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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갈등

2022년에도 발현한 ‘디지털 선동’··· 베네수엘라의 콜럼비아 대선 조작 이야기

2022.08.12 Cynthia Brumfield  |  CSO
친러 국가인 베네수엘라가 콜럼비아 유권자를 대상으로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 캠페인을 벌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관리형 인텔리전스 및 사이버 보안 조사 업체 니소스(Nisos)가 최근 열린 2022 미국 블랙햇 사이버보안 컨퍼런스(Black Hat USA 2022 Cybersecurity Conference)에서 이에 대한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Depositphotos

일명 ‘트롤 공장(troll farm)’이라고 불리는 러시아의 연구기관 IRA(Internet Research Agency)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SNS를 통해 미국 유권자에게 가짜 뉴스 캠페인을 벌인 이래로, 전 세계 여러 국가가 비슷한 선거 허위·조작정보 캠페인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가짜 뉴스(fake news)는 단지 거짓 정보를 뜻하는 데 비해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는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명백한 사실관계를 조작한 정보를 지칭하는 더 구체적인 용어다. 즉, 고의성이 가장 큰 차이다.

2019년 미 국무부는 국가 지원 허위·조작정보 캠페인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이란, 북한의 선전 전략에 대해 다뤘다. 보고서는 점점 더 많은 민족국가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디지털 기술과 SNS를 활용해 음모론, 왜곡된 정보 및 가짜 뉴스를 퍼뜨려 대중의 인식을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조작하고 있다"라고 기술했다.
 
사이버 보안 조사 업체 니소스가 발간한 '콜럼비아 대선 조작 허위 조작 정보 캠페인: 베네수엘라 좌파의 전략(Colombian Election Disinformation Campaign: The Role of Venezuelan Leftists)' ⓒNisos

이들은 대표적인 미국의 적대국이다. 특정 정치인을 향한 지지를 유도하고자 사회적 갈등을 악화시키고 정치적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하는 나라는 이뿐이 아니다. 니소스의 선임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 산드라 퀸코스가 2022 블랙햇 컨퍼런스에서 베네수엘라의 허위·조작정보 캠페인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캠페인의 목적은 콜롬비아 4·19 운동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2022년 콜롬비아 대선의 좌파 후보 구스타보 페트로를 당선시키는 것이었다. 결국 2022년 8월,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캠페인의 근거지는 한 트위터 계정   

먼저 퀸코스의 팀은 캠페인의 주체를 추적했다. 영향력 있는 한 트위터 계정이 캠페인의 중추였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 계정의 이름은 @ChalecosAmarill으로 미 적대국에 우호적인 외교 정책을 주장하는 대통령 후보를 옹호하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Chalecos Amarill’은 스페인어로 노란 조끼라는 뜻이다. 이는 2018년 프랑스에서 발생해 이웃 유럽 국가까지 확산된 노란 조끼 운동에서 따온 이름이다. 

현재 해당 트위터 계정은 정지된 상태다. 니소스 팀은 이어 이 계정이 베네수엘라 국민이자 좌파 지지자인 라파엘 누녜스가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 @_Ralito, 그리고 @RalitoDigital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 ‘랄리토(Ralito) 시리즈’의 계정은 다른 SNS 플랫폼에서 아직 활성화되어 있으며, 누녜스는 @ChalecosAmarill 트위터 계정 정보에 나와 있는 텔레그램 채널 ‘글로벌혁명조직(GlobalRevolutionORG)’의 운영자로 활동 중이다.
 
캠페인의 총 관계도. ⓒNisos

누녜스는 친베네수엘라 정권 앱 제공업체 VE 디지털 커뮤니케이션(Comunicación Digital VE)에서도 일하고 있다(참고로 이 회사의 트위터 계정도 정지된 상태다). 이 회사의 CEO는 베네수엘라 통신 정보부(MINCI)의 전 소셜 미디어 책임자였으며, 아직도 베네수엘라 정부의 이메일 주소를 업무용으로 쓴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2022년 트위터에 발각된 @ChalecosAmaril의 허위계정. ⓒNisos

보고서는 니소스는 누녜즈와 그 일당이 @ChalecosAmarill 트위터 계정의 콘텐츠를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허위계정(bot and sock puppet) 네트워크를 구축해 콜롬비아 국민을 대상으로 페트로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다양한 디지털 캠페인을 벌인 주체라고 기술했다. 

 

목표는 갈등 조장 

퀸코스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콜럼비아 대선에서 국익을 도모하고자 매우 조직적인 허위·조작정보 캠페인을 꾸몄다”라고 전했다. 이 캠페인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트위터 계정에서 활발하게 진행됐으므로 자료가 충분했다고 그는 전했다.

