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1

칼럼 | 맨땅에 헤딩, 그리고 머리가 깨지던 시절...

정철환 | CIO KR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을 벌인 후 언론은 온통 인공지능 이야기 천지다. 갑자기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미래의 모습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언론에 나온다. 하지만 인공지능 분야는 정말 오랜 역사를 가진 컴퓨터 공학의 전통 깊은 분야다. 아마도 컴퓨터가 세상에 등장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지금의 컴퓨터 성능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는 시절, 메인프레임 컴퓨터라는 게 오늘날 우리가 손에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 성능의 1/10도 안 되던 시절부터 인공지능은 컴퓨터 공학자의 주요 연구 분야였다. 필자가 대학원에 다니던 1988년에 이미 인공지능랩이 있었고 인기도 아주 높았었다. 이전 칼럼 '응답하라 1988'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고 100MB 외장 하드디스크가 100만 원 하던 시절부터 인공지능은 컴퓨터 공학의 첨단 연구분야였다.

당시 필자의 연구분야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인 신경망이었다. 지금 딥러닝 모델의 기본과 유사한 신경망 학습모델이 머신 러닝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올랐고 이를 여러 개의 CPU를 가진 병렬 아키텍처에서 구현하는 연구를 과제로 삼았었다. 주어진 하드웨어 성능은 지금과 비교해 보잘것없었지만 꿈꾸는 이상만큼은 오늘날의 알파고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듯싶다.

하지만 인공지능 연구분야에는 당시 유명한 속담이 전해져 내려왔다. '인공지능 연구분야는 새로운 학생이 큰 꿈을 가지고 연구분야에 뛰어들었다가 맨땅에 헤딩만 하다가 결국 머리가 깨져서 피 흘리며 졸업하면, 그 뒤에 다시 새로운 학생이 들어와서 또 맨땅에 헤딩하는 분야'라는 말이었다. 그만큼 사람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 해결 능력이기에 컴퓨터로 구현하는 것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도전했으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졸업을 하는 어렵고 힘든 분야였다는 뜻이다. 또한 해당 분야의 연구 경험을 기업에 입사한 후 별로 사용할 때도 없으니 점차 인공지능에 대한 국내 컴퓨터공학과의 인기도 차츰 시들어갔다. 그러다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인공지능은 대부분의 컴퓨터공학자에게는 돈도 안 되고 현실적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낮은 분야로 점차 인기를 잃어갔다.

그런 우리나라가 알파고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환경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하지만 과연 성과가 날까? 당장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졸업하는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해서 인공지능 연구를 계속할 만한 직장이 있을까? 그리고 구글이나 IBM 등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에 빼앗긴 선두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더구나 지금과 같이 애플의 시리가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구글의 클라우드를 바로 사용할 수 있고 IBM의 인공지능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힘들고 어려운 (그리고 돈도 안 되는) 인공지능 연구에 상당 기간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어디에 있을까?

구글의 알파고가 부러웠다면 진작에 맨땅에 헤딩하던 젊은 컴퓨터 전공학생들에게 눈길을 줬어야 했다. 그리고 진작에 소프트웨어 개발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았어야 했다. 또한, 진작에 기초과학연구에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몰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어야 했다. 똑똑하다는 중학생들이 과학고에 진학하지만 정작 과학고를 졸업하고는 의대를 1순위로 택하는 오늘의 환경을 만든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긴 힘들 것이다.


최근 알파고로 인한 언론의 비정상적인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과 관련 기사,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 발표 등에 마음을 빼앗겨 인공지능연구분야로 뛰어들고자 생각하는 새로운 학생이 있다면 '맨땅에 헤딩만 하다가 머리가 깨져 피 흘리며 졸업'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요즘의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언제 사라질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인공지능 솔루션의 개발? 이미 늦지 않았을까??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16.04.01

칼럼 | 맨땅에 헤딩, 그리고 머리가 깨지던 시절...

정철환 | CIO KR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 대결을 벌인 후 언론은 온통 인공지능 이야기 천지다. 갑자기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미래의 모습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언론에 나온다. 하지만 인공지능 분야는 정말 오랜 역사를 가진 컴퓨터 공학의 전통 깊은 분야다. 아마도 컴퓨터가 세상에 등장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지금의 컴퓨터 성능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는 시절, 메인프레임 컴퓨터라는 게 오늘날 우리가 손에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 성능의 1/10도 안 되던 시절부터 인공지능은 컴퓨터 공학자의 주요 연구 분야였다. 필자가 대학원에 다니던 1988년에 이미 인공지능랩이 있었고 인기도 아주 높았었다. 이전 칼럼 '응답하라 1988'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고 100MB 외장 하드디스크가 100만 원 하던 시절부터 인공지능은 컴퓨터 공학의 첨단 연구분야였다.

당시 필자의 연구분야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인 신경망이었다. 지금 딥러닝 모델의 기본과 유사한 신경망 학습모델이 머신 러닝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올랐고 이를 여러 개의 CPU를 가진 병렬 아키텍처에서 구현하는 연구를 과제로 삼았었다. 주어진 하드웨어 성능은 지금과 비교해 보잘것없었지만 꿈꾸는 이상만큼은 오늘날의 알파고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듯싶다.

하지만 인공지능 연구분야에는 당시 유명한 속담이 전해져 내려왔다. '인공지능 연구분야는 새로운 학생이 큰 꿈을 가지고 연구분야에 뛰어들었다가 맨땅에 헤딩만 하다가 결국 머리가 깨져서 피 흘리며 졸업하면, 그 뒤에 다시 새로운 학생이 들어와서 또 맨땅에 헤딩하는 분야'라는 말이었다. 그만큼 사람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 해결 능력이기에 컴퓨터로 구현하는 것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도전했으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졸업을 하는 어렵고 힘든 분야였다는 뜻이다. 또한 해당 분야의 연구 경험을 기업에 입사한 후 별로 사용할 때도 없으니 점차 인공지능에 대한 국내 컴퓨터공학과의 인기도 차츰 시들어갔다. 그러다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인공지능은 대부분의 컴퓨터공학자에게는 돈도 안 되고 현실적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낮은 분야로 점차 인기를 잃어갔다.

그런 우리나라가 알파고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환경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하지만 과연 성과가 날까? 당장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졸업하는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해서 인공지능 연구를 계속할 만한 직장이 있을까? 그리고 구글이나 IBM 등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에 빼앗긴 선두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더구나 지금과 같이 애플의 시리가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구글의 클라우드를 바로 사용할 수 있고 IBM의 인공지능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힘들고 어려운 (그리고 돈도 안 되는) 인공지능 연구에 상당 기간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어디에 있을까?

구글의 알파고가 부러웠다면 진작에 맨땅에 헤딩하던 젊은 컴퓨터 전공학생들에게 눈길을 줬어야 했다. 그리고 진작에 소프트웨어 개발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았어야 했다. 또한, 진작에 기초과학연구에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몰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어야 했다. 똑똑하다는 중학생들이 과학고에 진학하지만 정작 과학고를 졸업하고는 의대를 1순위로 택하는 오늘의 환경을 만든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긴 힘들 것이다.


최근 알파고로 인한 언론의 비정상적인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과 관련 기사,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 발표 등에 마음을 빼앗겨 인공지능연구분야로 뛰어들고자 생각하는 새로운 학생이 있다면 '맨땅에 헤딩만 하다가 머리가 깨져 피 흘리며 졸업'했던 과거의 이야기를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요즘의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언제 사라질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인공지능 솔루션의 개발? 이미 늦지 않았을까??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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