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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남의 畵潭 | 그분들은 창조론자?

2015.09.11 박승남  |  CIO KR


일상에서 6

갑툭튀 : ‘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준말.

New, Disruptive, Innovation, Creative, ‘저희 제품은 기존 시스템과는 다르게 세계 최초로 새롭게 개발된’… IT벤더들의 세미나에 자주 듣는 말입니다. 본인들의 제품은 고객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혁신적인 신개념이라고 이야기하고, 새로운 솔루션을 ‘발명’한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러한 솔루션을 창조한 이 IT업체 분들은 아마 창조론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참고로 이 글에서의 창조론과 진화론은 비유적인 표현으로만 생각해주십시오.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에서, 필자는 사과는 ‘맛 있다’와 ‘빨갛다’ 중 어느 것이 맞냐는 질문처럼, 믿음과 과학은 서로 다른 영역간의 비교라고 생각하며 이 논쟁에서는 살짝 빠지겠습니다. )

IT솔루션이 과연 이렇게 갑툭튀가 가능할까요? 대부분 고객의 비즈니스는 연속선상에서 발전을 해왔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IT산업도 창조보다는 진화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진화론에 비유하면, 고객의 요구와 관련 기술의 발달이 환경이고, IT업체의 성공한 제품은 적자생존에서 살아남은 종이 되겠습니다. 그렇게 IT는 비즈니스 환경과 유기적으로 진화해왔습니다. 업체에서 새로 개발한 솔루션이라고 하는 것은 마치 ‘우리는 인간으로 처음부터 창조된 것이지, 아메바로부터 진화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과 비슷하게 들립니다. (i-Phone정도는 창조라고 인정하겠습니다.)

몇 사례를 볼까요?
Computer는 우리말로 전자계산기, IT는 전산이라고 불렸습니다. 컴퓨터는 멀게는 주판에서, 미국의 인구조사에 쓰인 천공카드시스템과 같은 기계식계산기로 그리고, 최초의 전자계산기인 ENIAC으로 진화해왔습니다. 어느 날 불현듯 나타난 혁신적인 솔루션이라고 이야기하는 하는 Cloud, Big Data는 어떨까요?
Cloud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전산 자원에 대한 out-sourcing에 포함되고, Hosting service, ASP등을 먼 조상으로 두고, LPAR, Clustering등의 기술에서 발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Big Data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Data분석 종 중의 하나이고, BI 등에서 유사한 DNA를 찾을 수 있습니다.

과거의 제품 솔루션과 선을 긋고, 새로움을 강조하는 것이 신제품의 전략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자사의 솔루션만 새롭고 다르다고 하는 것은, 넓고 넓은 비즈니스영역과 IT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을 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도 20여년의 IT벤더 경험이 있기 때문에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제품은 훌륭합니다. 혁신적입니다. 새롭습니다’ 라는 자기만족적인 Marketing 언어 대신,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서 우리 제품이 이렇게 과거에서 현재의 제품으로 발전해왔고, 그래서 현재 고객의 비즈니스와 IT요구사항에 적합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품의 차별’은 ‘새로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고객 Needs에 대한 ‘적합성’에서 나옵니다.
고객이 볼 때는 그 솔루션이나 저 솔루션이나 비슷해 보입니다. 회사명을 가리고 솔루션을 설명했을 때에도 그 회사 또는 그 솔루션인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차별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한번 언급한적이 있는데, 두 회사의 제안서의 핵심내용을 회사이름을 A, B로 대체해서 가리고, A회사 분들에게 어느 것이 A사 것 같으냐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A와 B에 반반으로 표가 모였습니다.)


물론, 과거로부터의 단절 또는 차이를 강조하려는 현상은 IT업체뿐아니라 일반 조직에 있어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리더가 왔을 때, 조직과 문화를 새로 ‘창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분명 변화와 혁신은 필요하지만,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좋은 DNA는 계승하여 새로운 환경에 맞게 진화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고객사이트에 있지만 IT벤더 생활을 했던 입장에서, 눈을 안에서 밖으로 돌려 넓게 보셨으면 해서 몇 자 적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의욕과잉으로 창조론에서 더 나가 창조주가 되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존재 뒤에는 우리의 부모님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박승남 상무는 현재 세아그룹의 IT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이전에는 대교 CIO를 역임했으며,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로 재직하기 전에는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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