"라틴 아메리카 지역은 세계 뉴스에 잘 노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라틴 아메리카의 대다수 정부는 세계의 눈초리에서 벗어나 이런 선전을 감행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목적은 본국을 비롯해 쿠바, 러시아 및 중국의 정치 이념에 가까운 좌파 정부를 콜롬비아에 세우는 것이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런 캠페인의 한 예로, 2021년 5월 콜롬비아에서 세금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폭력적으로 격화된 순간을 소개했다. @ChalecosAmarill 트위터 계정은 갈등을 증폭하기 위해 폭력적인 시위 현장을 담은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 나라의 분열을 조장하고자 만들어진 SNS 조직에게 이러한 행동은 매뉴얼처럼 당연한 방식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퀸코스는 "분명 잘못된 짓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효과는 분명했다"라고 말했다. 그 당시 계정의 배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콜롬비아 트위터 사용자는 이 트윗이 베네수엘라 정부가 유포한 역정보라는 사실을 알아챌 리 없었다.

 
페트로의 진정한 지지자들은 지지의 상징으로 벌과 아보카도 이모티콘을 사용한다. 니소스는 페트로의 정당을 향한 표를 높이기 위해 이런 이모티콘을 남발하는 허위계정을 검출했다. ⓒNisos

이 계정은 또한 교묘하게도 트윗에 콜롬비아 사람들이 즐겨 쓰는 해시태그를 사용해 정체를 더 효과적으로 숨길 수 있었다고 퀸코스는 설명했다.

 
@ChalecosAmarill 계정을 멘션하거나 트윗을 리트윗한 콜롬비아 기반의 계정 개수를 나타내는 타임라인. ⓒNisos
GPS 정보에 따라 콜롬비아 시민으로 추정되는 수많은 트위터 계정이 @ChalecosAmarill의 친페트로 트윗을 8,000번 이상 리트윗했다. 심지어 모든 트위터 계정이 GPS 정보를 담고 있지 않으므로 실제 친페트로 트윗의 도달 범위는 더 넓었으리라고 퀸코스는 덧붙였다.

이 계정의 또 다른 특징은 베네수엘라, 쿠바, 러시아, 이란 등 미 적대국의 국영 미디어 콘텐츠를 그대로 올린다는 점이었다. 치밀한 선전 캠페인이 그렇듯이 @ChalecosAmarill 계정 게시물 중 거짓 정보는 소수에 불과했다. 퀸코스는 "아마도 전체 게시물 중 허위 뉴스는 2%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캠페인의 주요 목적은 거짓 정보로 사람들을 오도하기보다 사람들의 감정을 격화시키는 데 있었다. "2018년 칠레 시위나 2019년 에콰도르 시위 같은 사례를 보면, 사회가 혼돈에 빠졌을 때 더 깊은 갈등의 골을 만든 실체는 자극적인 정보였다"라고 퀀코스는 말했다. 시민들이 좌파 지도자를 선출하도록 유도한 교묘한 계략이었던 셈이다. 

 

러시아와의 이데올로기적 유대

또한 퀸코세스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페트로 후보의 당선을 위해 힘쓴 데는 경제적인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미주의자인 페트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관계는 더 친밀해지리라는 셈법이었다. 베네수엘라는 야당 후보인 페트로를 당선시키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경제적 제재를 완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듯하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 @ChalecosAmarill 계정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보도를 따라 올리기 시작하자 트위터는 3월 계정을 정지시켰다. 이어 비슷한 이름을 단 다른 계정이 이어 등장했고, 트위터의 검열에 걸릴 만한 내용만 회피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계정 또한 같은 맥락의 허위·조작정보를 다루는 텔레그램 채널로 연결된다.

니소스는 @ChalecosAmaril 계정과 러시아 정부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퀸코스는 베네수엘라와 러시아 사이에 이념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와 러시아 정부는 서로 미디어 협정을 맺은 상태며, 기본적으로 비슷한 내용의 뉴스를 다룬다. 미디어로 따지면 서로의 복사판이라고 해도 다름없다”라고 그는 말했다.

퀸코스는 국가 지원 허위·조작정보 캠페인 다수가 일단 판별하기부터 힘들다고 전했다.  이와 맞서 싸우는 일은 더 어려운 싸움이 되리라고 그는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런 캠페인을 검출하고 대항하려는 여러 단체를 위한 조언을 전했다. 그는 "정보의 출처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눈에 띄는 내용을 올리는 계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떤 특정한 동기를 나타낼 때가 있기 때문이다.”

퀸코스는 마지막으로 “한편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이 정보의 출처를 추적한다면 악의적인 디지털 선전 캠페인을 근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내용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출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ciokr@idg.co.kr, ethan_moon@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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