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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남의 畵談 | 인과역전 – 환자가 증가한 것은 병원 탓?

2014.10.07 박승남   |  CIO KR


어느 기자가 자식들을 잘 키운 것으로 유명한 세 마을을 취재하였습니다. 첫째 마을은 박사를 많이 배출한 마을이었는데, 역시나 마을에 가보니 어린 아이들도 손에 책을 들고 마을 전체가 공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두 번째 마을은 CEO를 많이 배출한 마을이었는데, 어르신들이 자식들이 사준 고급자동차들을 몰고 계셨습니다. 셋째 마을에 도착해보니, 마을 분위기가 썰렁한 게 자식 농사를 잘 지은 마을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나가는 어르신께 ‘여기가 자식 잘 키워서 유명해진 마을 아닌가요?’라고 묻자, ‘맞아, 우리들 자식들이 공부를 잘해서 변호사를 많이 배출했지. 그런데, 마을 사람들끼리 송사가 얽히고 설켜서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얼굴도 안보고 살아.’ 변호사가 많아져서 소송이 증가한다는 우스개 이야기인데, 이 논리는 원인과 결과를 꺼꾸로 파악하는 인과역전의 한 예라고 하겠습니다. 약간의 영향을 주긴 하겠지만, 실제는 법률서비스 요구의 증가가 변호사 수의 증가를 가져온 것입니다.
이러한 예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저 화장품을 사용하면 저 모델의 피부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모델의 피부가 좋아서 화장품 모델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수영을 하면 몸매가 수영선수처럼 늘씬해지는 것이 아니라, 체질적으로 그런 사람이 수영선수가 된 것이지요.

인과역전은 아니어도, 결과로 원인을 파악하는 결과론적 분석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성공사례에서 모범답안을 찾겠다는 것인데, 물론 유용한 분석기법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류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한 예로, 내기에 탁월한 사람을 뽑기 위해, 경마에 배팅한 1,000명의 사람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 중 돈을 가장 많이 딴 10명을 뽑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사람들이 내기에 가장 뛰어난 사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승률이 낮은 말에 배팅해서 고배당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결과만 보고 ‘이길 승산이 적은 말에 배팅을 해야 한다’라고 할 수 는 없을 것입니다. 즉 돈을 딴 사람을 조사해보니 그런 것이었지, 그렇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닌 것입니다.

실제 발생한 사례 하나를 보겠습니다. 20007년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은 전세계 경제를 2010년까지 긍정적으로 예측하였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뒤늦게 결과론적 분석을 통하여 다들 이러저러한 원인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였다고 비가 내리니까 비 예보를 하였습니다.

은연중에 결과론적 분석이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 결과론에서 도출한 원인만으로는 지속적인 성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성공한 기업의 성공요인은 실패한 기업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정과 원인은 잊고 결과중심적인 불균형한 사고는 IT분야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논리적 비약이 약간 있지만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기 새로 ERP를 구축하려는 기업이 있습니다. 결과론적 분석을 해보면 “현재 많은 기업들이 외산 ERP패키지를 잘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업도 외산 ERP 패키지를 도입해야 합니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 입니다. 성공한 ERP구축이 꼭 외산 ERP를 도입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꺼꾸로 찾아보면 외산 ERP 도입후 실패한 사례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외산 ERP 자체가 답이 아니라 이 솔루션을 도입하여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 한편으로는 책임의 회피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쓰는 솔루션을 도입했을 때,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그 솔루션이 아니었으면 더 문제가 있었을 거야’ 라고 변명을 할 수 있지만, 정확한 분석을 통하여 도입했지만 인지도가 낮은 시스템을 도입해서 문제가 생기면, ‘거봐 그런 걸 도입하니까 문제가 생기지’ 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결과론적 분석은 분명 필요한 분석기법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말 그대로 과거의 결정과 과정의 결과입니다. 새로운 것 또는 혁신을 한다고 하면 결과론적 분석에서 벗어나 현재 상황에 맞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세상 모든 일이 원인과 결과가 정확히 구분 지어지지는 않습니다.
흔히 오너는 성과가 나면 투자하겠다고 하고, 전문경영인은 투자를 해야 성과가 나옵니다 라고 하는데, 오너입장에서는 성과가 투자를 유발하는 동인인 것이고, 전문경영인은 그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더 여러분은 어느 것이 원인이고 어떤 것이 결과인지를 잘 판단하셔서 함정에 빠지지 마셔야 합니다.

‘최근 국가 전체로 환자수가 증가한 원인을 분석해 보았더니, 나라 전체의 병원수가 늘어난 것이 파악되었습니다. 따라서 국가 전체의 환자수를 줄이려면 병원수를 줄여야 합니다’라는 보고서는 쓰지 말아야겠습니다.

*박승남 상무는 현재 세아그룹의 IT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이전에는 대교 CIO를 역임했으며,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로 재직하기 전에는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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