사업영역이나 조직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 그것도 국내에서 시장 점유율 1위였던 기업이 철수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 생각된다. 필자의 페이스북에 많은 분들의 의견이 올라왔다. 국내 IT 컨설팅 시장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글부터 기형적인 국내 IT 업계 상황을 지적하는 글까지 다양했다. 필자도 언젠가 국내 SI 산업에 대해 칼럼에서 언급한 바가 있다. 하지만 액센츄어의 시장 철수는 국내의 IT 서비스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변화되는 시장 환경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때 국내에서 IT 컨설팅이 급성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클라이언트/서버의 등장하고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던 시기이다. 이 무렵 대부분의 기업은 IT를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수단으로 인지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IT 컨설팅 기업의 각종 보고서와 사례 발표 등을 통한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IT를 적용하는 영역이 단순 회계, 관리업무에서 일선의 고객서비스, 영업, 판매 등 비즈니스의 핵심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기업에 IT 도입을 통한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이 붐을 이루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은 앞다투어 선진 IT 도입 사례를 연구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해 컨설팅 프로젝트를 발주하였다. 그리고 후속으로 다양한 정보시스템을 신규로 구축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형성하였다. 이는 기업 내에서 IT의 활용영역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던 시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기업의 IT 패러다임의 변화는 점차 원동력을 잃어갔다. 또한 기업의 IT 활용범위도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IT를 통한 기업 경쟁력의 제고라는 이슈가 경영진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다. 더구나 구글 검색엔진 및 인터넷 정보 활용이 확산, 보편화되면서 첨단 이슈에 대한 IT 컨설팅 조직의 가치 제공능력에 대한 차별화가 그 빛을 잃어갔다. 웬만한 이슈는 검색을 통해 쉽게 정보를 수집,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 자체적인 정보기획능력이 확장되어 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으로 IT 컨설턴트가 기업의 고유 비즈니스 영역에 대한 이해 및 통찰력을 확보하지 못함으로 인해 컨설팅 보고서의 품질에 대한 경영진의 의구심이 높아져 IT 컨설팅을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결국 시장 1위의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근의 한국 경제의 침체도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지난 IT 컨설팅의 전성기와 같은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에는 보다 전문적인 IT 기술에 대한 이해를 가진 전문가를 통한 순수 IT 기술 영역 중심으로 일부 컨설팅 수요가 있을 수 있겠지만 국내 IT 서비스 시장과 전문인력의 활용 현황을 볼 때 그러한 전문가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본다. 최근 대기업에서는 IT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거의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시장은 최신 트렌드를 좇는 스타트업 기업의 수요가 더 있을 수 있겠지만 국내에서 스타트업 기업을 이끌어 줄 만한 전문 능력을 갖춘 컨설턴트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한 비관적인 상황은 사실 IT 컨설팅 업계가 스스로 만든 결과일지도 모른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능력에 대한 확보를 등한시한 결과는 아닐까? 어쩌면 IT 분야의 전문가를 키워내지 못하는 국내 IT 서비스 시장의 인력 활용 체계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공지능, 로봇, IoT, 클라우드 및 모바일로 대표되는 미래의 IT 시장에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기업의 아우성은 있지만 정작 전문가를 키우기 위한 노력은 매우 부족한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IT 컨설팅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 아닌가 생각한다. 2017년 새해에는 대한민국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산업화 시기에 형성되어 그동안 고착되었던 사회 각 분야의 오래된 문제들을 미래를 위해 이젠 바꿔야 할 때라는 분위기가 그것이다. 질적인 성장보다 양적인 성장에 치우쳤던 IT 분야에도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IT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문가 육성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작되는 한 해가 될 수 있을까? 새해를 맞으며 기대해본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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